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환경 명소’ 꿈 부푼 우포늪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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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멸종위기 식물로 지정한 가시연꽃 잎 위에 앉아 먹이를 찾고 있는 우포늪의 백로. 백로는 긴 부리로 물속의 물고기를 낚아챈다. 아래 사진은 우포생태교육원을 찾은 초등학생들이 우명엄(61) 생태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는 장면. 지난 5월 문을 연 이 생태교육원에는 하루 500여 명의 학생이 다녀가고 있다. [창녕=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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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물속에서 괴물이 튀어 나올 것 같네요. 신비감이 도네요.”

일요일인 21일, 가시연꽃이 비단처럼 깔려 있는 경남 창녕군 우포늪. 관찰 데크에 올라선 어윤덕(38·경남 진해시 청안동)씨 가족이 감탄을 터뜨린다. 어머니와 부인, 세 살배기 아들과 함께 온 어씨는 “람사르 총회 참가자들이 둘러 볼 습지라 해서 창녕장에 왔다가 들렀다”고 말했다.

◆관심 높아진 우포늪=올 초 창녕군 유어면 세진리 10만6200㎡ 부지에 연면적 3303㎡(지상 2층) 규모의 우포늪 생태관이 문을 열었다. 117억원을 들여 늪에서 자라는 동식물 표본 전시관, 늪의 과거와 현재를 소개한 자료실, 사계 영상실 등을 갖췄다. 이곳에는 매달 1만여 명이 다녀가 그동안 입장료 수입만 1억여원을 올렸다. 5월에는 창녕군 교육청이 늪 입구에 우포생태교육원을 세웠다. 폐교를 고쳐 만든 이곳에는 지금까지 4만5000여 명의 학생이 다녀갔다.

‘환경 올림픽’으로 불리는 람사르 총회(10월 28일∼11월 4일)를 한 달여 앞두고 우포늪 일대에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주민들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우포늪이 이번 람사르 총회의 공식 탐방 습지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1억4000만 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우포늪은 창녕군 유어·이방·대합·대지면 등 231만㎡에 걸쳐 있다. 국내 최대의 내륙 습지로 꼽히는 이곳에는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가시연꽃 등 1000여 종의 생명체가 살고 있다. 1997년 7월 환경부가 자연생태 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했고, 98년 3월 람사르 협약 습지로 등록됐다.

우포늪이 살짝 보이는 유어면 세진리 둔터마을 산자락에는 중장비 소리가 요란하다. 람사르 총회에 맞춰 중국에서 기증받는 따오기를 번식시킬 따오기 종 복원센터 공사 현장이다. 창녕군이 16억원을 들여 부지 2만3000㎡에 검역동·부화장·사육장을 짓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5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기증을 약속한 따오기 한 쌍은 다음달 중순 우포늪에 도착할 예정이다. 한국 정부는 이번 총회 때 청정지역에서만 산다는 따오기의 복원 사업을 대대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들뜬 주민들=우포늪이 보이는 대대들의 논 6만6000㎡에서 쌀농사를 짓는 황규태(50)씨는 람사르 총회 개최로 인한 이 지역의 청정 이미지가 쌀값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씨는 “올해 450가마(80㎏)를 생산해 6000여만원의 소득이 예상되지만, 내년부터는 쌀값을 20∼30%쯤 올려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우포늪 생태관 앞에 5월 문을 연 ‘우포랑 따오기랑 식당’도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성황이다. 이 식당은 유어면 세진리 주민들이 공동 운영하면서 양파국수·논고동국 등 지역 특색을 살린 음식을 내놓고 있다. 주민 성기순(52·여)씨는 “주말이면 100여 명이 몰려와 매달 200만∼300여만원쯤 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우포늪의 친환경 이미지가 농산물 판매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민들은 내년부터 우포늪 주변에서 생산되는 양파와 마늘·쌀에 따오기 이름을 붙여 판매할 예정이다. 이인식(55) 람사르 총회 민간 추진위원장은 “한때 습지는 모기가 들끓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으나 람사르 총회를 계기로 그 중요성이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 사진=송봉근 기자



역대 최대 규모 … 한국, 논 습지 등록 안건 제출

 람사르 총회는 습지 보호를 위한 ‘람사르협약’ 회원국들이 협약 이행을 촉구하고 실행 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3년 주기로 연다. 이번 창원 총회는 10번째로, 아시아에서는 1993년 일본 구시로 총회에 이어 두 번째다. ‘건강한 습지, 건강한 인간’이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회의는 165개 회원·비회원국 정부 대표와 국제기구 및 NGO 관계자 등 2000여 명이 참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다.

다음달 28일 오후 5시 개회식을 시작으로 8일간 열리는 총회 기간에는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위한 다양한 의제들이 논의된다. 한국은 논을 람사르 협약 공식습지로 등록하자는 안건을 제출해 놓았다. 협약 가입 국가들의 습지 관리를 강화하는 창원선언문도 채택될 예정이다. 우포늪·순천만·주남저수지·낙동강 하구 등 국내 주요 습지를 둘러보는 생태 관광 탐방도 마련된다.

람사르 협약은 71년 2월 이란의 작은 도시 ‘람사르’에서 18개국이 모여 습지가 사라지는 데 공동 대응키로 협약을 맺은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식 명칭은 ‘물새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이라 부른다. 158개국이 가입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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