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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을 장식한 세계 연예 사건.화제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세기말로 치닫는 지구촌 대중문화.올해 충격적으로 다가온 해외연예.사건'만 꼽는다고 해도 너무 많아 우리의 기억 능력을 뛰어넘는다.그럼에도 대중문화는 생산과 재생산,복제와 확대를 끊임없이 계속해 우리를 뉴스와 흥분과 집단최면의 미로 에 가둔다.
이 미로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짚고 넘어가야 할 몇가지를 꼽는다***영화***. 각종 영화제에서 호평받은 수많은 걸작들은 역시 미국 할리우드의 몇몇 블록버스터들에게 맥을 못췄다.예술영화를 위해선 경계의 대상이 되고 관객들에겐 감탄의 대상이 되는 소수 흥행대작들의 위력을 또다시 실감하게 된다.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4일에 개봉된.인디펜던스 데이'는 나오기 전부터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영화다.
6일만에 1억달러 수입을 올려 흥행속도 최고기록을 세우며 영화속의 외계인 침입보다 더 공격적인 성과를 얻었다.미국에서만 총수입이 3억달러를 넘어 역사상 6위 자리를 차지했다.
“황소들을 날려보내는”엄청난 괴력의.트위스터'(수입 2억4천만달러)와 불가능한 일이란 없다면서 달려든 톰 크루즈의 .미션임파서블'(수입 1억8천만달러)의 파장은 영화 개봉 전부터 지금까지 전세계를 휩쓸었다.오스카(작품상.남우주연상 )를 석권한멜 깁슨의 스코틀랜드 투쟁기.브레이브 하트',제인 오스틴의 여성세계를 은막으로 실현시키는데 성공한.센스,센서빌리티',아일랜드의 역사를 처절하게 물들인 닐 조던 감독의.마이클 콜린스'등을 간과할 수 없다.상복이 터진 이들 작품은 우연찮게도 직간접적으로 대영제국에 대한 해부와 결부돼 있었다.
***TV*** 미국의 TV산업은 논란이 거듭돼온 프로그램 등급제를 연말에 발표,TV-G(일반시청),TV-PG(부모지도),TV-14(14세이하 제한),TV-M(성인용)등으로 영화처럼 관객의 나이에 따라 구분지었다.TV시청에 혁명적인 조치가 아닐 수 없다.
한편 눈부신 뉴미디어 혁명으로 정신없이 많아진 채널 수에도 불구하고 빌 코스비(코스비 시리즈)는 여전히 인기정상을 유지했고,.중고스타'인 마이클 J 폭스(.스핀 시티'),브룩 실즈(.수전이 갑자기')등이 지상파 TV에서 다시 성공 을 거둬 안방 극장의 무게를 더했다.
****팝*** 뚜렷하게 이렇다할 새로움을 기록할 수는 없지만 예상을 뛰어넘은 신인들을 주목하게 된다.
그 주인공은 캐나다의 여성 로커 앨라니스 모리셋과 영국 런던밑바닥에서 나온 흑인 실(Seal).
.포스트-올터너티브'시대를 열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점쳐져 이들은 괄목할만한 음반 판매량에 더해 그래미상의.올해의 노래'등 주요상을 석권했다.
펑크록의 화신.섹스 피스톨스'가 20년만에 다시 나왔지만 힙합 랩 댄스와 그런지 음악에 젖은 10대들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현대 록의 얼굴이라고 해야할 브라이언 애덤스는 신사적인 정형화된 노래에서 뛰쳐나와 불량기 넘치는 유연성을 추구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포크록의 신선함 그 자체였던 수전 베가의 단아하면서도 육감적인 변신(.아홉가지 욕망의 대상')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졌다.
****베스트셀러**** 수백만권이 팔린 책들은 그 자체도 엄청나지만 영화.음악.광고.팬시상품등 연속적인 재생산 구조의 원천이 된다.
백악관이야기를 애초에 익명으로 발표했다가 저작의 진위성 논란으로 파란을 일으킨 조 클라인(뉴스위크 칼럼니스트)의.프라이머리 컬러스'는 대중문화의 영향력이 정치에 있어서도 절대적임을 입증했다.
이 작품은 마이클 니컬스 감독이 가장 잘 나가는 연기자 존 트래볼타와 에마 톰슨을 각각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로 캐스팅,곧영화화하게 된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2위를 각각 차지한 재클린 미처드의.대양의 심연',토니 모리슨의.솔로몬의 노래'도 마찬가지다.
***기타*** 스타들 사이에서 좋은 일과 슬픈 일이 중첩되었다.
재즈의 영원한 어머니 엘라 피츠제럴드의 목소리가 8월 그녀의수많은 음반 속으로 묻혀져갔다.
대서양을 넘나들며 춤과 노래로 영화에서 즐거움을 장식했던 진켈리도 지난 가을 생을 마감했다.
최근엔 영원한.라틴 연인'마스트로이안니가 영원히 은막 뒤로 사라졌다.올해도 안토니오니 감독의.구름 저편에'에서 모습을 볼수 있었던 그는 64세였다.
마돈나의 아기 마리아 레온의 탄생은 뮤지컬 영화.에비타'에서조신한 배우로 변화한 어머니 덕에 각계에서 축하받았다.
지구를 뒤흔들며 세계순회공연을 마친 마이클 잭슨은 결국 엘비스의 딸 리사 마리와 20개월만에 파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곧 그의 아기를 가진 간호사 데비 로위와 결혼을 발표해 희비가 엇갈렸다.
쉬우면서도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마카레나'는 춤과 노래에서 올해 내내 최고 히트상품이었다.
미주와 유럽,아시아 전역의 결혼 축하연과 나이트클럽에선 흥겨운 마카레나 리듬이 끊길 날이 없었다.
로큰롤의 자유 추구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찌는 듯한 올여름 미국 유니언시티(미시간주)에서 열린.96 누드스탁'은 그리 아름다워보이지는 않았다.
평소 파괴적인 음악을 들려준 러버보이나 60년대 히피 음악의역전노장.게스후'.터틀스'는 이날 모두 얌전히 옷을 입고 있었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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