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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쉬고 또 마음도 쉬어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2호 03면

원철 지음『아름다운 인생은얼굴에 남는다』뜰 펴냄

민원철(49·조계종 총무원 재정국장) 스님은 불교계에서 글쟁이로 통한다. 해인사에서 펴내는 ‘월간 해인(海印)’ 편집장을 거치며 ‘글 잘 쓰는 스님’으로 호가 났다.

울림과 떨림 -한 주를 시작하는 작은 말

“생각을 날로 비우는 것이 수행이다. 글쓰기란 생각을 날로 더해 가는 일이다. 비우기와 더하기 사이에서 늘 타협해야 했다”고 토로했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마른 수건을 짜듯 한 줄 두 줄 써 내려”간 그의 글은 아는 이들 사이에서 ‘촌철활인(寸鐵活人)의 글맛!’(김선우 시인)으로 정평이 났다.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될 수 있다면 서 있는 그 자리가 바로 진리의 수행처”라 했던 임제 선사 말씀처럼 원철 스님은 글 쓰는 일로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절 집에서 나오는 말씀은 어렵다는 통념이 있다. 승가 사회의 구성원이 감정이 절제된 압축 언어를 좋아해 “진국으로 졸여 내는 훈련을 받은 탓”이다.

원철 스님 또한 경전과 선어록을 연구하고 강의한 학승이었으나 산에서 머물던 마음을 도시에 부린 몸으로 풀어 내는 솜씨가 똑 매화향이다.

도심 휴가철에 여행지로 내달리는 사람들을 보며 그는 석상 스님의 ‘휴거헐거(休去歇去·쉬고 또 쉬라)’ 한마디를 떠올리며 쓴다. “휴거헐거에 내 방식대로 해설을 달아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몸도 쉬고 또 마음도 쉬어라. 몸을 쉬는 일도 중요하지만 마음도 쉬어 주어야 제대로 쉬는 것이다.” 이름난 휴양지에 몸을 부렸더라도 마음속에 바위를 안고 떠났다면 번잡한 도시에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를 것이냐는 얘기다. “산에도 마을이 있고 마을에도 산이 있다”며 스님은 화두 하나를 던진다. “몸은 도심 속에 있으면서 마음으로 산을 만들어 낼 수만 있다면 어느 곳이든 휴가지가 될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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