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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공부] 소리 내어 읽고 생각하면 기억력 향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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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전문가들은 “배경지식이 많으면 읽기 능력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대곡초교 5학년 신지희양右이 김명미 독서교육연구소장으로부터 교과서 읽는 법을 배우고 있다. [사진=오상민 기자]

 계산을 잘하는 김정식(초5·가명)군이 지난 학기 때 받은 수학 점수는 55점이다. 이민혜(초6·가명)양은 일주일에 5권 넘게 책을 읽지만 3학년 2학기 이후 국어 과목에서 평균 60점 이상 받은 적이 없다. “문제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지문이 길어 읽다 보면 앞부분을 잊어버려요.” 이달 말 2학기 중간고사를 앞둔 두 학생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두 학생의 공통점은 ‘읽기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읽기능력이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책을 많이 읽고, 공부시간도 긴데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면 ‘읽기’는 됐지만 완전한 ‘이해’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가톨릭대 교육대학원 독서교육학과 정옥년 교수는 “책을 읽는 어린이는 많지만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아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며 “글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추론하고 예측하며 종합하는 읽기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기=양현제독서교육연구소 김명미 소장은 “ ‘소리 내어 생각하기’ 방법으로 읽기능력을 키우라”고 조언했다. 글을 읽다 궁금한 내용이나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소리 내어 말하는 것이다.

예컨대 책을 읽다 스토리텔링이란 낱말이 나오면 “스토리텔링이 뭐지? 정보를 이야기로 만들어 전달한다는 뜻인가? 국어사전에서 찾아봐야겠네”라며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입으로 말하면서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게 김 소장의 당부다.

글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 종합적 사고력이 높아진다. 예컨대 “주인공이 왜 저런 행동을 하지? 왜 저런 말을 할까? 나라면 어떨까? 이야기 결말을 바꿔 볼까?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뭐지?” 등을 스스로에게 계속 물으며 읽으면 좋다는 것이다.

배경지식이 많으면 읽기능력이 높아진다. 글을 정확히 읽는 데 배경지식이 도움을 준다는 얘기다. 예컨대 옛 이야기를 많이 읽는 어린이는 권선징악 등 이야기 구조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주인공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 누구의 도움을 받을지를 예측하며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읽기능력을 키우기 위해 ‘KWL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글을 읽기 전 주제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떠올리고(Know), 글에서 알고 싶은 게 뭔지(Want to know) 생각한다. 글을 읽으며 자신이 알고 있는 게 맞는지 살펴보고 다 읽은 뒤엔 내용을 정리(Learned)하라는 것이다.

어휘력은 읽기능력의 필수 요소다. 정 교수는 “‘미국과 한국의 교육방식의 차이점을 비교하라’는 문제가 나왔을 때 ‘차이’나 ‘비교’의 뜻을 몰라 손도 대지 못하는 어린이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어휘력을 높이려면 모르는 낱말이 나왔을 때 문장 속에서 의미를 예측한 뒤 그 낱말 대신 넣어 보며 확인하면 좋다”고 덧붙였다.


◆교과서도 과목별 읽는 방법 달라=전문가들은 “교과서도 과목에 따라 읽는 방법이 다르다”고 말한다. 사회 교과서에는 ‘~을 알아보자’ ‘~를 조사해보자’는 문구가 많이 실려 있다. 탐구·활동을 통해 지식을 알아 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는 그림·사진·도표·지도가 많이 실려 있기 때문에 자료를 읽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래프는 본문과 연관지어 생각하고, 지도는 그 의미를 생각하며 읽는다. 김 소장은 “사회과부도와 친해지면 지도 읽는 법을 익힐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과학 교과서는 실험이나 관찰을 통해 과학 현상이나 지식을 알도록 구성돼 있다. 특히 과학은 텍스트가 많지 않다.

교과서를 읽을 때 질문을 던져 보면 효과적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지? 다른 방법으로 실험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궁금증을 갖고 실험을 하면 과학 지식을 쌓게 된다는 얘기다.

어떤 종류의 글이냐에 따라 읽기능력을 키우는 법도 다르다. 창작·명작 이야기는 저자가 어떤 목적으로 글을 썼는지, 공간·시간적 배경, 인물의 성격, 줄거리를 간추리며 읽는 연습을 하면 읽기능력이 좋아진다. 고전·역사는 시대적 배경이나 사건의 배경과 원인을 파악하며 읽는다. 정 교수는 “역사적 사건은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며 “인물을 탐구하며 읽는 게 읽기능력을 키우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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