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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공들인 참게, 임진강 어민 먹여 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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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일 오전 6시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두지리 임진강. 이른 아침부터 어민 두 명은 1t짜리 어선을 타고 그물질에 여념이 없다. 참게 통발을 걷어 올리자 참게가 가득 들어 있다. 이들은 이날 5시간 동안 통발 200여 개에서 모두 400여 마리, 30㎏의 참게를 걷어 올렸다. 어민 장석진(44)씨는 “10여 년 전에 비하면 가격이 턱없이 떨어졌지만 어획량이 크게 늘어 소득은 비교할 수 없이 높아졌다”며 좋아한다. 참게철이 시작된 요즘 임진강 참게 가격은 ㎏당 2만5000원 선. 마리당으로 환산하면 2500원 선에 불과하다.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임진강에서 어민 이정환·장은배·장석진(왼쪽부터)씨가 그물에 걸린 참게를 걷어 올리고 있다. [전익진 기자]

임진강 지역(파주시·연천군) 어민들이 ‘기르는 민물고기 어업’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바다와 같이 광활한 한강 하구와 만나 서해로 들어가는 임진강은 강과 서해를 오가며 서식하고 산란과 월동을 하는 참게와 황복에게는 최상의 서식 환경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상류 한탄강과 신천 등지의 강물이 오염되면서 참게와 황복은 급격히 자취를 감췄다. 어민들은 어획고가 급격히 줄자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하루 온종일 그물질을 해도 참게 몇 마리를 잡기도 어려웠다고 한다. 이같이 참게가 자취를 감춰 버리자 당시 참게 가격은 ‘금게’ 대접을 받으며 한 마리에 1만7000원 선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에 고심하던 경기도와 파주시·연천군은 민물고기를 기르는 어업으로 바꾸기로 했다. 토종 물고기를 인공 부화해 기른 뒤 어린 물고기(치어)를 하천에 방류해 어족 자원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97년 처음으로 어린 참게 9만6000마리와 메기 4만1000마리를 임진강에 방류했다. 이후 방류량과 어종 수를 늘려 나갔다. 2003년부터는 50만 마리를 시작으로 매년 임진강에 황복 치어를 풀어 놓고 있다.

어민 김광현(50)씨는 “치어 방류 초기만 해도 공연한 예산 낭비가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졌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방류한 어린 물고기가 자라서 돌아오고, 이 물고기가 새끼를 치면서 어획량은 예상치 못했던 만큼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류사업으로 어민들에게 가장 큰 소득을 안겨다 준 어종은 참게와 황복. 임진강 고급 어종의 대표 격인 참게와 황복은 요즘 300여 명 어민을 먹여 살리는 확실한 소득원으로 자리를 굳혔다. 지난해 참게는 70t에 17억5000만원, 황복은 11.2t 11억원(위판가격 기준)어치가 잡혀 시중에 판매됐다.

어민들은 몸통 직경 4㎝ 이하의 참게, 몸길이 20㎝ 이하의 황복은 그물구멍 크기를 조절해 잡지 않는다. 치어가 잡히더라도 곧바로 놓아준다. 치어 방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장석진씨는 “매년 봄이면 황복, 가을이면 참게가 그물 가득히 올라오고 연중 장어·쏘가리 같은 다양한 민물고기가 풍성하게 잡힌다”며 “어민들은 1인당 연평균 소득 3000만∼5000만원의 절반가량을 황복과 참게잡이로 충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는 임진강·한강·북한강·남한강·한탄강 등 5개 하천에서 96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63억8000여만원을 들여 참게·황복·메기 등 11종류 6344만 마리를 방류했다.

파주·연천=전익진 기자

◆임진강 민물 참게와 황복=참게는 5월 초 임진강을 따라 올라온 뒤 9월∼11월 중순 산란과 월동을 위해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강화도 인근으로 돌아간다. 다 자란 3년생 민물 참게는 길이 8∼10㎝, 무게 100g 정도 된다. 황복은 강에서 부화 후 바다로 나가 3년 동안 25∼30㎝의 성어로 자란 뒤 보통 4월 초부터 6월 중순까지 강으로 올라와 산란하고 다시 바다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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