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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기쁨 <78>디저트보다 달콤한 스위트 와인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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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호 32면

세상에는 술을 잘 마시면서 단것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 꽤 있다. 나는 술은 좋아하지만 단것은 싫어한다. 사람들을 만나 함께 디저트를 먹기는 해도 내 손으로 사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똑같이 단것이라도 와인은 별개다. 달달한 디저트를 먹었을 때와 같은 느끼한 뒷맛이 스위트 와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스위트 와인은 마치 하룻밤 사랑처럼 꿀과 아카시아와 남방계 과일의 선명하고 강렬한 향기를 동반하며 혀를 황금 베일로 감싸는가 싶으면 이내 아름답고 안타까운 여운을 남기고 바람처럼 지나가 버린다. 이 독특한 여운의 포로가 된 나는 매운 음식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스위트 와인만큼은 예외적으로 편애한다. 스위트 와인에 곁들이면 싫어하는 달콤한 디저트도 맛있게 느껴지니 참으로 신기한 노릇이다.

스위트 와인의 대표는 귀부균이 붙은 포도로 만드는 ‘귀부 와인’이다. 귀부균이 포도 알에 붙으면 균이 포도껍질에 무수히 많은 작은 구멍을 낸다. 그 구멍을 통해 수분이 증발하면서 과즙이 농축되는데 이 농축 과즙을 양조하면 당도가 높은 스위트 와인이 나온다.

귀부 와인으로 유명한 소테른의 ‘샤토 뤼섹’.

독일과 캐나다에서는 겨울이 되어도 포도를 수확하지 않고 그냥 얼린다. 이렇게 언 포도를 짜면 진한 과즙을 얻을 수 있다. 이것으로 만든 것이 아이스 와인이다. 그 밖에도 스페인의 포트와인, 이탈리아의 빈산토 등 다양한 스위트 와인이 세계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대신 과즙이 적어 포도가 대량으로 들어가는 데다 귀부 와인과 아이스 와인용 포도는 기후에 따라 수확량이 증감하므로 스위트 와인은 대체적으로 가격이 비싸다. 귀부 와인의 왕 ‘샤토 디켐’은 하프 보틀 사이즈로도 1만 엔이 넘는다.

그래서 내가 “귀부 와인만이라도 마셔봐”라고 권하면 친구들은 “귀부 와인은 비싸서”라고 손을 내젓는다. 하지만 신대륙 일부와 헝가리의 토카이, 프랑스의 소테른 지구에서 가까운 카디약 마을에서는 5000엔 이하의 귀부 와인을 판매한다. 스위트 와인의 본고장 소테른에도 등급은 없지만 ‘샤토 캉트그릴’같이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난 귀부 와인이 있다. 게다가 스위트 와인은 굳이 750mL 풀 보틀을 사지 않더라도 하프 사이즈로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하프 보틀이면 소테른의 ‘샤토 뤼섹’을 4000엔대에 살 수 있다. 그것도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뤼섹의 세컨드 와인 ‘레 카름 드 뤼섹’을 추천한다. 생산연도에 따라서는 2000엔대에 구입할 수 있으니 본격적인 스위트 와인의 세계를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스위트 와인과 음식을 맞추는 요령은 달콤한 디저트나 완숙 과일을 곁들이는 것이 기본이다. 혹은 블루치즈처럼 짭짜름한 맛이 강한 치즈에 꿀을 발라 먹는 것도 괜찮다. 이번 여름에는 귀부 와인을 시중에서 판매하는 망고 셔벗에 부어 먹어봤더니 무척 맛있었다.

즐기는 방법도 다양한 스위트 와인을 아직 경험하지 못한 분이라면 레스토랑에서 글라스로 한 잔 주문해 이 감미로운 세계를 엿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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