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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약한 급우 학대 뒤늦은 후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우리 아이들이 이런 무서운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기지 않아요.철없는 행동으로 피해 학생에게 엄청난 상처를 준데 대해 깊이 죄책감을 느낍니다.』 급우 집단 학대사건의 가해학생 학부모들은 한결같이 그동안의 아이들 학교생활에 대한 무관심을 후회하고 있었다.
『학교에 불려가 아들이 장난을 심하게 쳤다는 얘기를 들었어요.학교에서도 「별거 아니고 곧 풀려난다」라고만 말해 구체적으로어떤 일을 저질렀는지는 한참 뒤에야 알았지요.』 이 때문에 이들은 자식들이 경찰에 고발된 뒤에도 결코 혐의사실이 믿기지 않았지만 재판이 진행되면서 조금씩 자식들의 잘못을 인정치 않을 수 없더라고 했다.
자식들이 경찰에 고발된 뒤에도 혐의사실을 믿지 못하다 재판이진행되면서 조금씩 자식들의 잘못을 인정치 않을 수 없었고 소년원송치 결정을 받고는 학교와 선생님에게만 아이를 내맡겨두고 시험성적외에는 관심을 갖지 않아온 책임을 통감하게 됐다고 했다.
『우리 아이들이 마치 「극악한 문제아」로 생각될지 모르지만 사실은 평범한 가정에서 정상적으로 자란 보통 아이들입니다.그런아이들이 자기보다 약한 친구를 동정하고 도와주기보다 미워하고 괴롭혔어요.돌이켜보니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그런 것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어른들의 책임이 더 큽니다.』 우등생으로 반장까지 지낸 A군(17)의 어머니 安모(40)씨는 특히 자녀 교육문제 만큼은 어느 부모도 장담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부모들의 반성과 함께 A군은 지난달 피해학생에게 사과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XX야.내가 너에게 저지른 일이 얼마나 엄청난 잘못인지 이제야 깨닫고 있단다.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구나.용서받을 수만 있다면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싶다.…나는 이곳에서 날마다 심성훈련.정신교육 등을 통해 새로 태어나고 있 단다.앞으로는 약한 자를 돕는 진정한 새사람이 될거야.』 A군과 부모의 후회는 어쩌면 이 시대 많은 부모들의 것일지도 모른다.
정제원.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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