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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진의 서핑차이나] 영화로 찾아온 문제작 '금병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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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미국은 영화 ‘섹스 앤 더 시티’를 만들었고, 홍콩은 ‘섹스 앤 더 찹스틱’을 만들었다.
지난 9월18일 홍콩에 한편의 3등급(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가 상영됐다. 영문 제목은 “The Forbidden Legend Sex & Chopsticks” 원제목은 ‘금병매(金甁梅)’.

『삼국지연의』와 함께 중국의 4대 기서(奇書)로 꼽히는 『금병매』는 약방 장수인 서문경(西門慶)의 엽색 행각을 그린 이야기다.

금병매 제목의 유래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서문경의 여섯 부인 가운데 다섯째 부인 반금련(潘金蓮), 여섯째 부인 이병아(李甁兒), 반금련의 시녀 춘매(春梅)의 이름 가운데 글자를 하나씩 땄다는 설이 하나다.
둘째는 함축적인 제목이라는 설이다. 즉, 금(金)은 금전을, 병(甁)은 술을, 매(梅)는 여색을 상징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영화 금병매의 영문 제목을 ‘MONEY, WINE, SEX’가 아닌 ‘Sex & Chopsticks’으로 붙인 이유는 영화를 직접 보아야 풀릴 듯 싶다.

중국의 4대 기서에는 금병매가, 4대 명저에는 홍루몽이 들어간다고 중문판 위키피디아는 적고 있다. 금병매는 농도 짙은 표현으로 혹평과 호평이 분분한 문제작이었다. 노신은 ‘동시대 소설 중 최고의 걸작’ 이라고 극찬했고, 마오쩌둥 역시 “금병매는 진정한 명나라의 역사를 묘사한 소설”이라 평한바 있다.
1930년대 상하이에서 표점이 찍힌 『금병매』가 출판됐다. 출판사가 자체적으로 지나친 성적 묘사를 삭제하기도 했지만 중화민국과 조계지의 행정당국은 판금조치를 내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화인민공화국이 세워진 이후에는 곧바로 금서 목록에 들어가 일반인들은 읽을 방법이 없었다. 1957년 마오가 해금을 약간 푼 이후에야 극소수의 전문 학자와 고급 간부만 도서관에서 빌려 읽을 수 있었다 한다. 이후 1983년에 이르러 인민문학출판사에서 성적 묘사가 있는 부분을 삭제한 『금병매』가 출판됐다.

『금병매』의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서문경이 만두장수 무대(武大)의 부인인 반금련과 불륜 관계를 맺은 뒤 무대를 독살했다. 그러곤 반금련을 다섯번째 부인으로 맞았다. 그러나 방탕한 생활을 계속하다 반금련이 준 최음제를 과다 복용해 죽게 된다. 반금련은 무대의 아우 무송(武松)에게 살해된다(이 부분은 수호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2008년판 '금병매'는 홍콩과 일본의 합작 영화다. ‘옥보단2’로 유명한 첸원치(錢文錡)가 메가폰을 잡았다. 일본 유명 AV 여배우 세 명이 출연한다. 송나라 권문세가의 귀공자 서문경(린웨이젠 분)은 아버지로부터 의약과 보양의 기술을 전수받는다. 그는 아버지가 집안에 들인 자연(紫煙ㆍ우에하라 카에라 분)에게 방중술을 배운다. 집을 떠나 서울로 향하던 중 병이 든 서문경은 비구니(히카루 고토 분)에게 도움을 받고 암자에서 치료를 받는다. 몸이 나은 그는 그녀와 결혼해 집으로 돌아온다. 바로 첫부인 오월랑이다. 아버지가 죽은 뒤 풍족한 재산을 물려받은 서문경은 무대의 부인 반금련(세리나 하야카와 분)을 만나는데…

영화 금병매도 올 봄에 개봉한 중국영화 '적벽대전'과 같이 2부작으로 만들어졌다. 2부는 아직 제작되지 않았다. 홍콩에서는 개봉 첫 주에 30만 홍콩 달러를 벌어들여 주말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했다. 대만에서는 다음달 12일에 개봉된다. 한국 상영일자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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