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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오스람배 우승 김승재 2단 프로입문 2년 만에 정상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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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샛별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만 16세의 김승재(사진) 2단. 25일 이원도 2단을 2 대 0으로 꺾고 제8기 오스람코리아배 신예최강전의 패권을 차지하며 강자 대열에 명함을 내밀었다. 어려서부터 발군의 재능을 보인 김승재는 양천 대일학원에서 박승문 6단과 옥득진 4단에게 훈련받았고 중학교 2학년이던 2006년 12월 프로에 입문했다. 2007년 비씨카드배 신인왕전 결승까지 갔다가 김기용 4단에게 졌고 올해는 전자랜드배 청룡왕전 결승에서 한상훈 3단에게 고배를 마셨으나 결국 프로 입문 2년이 채 안 돼 생애 첫 우승컵을 잡았다. 대회 직후 만난 김승재의 어투에선 활달하고 낙천적 성격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는 매섭게 추격해 오는 중국 바둑에 대한 대비책을 묻자 “연구생의 실력은 우리와 똑같다. 입단 문호를 넓혀 더 많은 유망주가 함께하는 게 유리하지 않을까”라고 밝혀 기자를 깜짝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우승까지 오는데 가장 힘들었던 관문은.

“결승전도 힘들었지만 강유택 초단과의 준결승전이 특이 험난했다. 어려운 바둑이었는데 운이 따라주었다.”

-한국 바둑은 이창호 9단, 이세돌 9단 등의 최상위급과 강동윤 8단, 김지석 6단 등의 고단자 신예들, 그리고 초·2단 강자들의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같은 초·2단 강자 중 라이벌이라 생각하는 기사는.

“최근에 입단한 기사는 누구라 할 것 없이 다 세다. 내가 우승은 했지만 실력은 다 비슷하고 당일의 운이 승부를 결정할 뿐이다. 사실은 연구생들도 실력이 다 비슷하다.”

-성격이나 기풍이 퍽 낙관적이란 평가인데. 고수들은 대체로 비관적인 성향을 띠지 않는가.

“낙관적인 정상급 선배 기사로 유창혁 9단과 조한승 9단이 있다.”

-중국 바둑의 추격이 기세다. 한·중 대결의 장래는 신예들의 힘이 결정할 텐데 중국을 이길 자신이 있나.

“중국 기사와 많이 둬보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엇비슷한 전력이 아닌가 싶다. 연구생까지 포함하면 우리가 좀 더 세지 않을까. 입단 문호를 넓혀 더 많은 강자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프로 입단이 하도 힘드니까 입단 전엔 문호 개방을 원해도 입단 후엔 생각이 바뀌는 것을 많이 봤다. 김승재 2단은 그런 점에서 좀 특이하다.

“실력은 비슷한데 나이가 차 어쩔 수 없이 바둑판을 떠나는 것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다. 강자들이 많이 들어와야 유망주도 많이 출현하고, 그래야 바둑이 더 재미있는 것 아닌가.”

-올해의 목표는.

“꾸준히 성적을 내고 싶고 우승도 많이 하고 싶다. 그러나 어려운 과제가 있다. 신예는 많지만 거기서 허물을 한 겹 벗고 정상권으로 들어서기란 매우 어렵다는 창하오 9단의 말에 공감한다. 한 겹의 허물을 어떻게 벗느냐, 그게 문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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