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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N씨 루머'후 황기순과 아내 윤혜경 부부 최초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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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중앙필리핀 원정 도박 사건 이후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던 눈물의 약속, 재혼 후 새 삶을 살아 보고 싶다는 황기순의 인간적인 고백에도 대중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아직도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느낀다. 녹록지 않은 인생이지만 고단하지만은 않은 것은 천사 같은 아내 덕분이다. 결혼 이후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그의 아내 윤혜경씨를 만났다.

취재_민은실 기자 사진_문덕관(studio lamp)

지난 8월 14일, 사이클을 타고 전국 각지를 누비며 거리 공연을 하는 개그맨 황기순(45)을 만나러 경기도 수원으로 향했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사랑 더하기’행사는 장애인을 돕기 위한 모금 활동. 무더운 여름, 고행이나 다름없는 전국 일주지만‘참회하며 살겠다’고 공언한 그에게는 즐거운 숙제이다.

“어제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출발했어요. 여름에 자전거 타다 보면 햇빛보다 지열 때문에 숨이 턱턱 막히거든요. 고맙게도 수원 다 도착 했을 때 시원하게 비가 내리더라고요(웃음).”

1997년 해외 원정 도박 사범으로 수배돼 1년 9개월 동안 필리핀에서 도피 생활을 하다 지난 1999년 자진 귀국, 징역 8월에 집행 유예 1년을 선고 받았다. 부랑자로 살았던 때보다 더 힘들었던 건 대중의 손가락질이었다.

“다 제가 저지른 과오인데 어쩌겠어요. 평생 죗값을 치르겠다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더 치열하게 살려고 노력했어요.”

동료 개그맨 김정렬과 주병진의 도움으로 청소기 사업을 시작한 뒤, 빚도 어느 정도 갚고,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3년 전에는 천상의 배필을 만나 재혼도 했다. 도박과 이혼이라는 아픔과 시련을 겪고 난 뒤 되찾은 행복. 7살 연하의 윤혜경씨(38)와 결혼할 때 그는 한껏 들뜨고 설렌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3년이 흐른 지금, 그는 어느 때보다 안정돼 보이고, 편안해 보였다.

“이번 행사에 아내도 함께 왔어요. 이런 말하면 팔불출인 거 아는데, 아내가 너무 착해요 (웃음).”

고등학교 미술교사인 윤씨는 방학을 맞아 남편이 앞장서는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하기로 한 것. 출발 직전 그녀는 15명의 참가자에게 선크림과 근육 이완제 연고를 발라 주었다. 전날 부상을 당한 개그맨 최영만의 상처에 붕대를 감아주는 모습은 마음씨 고운 양호선생같았다. 한 번도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녀와 수원에서 천안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 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사랑 더하기’행사 동반 나들이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남편에게 보내는 박수

“사이클 대장정 때문에 매해 여름휴가를 못 갔어요.처음엔 그게 서운하기도 했는데 작년에 동참해 보니까 휴가 갔다 오는 것 이상으로 큰 의미가 있던 걸요.”

서울을 출발해 수원, 천안, 대전, 전주, 광주, 대구, 부산 등지를 순회하는‘사랑 더하기’행사. 황기순은 한 구간씩 동참하는 100여 명의 동료 연예인들과 거리 공연을 해서 마련한 성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에 기증할 예정이다. 올해는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는 한 살짜리 어린이의 수술비도 지원할 계획이다.

해외 원정 도박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그가 팬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시작해 2005년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사회 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내로서 걱정도 되고, 처음엔 이해가 안 됐어요. 왜 이렇게 더울 때 그것도 장기간 꼭 해야 하나. 처음에는 남편이 이미지 회복을 위해 휠체어 대장정을 했는데, 자기가 베푼 것보다 얻은 게 더 많다고 하더라고요. 뜨거운 날씨에 힘들기도 하지만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어려웠을 때 생각도 나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게 된대요.”

고개를 끄덕이던 그도 한마디 덧붙였다. “처음에 휠체어를 타고 전국을 돌 때 여름에 시작해서 가을에 끝났어요. 여름이 지나니까 땀도 안 나고 고행이 아닌 여행하는 기분이더라고요. 그래서 사이클로 바꾸고 일정을 한여름, 보름 정도로 타이트하게 바꿨죠. 물론 뙤약볕 아래 달리는 게 힘들긴 하지만 모금함을 열어서 장애인 분들에게 휠체어를 전해 드릴때 고단함이 한순간에 사라지더라고요.” 때때로 어떤 사람들은 그의 이런 활동에 대해 쇼맨십이 아니냐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거리 공연 할 때‘이걸 하면 돈이 나오냐 밥이 나오냐. 왜 시끄럽게 이러느냐’며 핀잔을 주기도 하고, 실제로 남편이 경찰서에 갔다 온 일도 있어요.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남편이 매년 이걸 하는 건 본인의 의지도 더 강해지고, 나눔의 기쁨을 즐기고 싶어서인 것 같아요.”

그는 이 행사를 위해 3개월 동안 준비를 했다. 일정과 거리 공연 프로그램도 직접 기획하고, 장소와 연예인 섭외도 손수 다 했다.

“봄이 지나면‘사이클 해야지’하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혼자서는 할 수 없죠. 아내도 많이 도와주고, 4~5년 동안 자원봉사하는 분들도 힘을 많이 실어 주세요. 오랫동안 봉사한 분들이 자녀까지 데리고 오다 보니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고 좋아요. 보름 동안‘빡세게’달리고 오면 1년치 에너지가 충전되는 기분이에요. 하하.”

오랜 도피 생활로 인해 건강이 좋지 않은데도 의욕과 열정이 넘치는 남편이 그저 대견하다는 아내. 출발 3일 전, 심한 근육통으로 걷지 도 못하는 남편을 보며 그녀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

“며칠 전에는 심한 근육통이 와서 응급실에 갔는데 휠체어 타고 CT 촬영하는 모습을 보 니까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그래도 남편은 지금이 제일 행복하대요(웃음).”

“침도 맞고, 아내가 찜질도 해주고, 그래서 금방 나았어요. 지금껏 소위 단맛, 쓴맛 다 봤잖아요.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단맛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사람들은 경험해 보지 않고도 그걸 다 아는데, 제가 좀 어리석은 편이라…. 일시적인 쾌락을 위해 사는 것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면서 사는 게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 이제는 알 것 같아요. 마흔이 넘어서야 철이 든거죠 뭐.”

‘N씨 10억원 수수설’악성 루머로 마음고생
과거의 상처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부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경기도 평택을 지났다. 자전거를 타고 앞서 달리는 남편을 유심히 바라보며 컨디션을 체크하는 그녀의 눈빛에서 깊은 배려심이 느껴졌다. 정오가 지나자 그녀는“점심 식사를 준비해야겠다”며 1번 국도 한편에 차를 세워 놓고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어렵게 시작한 결혼 생활, 줄곧 부부에게 망령처럼 따라다녔던 과거의 멍에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서 그늘을 찾아볼 수 없었다.

“남편이 워낙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다 보니, 결혼 생활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여느 부부처럼 평범하게 살고 있는데 세간의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남편의 극진한 사랑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데도, 사람들의 걱정과 우려의 눈빛이 때때로 불편하고 부담스러웠다. 달콤한 신혼 생활, 로맨틱한 남편 자랑을 하는 것이 조심스러워 말을 아끼게 된다는 그녀. 교직에 몸담고 있는 그녀는 학생들과 동료들에게조차 남편에 대한 이야기는 함구하고 있다.

“행복이라는 게 보여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잖아요. 하고 싶은 말을 꾹꾹 눌러 참으며 은둔 생활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공과 사를 구분하고 싶어서 말을 아끼는 것 뿐이에요.”

여자들은 남자가 결혼과 동시에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만 잘 안 바뀌고, 남자들은 여자가 결혼 후에도 절대 안 바뀐다고 생각하지만 환경에 따라 바뀌는 게 여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녀는 변함없는 남편에게 그저 고맙단다.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에요. 퇴근 후에 배가 고픈데도 제가 식사를 한 것 같으면 배고프다는 말도 안 하고 굶는 미련한 구석도 있고요. 제가 7살이나 어린데도 아직도 제게 존칭을 써요. 이사람 만난 건 축복인것 같아요(웃음).”

남편과의 결혼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는 그녀. 그러나 남편을 둘러싼 악성 루머로 적잖이 마음고생을 한 것은 사실이다. 재혼 후, 그의 전처와 톱가수 N씨의 간통설, N씨로부터 10억원을 받고 입을 다물었다는 루머에 시달려 온 것. 급기야 가족과 사업 동료까지 무책임한 악플로 고통받는 것을 참을 수 없어 그는 네티즌을‘명예 훼손 및 허위 사실 유포’혐의로 형사 고소를 하기도 했다.

“올 초에 남편과 미국 워싱턴에 갔는데 거기서 그 루머를 들었어요. 남편은 자신보다 제가 상처받을까봐 더 걱정을 하더라고요. 누구에게나 아픈 과거는 있게 마련이잖아요. 남편의 지난 아픔을 다 알고 결혼한 거였기 때문에 크게 집착하거나 동요되지는 않아요. 언론과 네티즌에게 뭇매를 맞는 남편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을 잃을까, 그게 걱정 될뿐이에요.”

그도 감정을 억누르며 말을 이어갔다. “아직도 수사가 진행 중이에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놓고, 왜 또 일을 크게 벌이느냐고 눈살을 찌푸리는 분들도 계세요. 하지만 전 결코 10억원을 받은 적도 없고, 그렇게 치사한 짓은 하지 않았거든요. 마음 잡고 잘 살아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제가 사람들 에게 비겁한 사람으로 비쳐지는 게 싫었고, 다시 한 번 아내와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기 싫었어요. 꼭 억울한 오명을 벗고 싶어요.”

깜짝 선물로 감동을 선물하는 로맨티스트
남편 유산의 아픔으로 더욱 깊어진 부부애

‘주홍 글씨’처럼 따라다니는 과거의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것이 그의 솔직한 심정이다.

“아내한테 고마운 거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죠. 짐승도 예뻐해 주면 꼬리를 흔들고 반기는데, 사람이야 오죽하겠어요. 아내의 절대적인 믿음으로 제가 더 착해지는 것 같아요. 믿어주니까 더 믿게 하고 싶어서 더 착하게 살게 되는 거 있잖아요.”

식사를 마치고 그는 다시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저녁 6시, 천안 공연을 하려면 부지런히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아내는 남편의 근육통이 걱정되는지 근육 이완제 연고를 종아리에 발라 주며 정성껏 마사지 해 주었다.

점점 햇살이 강해지더니 체감 온도가 40도를 웃돌았다. ‘밥심’으로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앞서 달리는 남편을 바라보며 다시 차에 오르는 그녀. 이번엔 마음껏 남편 자랑을 해보라고 했다. 그녀는 연신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로맨틱한 남편 자랑을 이어갔다.

“저보다 남편이 더 아기자기해요. 새벽에 출근하려고 주차장에 가면 백미러에 편지가 붙어 있어요.‘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 힘내라’는 내용이죠. 가끔 남편이 새벽에 들어 올 땐 24시간 여는 김밥 집에서 김밥을 사 갖고 와서 현관에 걸어 놔요. 출근길에 먹으라고요. 거창한 이벤트나 비싼 선물은 아니지만 언제나 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너무 고마워요.”

한번은 지나친 아내 사랑으로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한 적도 있었다. “남편 사업 때문에 외국에서 기업가들과 부부 동반 만찬이 있었어요. 전 연애할 때부터 지금까지 비빔밥을 비벼 본 적도 없고 생선 가시를 발라 본 적도 없어요. 남편이 다 해 줬거든요. 그때도 남편이 늘 하던 대로 생선을 발라서 자꾸 내 밥 위에 올려 주니까 옆에 있던 분이 화를 내더라고요.‘ 당신 때문에 대한민국 여자들이 다 그래 주길 바란다’고요. 식사하던 분들도 그 얘길 듣고 다 웃으시더라고요.‘ 아, 내가 이 남자한테 아주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구나’라는생각이들던걸요(웃음).”

그는 가정적인 남편이다. 아직 남은 부채 때문에 1년 365일 쉬는 날 없이 일을 하면서도 아내를 항상 우선순위로 생각한다. 뒤늦게 되찾은 행복, 완벽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던 그는 결혼 이후‘빨리 아빠가 되고 싶다’는 말을 자주하곤했다.

“기반을 잡아 놓은 상황에서 결혼을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아이를 낳으면 남편한테 짐이 될까봐 1~2년 정도 미뤘어요. 이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으니까, 노력해 봐야죠.”

사실 두 사람은 한 달 전, 유산의 아픔을 겪었다. 너무 원했던 아이인 만큼 부부의 상심은 컸다. 그는 건강이 그다지 좋지 않은 아내가 이번 행사에 동참한 것이 내내 미안하고, 고맙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저희 부부는 우여곡절을 참 많이 겪었지만 그때마다 믿음이 더 단단해지는 것 같아요. 건강이 회복되면 우리랑 인연이 맞는 아이가 또 생기겠죠. 아내를 꼭 닮았으면 좋겠어요(웃음).”

그는 착한 아빠가 되고 싶단다. 현직 교사인 그녀 역시 자녀 교육에 대한 계획이 남달랐다. “어렸을 때 시골 외가댁에서 자연을 벗 삼아 토마토도 따 먹고 개구리 잡으며 놀았던 기억이 생생해요.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자연 공부를 많이 하고 싶어요. 너른 벌판에서 뛰어놀고, 곤충도 관찰하고요. 매년 여름에는 남편이랑 사이클 대장정도 꼭 함께 할 거예요.” 두 사람은 서로“자기가 더 복 받은 사람이다"라는 말을 했다. 절망의 끝자락에 서 본 사람만이 아는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듯했다.

천안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마지막 인사를 건넨 그녀는 자전거 일주가 끝나면 꼭 일산 신혼 집에 초대하겠다고 했다. 길거리에서 끓여 먹었던 라면이 마음이 걸렸던지 따뜻한 밥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아내의 이런 깊은 배려심과 따뜻한 마음 때문에 그에게 하루하루가 더욱 값지고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이 아닐까. 그는 더욱 힘차게 페달을 밟아 천안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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