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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올림픽 30年·태권도 40年] 34. 태권소녀 김혜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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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982년 국기원을 방문한 사마란치 위원장에게 한 어린이가 꽃다발을 주고 있다. 그는 당시 태권도 어린이 시범단원이었던 영화배우 김혜수다.

 서울올림픽 유치는 태권도 세계화를 위해서도 큰 도움이 됐다. 태권도의 정통성을 세계에 알리는 최고 홍보 수단이 올림픽 준비상황을 보러 오는 손님들을 모두 국기원에 초대하는 것이었다. 태권도 시범도 보이고, 명예단증도 줬다.

1982년 4월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한국에 왔다. 절호의 기회였다. 사마란치 위원장을 국기원으로 초대하는 동시에 세계태권도연맹(WTF) 집행위원회를 임시로 열었다. 태권도의 세계성을 과시하면서 태권도 현황도 설명했다. 이때 사마란치 위원장에게 꽃다발을 준 화동이 당시 초등학생이던 영화배우 김혜수다. 이미 태권도 유단자로 어린이 시범단원이었던 김양은 실력도 있고 얼굴도 예뻐서 화동으로 선발됐는데 나중에 유명 스타가 되어 영화와 드라마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김양이 여러 매체를 통해 태권도 유단자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것을 보고 기분이 매우 좋았다.

사마란치 위원장을 필두로 IOC 위원, 각국 NOC 위원, 종목별 세계연맹 회장단, 각국 장·차관 등 수백 명이 국기원에 와서 태권도의 세계화 상황을 보고 갔다. 모니크 베를리우스 IOC 사무총장, 토머스 켈러 GAISF 회장, 찰스 팔머 세계유도회장, 네비올로 세계육상연맹 회장, 오르시 세계카누연맹 회장, 음바예 IOC 위원 등 일일이 이름을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세계 각국에 우군을 만들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젠 각종 국제대회에 태권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될 차례였다. 82년 아프리카 게임에 태권도가 정식종목으로 들어갔다. 다음은 팬암(Pan Am) 게임이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중남미에도 태권도가 널리 보급됐기 때문에 팬암 대회에 태권도가 정식종목이 되는 것은 상징성이 강했다.

83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팬암 게임 총회가 열렸다. 미국과 코스타리카 등이 태권도 정식종목 채택안을 제출했다. 당시 회장은 멕시코의 마리오 바스케스 라냐였다. 74년에 세계사격선수권 유치를 놓고 나와 맞대결을 펼쳤던 바로 그 사람이다. 바스케스 라냐는 “태권도가 중요하긴 하지만 지금 종목이 너무 많으니 2년 뒤 쿠바 총회에서 다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마침 총회 얼마 전 국기원을 방문했던 코스타리카와 에콰도르 대표가 즉각 태권도 보급을 역설했다. 미국의 에리 데니스 여사(부위원장)는 “그렇게 중요하다면서 왜 2년 후로 연기하느냐. 지금 결정하자”고 주장했다.

결국 대세에 따라 투표를 실시해 찬성 22, 반대 2, 기권 2로 통과됐다. 나는 “태권도 보급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연설을 했다. 그 결과 미국태권도협회는 미국올림픽위원회에 가입했고, 다음해인 84년 열린 LA 올림픽의 이익금에서 100만 달러를 할당금으로 받을 수 있었다.

팬암 게임 정식종목 채택으로 중남미에서 태권도협회의 위상이 올라갔고, 가라테나 국제태권도연맹(ITF)과의 경쟁에서도 앞서게 됐다.

김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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