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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철강회오리>안풀리는 3대 의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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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어떻게 그 많은 돈을 지원했나=가장 큰 의문점이다.엄청난 뭉칫돈이 한보에 만큼은 쌈짓돈처럼 지원됐다.
한보측이 지난 89년 공장 착공 당시 산업은행등 거래은행에 제시한 계획표상에는 소요자금이 2조7천억원이었다.그러나 8년이지난 지금 소요자금은 5조7천억원으로 불어났다.
이중 금융권 차입만 은행권 3조4천6백47억원에 달한다.제2금융권 차입은 1조4천8백62억원.
지원액이 가장 많은 4개 채권은행의 경우 제일 1조1천억원,산업 8천9백억원,조흥 5천억원,외환 4천5백억원등 2조9천억원이 넘는다.이중 절반 이상인 1조5천억원 가량이 지난해 이후집중 지원됐다.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이나 시설자금 지원 전담기관인 산은은 그렇다 치고,주거래도 아닌 조흥.외환은행등이 말려들어간 과정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들 은행 관계자들은 당진제철소가 국가 기간산업이어서 명분이있는데다 지난해 3월까지 13억달러(약 1조원)규모의 외화자금을 조달해 한보에 빌려주는 과정에서 외환수입도 챙길 요량으로 발을 들여놓았다가 깊숙이 빠져들게 됐다고 설명하 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담보도 챙기고 심사도 꼼꼼히 했다는 설명이다.그러나 이들 은행관계자들이 사석에서 털어놓는 얘기는“우린들지원하고 싶어 했겠느냐”는 것.
또 그동안 한보에 관한 주요 결정사항들이 은행감독원을 거쳐 재경원.청와대등에 보고됐다는 점에 비춰 한보에 들어간 막대한 돈이 은행만의 자율적인 결정은 아닌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왜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나=지난해 12월 4개 은행이 4천억원을 지원할 때까지만 해도 관련 은행들은 공장만 완공되면 채권회수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불과 두달이 못돼“이대로는 안된다”로 바뀌었다.은행들은 한보의 자금이나 경영능력이 부족하고 철강경기 전망도 좋지않다는 이유를 대지만 석연치 않다.
그동안은 이런 사정을 몰라서 돈을 주었느냐는 의문이 남기 때문.그보다는 자금지원 과정처럼 현재의 처리과정도.금융 외적'인판단에 근거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이번주 들어 정부 고위층으로부터.은행이 알아서 하라'는.처리방침'이 내려졌다는 금융가의 관측이 이런 판단을 뒷받침한다.
◇정태수(鄭泰守)총회장은 왜 오락가락했나=한보철강을 둘러싼 마지막 미스터리다.鄭총회장은 23일 하룻동안 극과 극을 오가는행동을 보였다.이날 저녁까지 경영권 포기 거부를 고집하다 결국부도처리를 당하고 난 후 다시 측근들을 통해 포기각서를 보냈다. 그는 이날 온종일 잠적해 있는 동안 다양한 채널을 통해.구명'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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