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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기숙형 공립고가 성공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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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농촌 기숙형 고교는 신축 또는 리모델링과 증축을 통해 현대식 기숙사 시설을 갖추게 된다. 아울러 교장 공모제, 교원 초빙제를 통해 우수한 경영진과 교수진을 구성하게 된다. 지방자치단체, 동문회, 지역 장학재단 등 지역사회 여러 기관의 지원하에 농촌의 우수 고교로 발전해 우수 인재의 도시 유출을 막고, 오히려 인재들이 돌아오고 찾아오게 만드는 곳으로 만들 수 있다.

학생들은 기숙사 생활을 통해 일상적인 등·하교에 따른 불필요한 시간을 절약하고 방과후, 주말, 그리고 방학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학교가 학생들의 숙식·상담·여가생활 등과 관련해 학생들을 돌보는 역할을 떠맡게 되어 학부모의 자녀교육에 대한 부담을 한껏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은 물론 재학생들에게 기숙사비를 포함해 연간 적정 경비의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경제적 부담 없이 학업에 전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숙형 고등학교에 대한 우려 또한 없지 않다. 필자는 교육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그에 대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기숙형 공립 고등학교가 대학입학 실적에 연연하면서 과도한 입시 위주 교육에 몰입하고 이른바 기숙형 입시학원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따라서 과도한 야간 자율학습을 자발적으로 제한하고,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선 학습능력 강화와 함께 개인 특기적성 신장, 인성과 덕성 함양, 단체의식 함양, 선후배 의식 함양을 위한 프로그램을 충실히 운영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둘째, 농촌지역 1군에 1개교의 공립 고등학교에 기숙사 시설을 지원함으로써 지원을 받지 못하는 학교는 상대적으로 더욱 열악한 여건에 처하게 되어 오히려 동일 지역에서 교육여건의 불균형을 부채질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할 수 있다. 특히 공립 고등학교만 지원해 공사립 학교 간의 격차를 유발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2단계 사업 추진에서는 공사립 균형 발전을 위해 동일 지역 사립고에 대한 지원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사학 관계자들의 강력한 지원 요청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농촌지역의 실정에 따라 복수 기숙형 학교체제를 구상할 필요가 있다.

셋째, 기숙형 학교 만들기 사업이 대선 공약에 의해 농촌지역 학교에 기숙사 시설을 갖춰주는 일회적인 선심성 지원으로 그칠 우려가 있다.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통해 우수 인재를 길러내는 명문고로 도약할 수 있는 전기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지역과 학교 당국의 적극적인 동참이 요구된다. 그들이 기숙형 공립 고등학교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임연기 공주대 교육학과 교수 국가농산어촌교육발전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