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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8·15께 뇌졸중 쓰러져 뇌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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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15일께 뇌졸중으로 쓰러져 뇌수술을 받았다고 10일 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확인했다.

이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8월 15일께 쓰러졌다”며 “전 세계에서 여러 의사들이 (북한으로) 불려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뇌수술이다 보니 회복세를 파악하긴 쉽지 않았으나 김 위원장이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중국 의사의 경우 현재 (북한에)체류하며 김 위원장의 건강을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가정보원은 이날 오후 비공개로 열린 국회 정보위에서 김 위원장이 8월 14일 이후 순환기 계통에 이상이 생겨 외국 의료진에 의해 수술을 받았고, 현재 호전된 상태라고 보고했다. 김성호 국정원장은 김 위원장의 구체적인 병명에 대해 “뇌졸중 또는 뇌일혈로 보이나 하나로 특정하긴 어려운 상태”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측은 특히 김 위원장의 상태에 대해 “밖으로 다닐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의식이 있고 언어에 장애가 없다”며 “북한 내부에 동요가 전혀 없고 권력 공백기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또 발병 당시 김 위원장이 의식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했다. 한 정보위원은 “국정원이 ‘(김 위원장이)의식을 잃었다는 것’은 국익을 고려해 얘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의식이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또 다른 복수의 정보위원은 “김 위원장이 2000년 이후 같은 순환계 질환(심장병을 지칭)으로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는 국정원의 보고가 있었다”며 “김 위원장이 여전히 국가 통제력을 잃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또 다른 고위 당국자도 “현재 김 위원장이 의식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확하게 어떤 상태인지, 어느 곳에서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한·미 양국의 정보 라인이 총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보 관계자는 “폐쇄된 북한 체제의 특성상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평소 심장이 좋지 않았던 김 위원장이 스탠트 시술(혈관확장술)을 받았다는 정보도 들어오고 있어 현재 그의 상황이 예상보다 경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회의를 긴급 주재해 김 위원장의 건강 관련 상황을 점검했으며, 오후 8시 외교안보장관회의를 긴급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중병설에 대해 상당히 오래전에 관련 정보를 입수해 면밀하게 점검해 왔다”며 “정부 당국으로선 북한의 9·9절 행사가 매우 중요한 행사지만 (김 위원장이)불참할 가능성이 있다고 상당 부분 예견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해 왔다”고 소개했다. 이어 “앞으로 상황의 진전에 맞춰 빈틈없는 준비와 대응 체제를 갖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북한 권력 서열 2인자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이날 평양에서 교도통신 기자와 만나 “김정일 위원장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37)씨가 최근 주거지인 중국 베이징을 떠나 평양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정보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에 거주하던 정남씨가 현재 평양에 체류 중이라는 보고가 있었다”며 “정남씨가 예전에도 평양을 들락거리기는 했지만 이번처럼 오래 머무는 경우는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군 “평시 수준 감시태세 유지”=한·미 정보당국은 김 위원장이 뇌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군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군 고위 관계자가 이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군은 평시 수준의 대북 정보감시 태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면서 “북한군의 특이동향은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연합사령부는 대북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WATCHCON)을 평시 수준인 Ⅲ단계로 유지하면서도 정찰위성·유인정찰기 U-2와 같은 대북 정보 탐지장비의 가동률은 평소보다 높인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군 당국은 방어준비태세인 데프콘(DEFCON)은 평소와 같이 Ⅳ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데프콘은 군사적인 상황이 예상될 때 ‘Ⅲ→Ⅱ→Ⅰ’으로 격상되며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이 합참의장에서 한미연합사령관으로 넘어간다. 

최상연·고정애·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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