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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에 “내 코가 석자” M&A 시장 한파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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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발 금융위기로 주가가 급락하고 은행권의 자금난이 계속되면서 인수합병(M&A) 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매물을 내놓은 곳은 전보다 주가가 하락해 애초 생각하던 금액을 받을 수 없을 공산이 커졌다. 헐값에 팔든지 매각을 연기해야 하는 선택이 남았다. 반면 사려는 쪽은 자칫 무리한 M&A로 자금 사정이 나빠질 수 있어 선뜻 매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금융회사로부터 M&A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내 코가 석자”=금호생명을 매각하기로 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달 31일까지 입찰의향서를 받아 다음달 중순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금호아시아나는 금호생명을 매각해 1조원 이상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외국계 보험사 등 인수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가격은 여기에 못 미친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아 고민이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매각 과정에선 값을 깎으려는 얘기가 나오기 마련”이라며 “입찰의향서가 마감되면 매각 여부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그룹의 경우도 유진투자증권을 매물로 내놓고 인수자를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국민은행은 최근 자구 대책의 일환으로 ING생명 지분 14.9%를 처분해 6000억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일단 ING생명의 대주주인 ING그룹에 넘기는 것을 1순위로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다만 ING그룹 측은 최근 금융위기로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100억 유로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처지라 해외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가 쉽지 않다.

HSBC가 인수를 포기한 외환은행도 대주주인 론스타가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은행 측은 내부에 별도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인수자를 물색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은행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고 있어 론스타가 원하는 값에 팔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때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장기적으론 관심은 있지만 금융위기 상황에서 외환은행 인수라는 말을 꺼낼 입장이 못 된다”고 말했다.

◆주가 하락으로 협상 난항=쌍용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인 동국제강은 ‘자금줄’인 군인공제회가 입찰 전 컨소시엄에서 빠지면서 고비를 맞았다. 건설경기가 침체된 데다 쌍용건설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도 악재다. 7월 본입찰 당시 2만원 수준이었던 쌍용건설의 주가는 27일 현재 5570원으로 떨어졌다. 동국제강이 인수 가격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주당 3만1000원의 20%에도 못 미친다. 동국제강은 인수 가격을 대폭 깎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자산관리공사 측은 5% 이상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세 번째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이달 말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대우일렉 채권단은 2006년 비디오콘-리플우드 컨소시엄을, 올 2월에는 모건스탠리PE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으나 가격이 맞지 않아 매각에 실패했었다. LIG투자증권 김현 애널리스트는 “지금은 현금을 확보해 위기에서 살아남는 것이 중요한 시기”라며 “불필요하게 인수를 하면 주가가 떨어지고 시장의 평가가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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