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위예술은 한마디로 신화를 파는 예술이지요. 자유를 위한 자유의 추구며, 무목적한 실험이기도 합니다. 규칙이 없는 게임이기 때문에 객관적 평가란 힘들지요. 어느 시대건 예술가는 자동차로 달린다면 대중은 버스로 가는 속도입니다. 원래 예술이란 반이 사기입니다. 속이고 속는 거지요. 사기 중에서도 고등 사기입니다. 대중을 얼떨떨하게 만드는 것이 예술입니다. 내가 30년 가까이 갖가지 해프닝을 벌였을 때 대중은 미친 짓이라고 웃거나 난해하다는 표정을 지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의 진실을 꿰뚫어보는 눈이 있습니다.” (1984년 6월 35년 만에 귀국해 연 기자회견에서)
-백남준이 남긴 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지금 우리나라는 이제 겨우 대들보 세우고는 지붕을 얹으려고 서둘지만 장차는 그러면 안 됩니다. 우리 경제가 성장하려면 하이테크놀로지 경제가 발전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제일 중요한 것이 소프트웨어입니다. 그리고 하이테크놀로지와 비디오의 관계는 말하자면 사돈 관계입니다.” (1984년 소설가 최일남씨와의 대담에서)
“방송이란 것은 물고기 알과 같은 것입니다. 물고기 알은 수백만 개씩 대량으로 생산되나, 그 가운데 대부분이 낭비되고 수정(受精)되는 것은 얼마 안 되죠. 1984년 작품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수억의 세계 인구를 상대로 발신한 것이었는데, 이 발신의 내용이 얼마나 수정되었는지는 그야말로 다다익선(多多益善)입니다.” (1988년 국립현대미술관에 설치한 비디오 나선형탑 ‘다다익선’제목 설명)
“세계가 파괴를 향하고 있는 현재 ‘스타 워즈(Star Wars)’가 아닌 ‘스타 피스(Star Peace)’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서울을 비롯해 미주·유럽·아시아 등 세계 각지를 동시중계로 연결하렵니다. 테크놀로지는 지금까지 옛 문화를 파손시켜 왔으나, 최신 테크놀로지인 영상통신 기술은 각지의 고유 문화를 교류시켜 대립이 계속되는 지구를 둘러싸서 하나로 모을 수 있어요. ‘손에 손잡고(Wrap Around the World)’는 5대양 6대주를 보자기로 부드럽게 싼다는 뜻입니다. 보자기는 용량에 제한 없이 이것저것 융통성 있게 담을 수 있는 무궁무진한 베리에이션을 지녔어요. 처음부터 틀을 정하지 않고 시작하는 예술도 참 재미있습니다. 나는 TV의 틀을 깨고 싶어요.” (1988년 서울 올림픽 기념 우주오페라 ‘손에 손잡고’를 공연하며)
“우리 청소년에게 맛있는 음식을 주려고 이 전람회를 끌어온 것이 아닙니다. 청년들에게 무슨 음식이나 깨뜨려 먹을 수 있는 강한 이빨을 주려고 이 고생스러운 쇼를 하고 있는 겁니다.” (1993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연 ‘휘트니 비엔날레 서울전’에 부쳐)
“내가 나이는 먹었어도 비디오 아트는 아직 유년기예요. 비디오 아트는 말하자면 2년마다 새로운 종류의 물감이 나올 정도로 빠르게 바뀌는 분야입니다. 나는 한 10년은 할 일이 남아 있어요.” (1995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