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현안 손발 묶였다

중앙일보

입력 2004.05.02 18:22

업데이트 2004.05.03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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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단체장의 총선 출마나 사망.구속 등으로 수장(首長)을 잃은 지방자치단체가 29곳에 이르면서 지방자치행정이 파행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대행이 단체장 재.보궐선거(6월 5일)에 출마하기 위해 물러나는 바람에 '대행의 대행'이 들어서야 한다.

비리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광주시와 경기도 화성시 등 7개 지자체 단체장들에 대한 재판은 언제 대법원에서 확정될지 알 수 없어 대행체제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이들 지역은 이번 재.보궐 선거지역도 아니다. 권한대행은 권한이 정지된 단체장이 복귀하거나 새 단체장이 선출될 때까지 일상적인 행정관리에 치중하기 때문에 소신있는 행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중요한 정책 결정이 미뤄지거나 새로운 사업의 시작이 늦어지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1년 이상 대행체제도=강원도 철원군의 경우 부군수가 지난해 2월부터 지금까지 군수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전남 화순군도 1년 넘게 대행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현재 지사.교육감 공석 상태에서 제주시장마저 도지사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산시장 권한대행인 행정부시장은 곧 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할 예정이다. 정무부시장은 같은 이유로 이미 사퇴했다. 기획관리실장(2급)이 새 시장이 선출될 때까지 시장과 행정.정무 부시장직 등 1인5역을 해야 할 처지다.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행정부지사도 도지사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이번주 초 사퇴할 예정이다. 전임 정무부지사는 지난해 말 사퇴했다.

◇각종 사업 줄줄이 연기=경남도의 경우 국제자동차 경주대회(F1) 개최 준비가 늦어지고 있다. 당초 김혁규 전 지사 시절 F1 개최권을 가진 외국 기업과 4월에 본계약을 마치기로 했으나 7월로 연기됐다. 그러나 후임 도지사 입후보 예상자들 가운데 일부가 "대회 개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백지화될 가능성도 있다.

경북 청도군의 경우 당초 지난 3월 개장하려던 상설 소 싸움장이 표류하고 있다.

강원도 철원군은 경원선 복원 등 국책사업은 물론 하수종말처리장, 군 사격장 이전 등 현안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행정이 파행을 면치 못하자 철원군 의회는 지난해 9월과 올 2월 군수 사퇴권고안을 결의하고 대법원에 재판을 신속하게 해줄 것을 건의했다. 선거를 다시 치르는 데 따르는 자치단체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기초단체의 경우 5억~10억원, 광역단체는 100억원 안팎의 선거비용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오는 6월 5일 광역단체 4곳, 기초단체 18곳에서 재.보궐 선거를 치르는 데 줄잡아 500억원 이상의 지방예산이 들어간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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