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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담배회사, 스타 동원 콘서트 … 청소년 니코틴 세계로 유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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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담배회사와 애연가에겐 ‘눈엣가시’ 같은 금연운동가 주디스 매케이(65·사진) 박사가 24일 서울에서 열린 ‘2008 금연정책포럼’ 강연을 위해 처음 방한했다. 미국의 흡연옹호단체가 붙여준 그의 별명은 ‘허튼소리 악마(gibbering Satan)’. 하지만 지난해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그를 ‘세계를 바꾸는 100대 인물’에 포함시켰다. 그는 1984년 담배규제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잘 나가던 직장(대학병원 내과의사)까지 그만두고 24년째 줄곧 ‘담배와의 전쟁’을 해왔다. 그는 담배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상품으로 규정했다.

“여성 흡연자 두 명 중 한 명은 흡연 때문에 숨집니다. 담배를 제외한 전 세계 어떤 상품도 사망 확률이 50%나 되는 것은 없어요.”

그렇다면 담배 판매와 흡연을 법으로 규제해야 하지 않을까. 이에 대해 그는 “지금까지 기호성 유해상품을 국가에서 법으로 금지해 실효를 거둔 사례는 없다”며 “미국에서 금주법을 한때 시행했지만 법죄율 증가, 불법 밀주 성행 등 부작용만 키웠다”고 답변했다.

영국에서 태어난 매케이 박사는 1967년 결혼 이후 홍콩에서 살았다. 홍콩에서 그가 이룬 가시적 성과 중 하나는 금역구역 확대.

“대중교통·오피스빌딩·식당이 먼저 금연구역으로 지정됐고, 공원·공공시설·해변가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됐어요. 내년 6월부터는 바에서도 금연이 의무화됩니다. 이는 홍콩인은 물론 관광객에게도 적용돼요.”

"애연가의 권리가 너무 침해당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자 그는 웃으며 “금연 운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야외 금연에 대해선 찬반 양론이 있었다. 그때 금연장소를 확대하는 정책에 화가 난 담배회사들이 ‘해변·공원에서도 금연을 실시하라’며 ‘자폭성’ 발언을 하자 정부가 이를 수용해버렸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금연을 유도하기 위해 담뱃값도 많이 올렸단다.

“현재 홍콩에선 담배 한 갑에 4∼5 US 달러 정도 합니다. 홍콩 담뱃값 중 80%는 세금이에요. 세계보건기구(WHO)는 담뱃값의 75%를 세금으로 부과하라고 권하고 있는데 이런 나라는 전 세계에 4개국뿐입니다. 담뱃값을 10% 인상하면 담배 소비량이 선진국에선 4%, 개발도상국에선 8%나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있어요.”

그는 라이트·저타르 담배의 독성이 일반 담배 못지 않다고 믿는다.

“저타르·라이트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담배 연기를 더 깊이 들이 마시고, 거의 끝 부분(필터)까지 피우며 흡연량을 늘리는 경향이 있어요. 담배회사들이 이런 제품으로 소비자를 현혹하지 못하게 하려면 담뱃갑에 라이트·저타르 표시를 하지 못하도록 규제해야 합니다. EU에선 이미 하고 있어요.”.

그는 담배 회사들의 광고·판촉은 어떤 형태로든 허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국적 담배회사들이 아시아에선 팝가수·록그룹 등 인기스타를 동원하거나 콘서트의 스폰서로 참여해 청소년을 니코틴의 세계로 유혹하고 있어요. 이런 이벤트는 당장 금지시켜야 합니다.”

담배회사들은 그에게 살인·거액 소송 등의 위협을 가해왔다.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그는 조금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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