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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BOOK] 피식 웃다보면 교훈은 저절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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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도둑 쫓은 방귀
윤동재 글, 김미아 그림, 지식산업사
104쪽, 9000원, 초등생

옛이야기 43편을 동시(童詩)에 담았다. 해학과 풍자·교훈 등이 고루 녹아있다. 익살스런 그림도 웃음을 더한다.

방랑시인 김삿갓이 시골마을 잔칫집에 간 이야기도 있다.

시 한 수 지어 올리겠다던 김삿갓. 회갑을 맞은 주인 할아버지를 가리키며 “저기 앉은 할아버지는 도무지 사람 같지 않소!”라고 첫 구를 읊자 잔칫집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재빨리 둘째 구. “엄연히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로구나!” 셋째 구도 지어보라 성화인 사람들에게 김삿갓은 “이 자리에 있는 이 집 아들 칠형제는 모두 도둑놈!”이란다. 무엇이 어쩌고 어째 하며 아들 형제들이 팔뚝을 걷어붙였는데. 얼른 넷째 구. “먹기만 하면 천년을 산다는 복숭아를 하늘에서 몰래 훔쳐다가 아버지 잡수시게 했구나!”

옛 사람의 기지가 빛나는 이야기는 또 있다. 조선시대 정만서란 사람이 밤 늦게 다니다가 순라군을 만났다. 화들짝 담장에 올라 두 손을 내린 채 아무 소리도 않고 있는 정만서. “순라군이 곁에 다가와서 거 누구요?/큰소리로 물었단다./정만서는 빨래입니다 했지./순라군이 빨래가 어떻게 말하는가 하니까/정만서는 통째로 말리는 빨래라 말한다고 했지.” (‘통째로 말리는 빨래’중)

‘둘러대는 말’ 역시 재치있는 에피소드다. 술에 취해 입궐하다 개울물에 빠진 손순효 대감. 젖은 옷을 보고 임금과 신하들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굴원을 만나보고 오느라 옷이 젖었다”는 게 손 대감의 변명이었다. 굴원은 모함으로 쫓겨났다 억울함을 참지 못해 강물에 몸을 던져 죽은 중국의 시인이다.

“굴원을 만나니 뭐라 하던가”란 한 신하의 질문에 “굴원이 자기는 어리석은 임금을 만나 물속으로 왔는데 자네는 지혜로운 임금님과 함께 지내면서 왜 여길 왔느냐고 하도 언짢아 하기에 얼른 돌아오는 길”이라고 했단다. 임금도, 신하도 모두 "허허” 웃을 수밖에.

글의 장르가 운문인 만큼 입말의 재미도 살아있다. 특히 “통골 통 생원 아들/통 도령//통 훈장네 글방에서/통감을 익히다가//초통에 불통이 돼서/대통에 골통을 맞아//대갈통이/올통볼통//분통이 터져서/두 발이 통통”(‘통골 통 생원 아들’) 에서 두드러진다. 잠자리 동화로 읽어줘도, 구연동화로 활용해도 좋겠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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