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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원의 러브 터치] “성감대가 뭐예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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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감대가 뭐예요?” “남자도 성감대가 있나요?”

요즘처럼 성에 대한 정보가 넘치는 터에 이런 질문을 받는다는 게 믿어지지 않지만, 얼마 전 50대의 남성이 내게 한 질문이다. 그것도 농담이 아니라 아주 진지하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말이다.

사정을 들어보니 그의 아내는 아주 성에 보수적(?)이라 삽입 외에는 어떤 애무도 허락하지 않았고, 자기뿐 아니라 남편인 그를 애무해 준 적도 없었다는 것이다.

위의 남성은 좀 심한 편이라 하겠으나 군인이나 대학생 등 젊은 남녀를 대상으로 성 강의를 하다 보면 성감대를 묻는 질문이 빠지지 않고 그것도 여러 번 나온다.

‘성감대’에 대한 높은 관심은 아마 영화의 섹스 장면이나 야한 동영상을 보고서 여성의 어느 특정 부위를 공략(?)하면 스위치를 누른 것처럼 대단한 성적 흥분이 일어나 그녀를 함락시킬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 아닐까 한다.

‘성감대’란 말 그대로 성감을 느끼는 부위다. 성감이란 엄밀히 말해 아주 적절한 통감이다. 너무 약하면 간지럽고, 너무 강하면 아프지만 아주 적절하면 즐거운 쾌감으로 느껴진다.

대체로 여성의 민감한 성감대는 귀 뒤, 목덜미, 가슴, 유두, 음핵 등이며, 남성은 유두, 성기 전체가 성감대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피부가 여린 곳이 자극을 받으면 더 예민하지만 어떤 사람은 등이나 뒤통수, 엄지발가락에도 강한 성감이 느껴진다고 하니 일반화할 일은 아니다.

특히 남성의 성감대는 여성에 비해 너무나 홀대받아온 느낌이다. 현재를 사는 남성들은 예전보다 피부가 부드러워 성감대가 예민하고 많아졌을 것이 분명하다.

몇 년 전 제주도에 성인 성교육을 위한 박물관을 꾸미면서 등신대 여성과 남성의 사진 위에 반짝이는 LCD를 박아 남녀의 성감대 찾기 전시물을 만들어 놓았다.

단추를 누르면 강한 자극이 느껴지는 곳은 빨간색으로, 그보다 약한 곳은 노란색으로, 그리고 자극이 있으되 강하지는 않은 곳은 하얀색으로 불이 들어오게 하였다. 불을 켠 뒤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화려한데, 이 성감대 찾아보기 전시물은 당연히 아주 인기다.

그런데 환하게 온몸에 불이 들어온 등신대의 전시물을 보면서 사람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 ‘이마가 성감대인지는 몰랐는데요?’

아하! 그건 이마에 불이 들어온 것이 아니라 뇌에 불이 들어온 것이다. 그것도 아주 빨간…. 요컨대 가장 넓은 성감대는 피부(온몸)다.

그렇다면 가장 강력한 성감대는? 바로 우리 뇌 속에 새겨진 상대의 성적 이미지다. 얼마나 그(그녀)를 사랑하는가가 성감대에 불을 켜는 스위치다. 섹스가 사랑의 더없는 표현이자 확인이 되는 이유다.

배정원 연세성건강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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