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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던 환율, 포스코·현대차 1억 달러씩 풀자 곤두박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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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포스코는 10일 “보유하던 1억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팔았다”고 밝혔다. 기업이 대규모 원-달러 환전 사실을 공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포스코는 “대기업들이 외환시장 안정에 적극 협조해줬으면 좋겠다는 정부 요청에 적극 부응하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철강제품을 수출하고 연간 70억 달러 정도의 대금를 받는다. 하지만 철광석·무연탄 등 원료 구입비로 100억 달러를 지출해 달러 수요가 많다. 수출 대금이 들어오면 지체없이 원료구입비로 나가곤 한다. 그런 포스코가 적잖은 보유 달러를 내다 판 사실 자체도 드문 일이다.

현대자동차도 이날 1억 달러 정도를 외환시장에서 팔았다. 이 역시 정부의 직·간접 협조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수출대금을 당일 환율로 매일 바꾸기 때문에 평소 보유외환은 1000만 달러 정도다. 하지만 서울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하기 위해 2억~3억 달러 정도 확보해 시장에 내놓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9일 삼성전자는 4억 달러 정도를 내놓아 환율 급등세가 멈칫하기도 했다.

대기업들은 얼마나 많은 달러를 어떤 형태로 보유하고 있을까.

대개 수출대금을 받으면 금고에 넣어 두지 않는 한 ‘거주자외화예금’에 든다. 달러박스라고 하는 현대중공업 등 대형 조선업체들은 긴급자금으로 업체당 1억 달러가량을 보유한다. 대부분 거주자외화예금에 넣어 둔다. 한국은행은 10일 “9월 말 현재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외화예금 잔액은 232억7000만 달러”라고 밝혔다. 월평균 200억 달러 안팎이었던 것에 비해 다소 많은 수준이다. 특히 9월에는 전달(223억3000만 달러)보다 10억4000만 달러가 늘었다. 같은 기간 개인예금은 1억7000만 달러가 준 반면 기업은 12억1000만 달러가 늘었다. 대기업들이 환율 상승 추세를 보고 달러를 다소 쌓아 놨다는 방증이다.

이에 대해 삼성·현대차·포스코 등 국내 글로벌 대기업들은 그렇지 않다고 강변한다. 수출대금을 달러로 받으면 당일 지불할 수입물품 대금을 뺀 나머지를 즉시 원화로 바꾼다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우리는 달러·유로를 막론하고 환율이 오르건 내리건 상관없이 수시로 환전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와 포스코 등도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매출액의 85%가 해외 수출이다. 특히 이 중 절반 이상이 미국시장이라 전체 매출의 40%가량이 달러 결제다. 그룹 전체로 순유입되는 외환은 연간 약 400억 달러 규모다. 따라서 삼성은 하루에 1억 달러 정도를 원화로 바꾸는 셈이다. LG전자도 “환율 상승으로 수입결제 리스크가 커져 이에 대비해 적정 규모의 달러를 보유하지만 투기적 외환관리를 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김태진·장정훈 기자

◆기업 보유 달러=개인처럼 기업도 수출하고 받은 달러를 대부분 거주자외화예금에 넣어둔다. 9월 말 현재 개인예금을 뺀 순수 기업예금은 204억 달러다. 많지 않지만 엔화와 유로화도 포함돼 있다. 기업이 보유한 달러는 세계 6위 규모인 우리나라 전체 외환보유액(9월 말 현재 2396억7000만 달러)에 포함되지 않는다. 외환보유액은 해외채권과 순수 외화자금·외국환평형기금 등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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