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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들리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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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956년 노벨 물리학상이 윌리엄 쇼클리와 그의 동료들에게 주어진 건 현명한 결정이었다. 오늘날의 디지털 문명은 쇼클리의 업적인 트랜지스터 개발에 막대한 빚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쇼클리가 1960년대엔 미국 사회에 큰 파문을 던졌다. “인간의 지적 능력은 선천적으로 결정되는데 과학적 기법의 지능지수(IQ) 검사는 흑인들이 백인들에 비해 지능이 열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훗날 미국 여성에게 노벨상 수상자의 정자를 분양하자는 움직임이 나왔을 때 가장 먼저 손을 든 사람도 쇼클리였다.

우생학에 심취한 쇼클리가 흑인 비하 논리를 펼치던 시기는 미국 사회 전역에 요원의 불길처럼 흑인 공민권 운동이 펼쳐지던 시기와 일치한다. 68년 공민권법 제정 이후 미국은 법적·제도적으로는 인종 간 차별이 없는 사회가 됐다. 쇼클리처럼 용감한 사람은 적어도 공적 담론의 장에선 사라졌다. 일상 대화에서 허용되는 건 흑인 거주지역을 가리키며 “저쪽 마을은 치안이 불안하다”고 말하는 정도다. 섣불리 차별문제를 입에 담았다간 의도와 상관없이 인종주의자(Racist)란 낙인이 찍힌다.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밝혀 생명공학의 종조가 된 노벨 생물학상 수상자 제임스 웟슨은 1년 전 쇼클리와 비슷한 발언을 했다가 연구소장 자리를 내놓아야 했다.

올해 미국 대통령선거는 사상 처음 흑인이 유력 후보로 출마했지만 인종 문제와는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다. 선거 이슈가 되지 않는 건 물론이고,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7%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는 버락 오바마 후보의 지지율도 흑인 인구가 높은 주나 낮은 주나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들은 심심찮게 브래들리 효과를 막판 변수로 거론한다. 뿌리깊은 인종주의가 사회 저변에서 말끔히 사라졌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82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흑인 톰 브래들리는 여론조사에서 앞섰지만 실제 선거에선 패했다. 이후 몇몇 지방선거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인종주의를 사회적 금기로 삼는 분위기 때문에 여론조사에서는 백인 유권자가 본심과 다른 대답을 한다는 설명이 따랐다. 과연 얼마나 많은 미국인이 지금도 “흑인 대통령은 시기상조”란 본심을 갖고 있을까. 개봉박두, 8일 후 해답이 공개된다.

예영준 정치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