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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도로 울퉁, 찻길 곡예 “자전거 출근은 아직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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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광주시 남구 대남로의 자전거도로는 곳곳이 인근 상가나 사무실에서 차량들을 세워 놓는 바람에 자전거 통행이 지장을 받고 있다. [사진=프리랜서 장정필]

기름 값이 많이 오르자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자전거를 타자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21일 바퀴 지름 20인치짜리의 미니 벨로를 타고 출근을 해 봤다. 코스는 광주시 동구 운림동에서 광주천 둔치 길과 남구 양림동 제1순환도로, 월산동 대남로를 거쳐 사무실이 있는 서구 농성동 상공회의소빌딩까지 약 6.2㎞.

◇운림중~배고픈다리~학동삼거리역~방림교=운림중 앞에서 도로 오른편을 선택했다. 배고픈다리까지는 자전거도로가 있는 데다 내리막길이어서 상쾌하게 달렸다. 다만 무등보육원 앞 등 턱이 있는 곳들에서 덜컹거리는 게 싫었다.

배고픈다리를 지나 일방도로는 자전거도로가 따로 없었다. 인도로 올라 보도블럭 위를 달리자니, 승차감이 나빴다. 학운성당 앞 등은 넓지 않은 인도 중간에 가로수가 버티고 있어 통행 폭이 1m가 채 안됐다. 보행자를 만나면 브레이크를 잡아야 했다.

학동삼거리역(증심사입구역) 사거리의 큰길 횡단보도를 건너 광주천 방향의 왕복 2차로는 인도도 폭이 아주 좁고 일부는 가로수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차도를 자동차들과 함께 달렸다. 주차 차량들 때문에 차도 통행마저 곤란했다. 이들 차량을 피하느라 고개를 뒤로 돌려 자동차가 오는지 확인하고 차도 안쪽으로 갈 때는 사고 위험에 절로 긴장됐다.

◇방림교~남광교=방림교를 건너 광주천 서편 둔치로 내려갔다. 둔치에 교각을 세우고 상판을 얹어 만든 천변우로의 하부에 난 자전거도로는 노면이 매끄럽고 햇볕까지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400m 정도를 지나 학림교 밑에서 끝이나 폭 3m쯤의 둔치 산책로로 나왔다. 사람과 자전거가 함께 통행하고 교행하기에는 좀 좁았다. 그래도 광주천 물길을 따라 녹색 풀들을 바라보면 페달을 밟자니 가슴이 시원했다. 노면은 곳곳이 닳고 패여 있었다.

남광교 아래에서 도로 위로 올라와 만난 횡단보도. 인도와 차도 사이 턱의 높이가 10㎝ 이상이었다. 콘크리트로 각을 대충 줄여 놓아 자전거를 탄 채 지나기엔 위험했다.

◇남광교~백운광장=제1순환도로 구간은 오른쪽(북편) 길을 탔다. 인도는 폭이 아주 좁아 경전선 철로 폐선부지를 활용해 만든 푸른길로 올라섰다.

나무들 사이로 난 길을 걷는 이들에게 자전거가 방해를 주는 것 같아 눈치가 보였다. 200m가량 지나 양림 주공아파트 입구부터는 자전거도로가 나 있었다. 양편 가로수들이 그늘까지 만들어 줘 좋았지만 바닥 곳곳이 튀어 올라와 있었다. 밤에 멋모르고 달리다간 고꾸라지기 십상이었다. 백운광장을 150m 앞에선 자전거도로가 없어졌고 다시 푸른길로 바꿔 보행자들을 주의하며 페달을 밟았다.

◇백운광장~상공회의소=대남로의 오른편 자전거도로는 인근 사무실이나 상가가 주차한 차량 등 장애물이 잇따라 나타나 길을 가로막았다. 자전거도로 방향을 따라 종렬로 세워 놓은 차는 인도를 이용해 피해 갈 수 있어, 그래도 괜찮았다. 차를 횡렬로, 특히 차로와 이어지는 부분을 가로막은 채 주차한 경우에는 안장에서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농협 월산지점 맞은편은 곡예를 하듯 통과했다. 폭 약 3m의 인도를 일부는 버스정류장이 차지한 데다 부근 철물점이 드럼통·사다리 등 물건을 쌓아 놓아 자전거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었다. 건강관리협회 부근에 이르니 재활용품점에서 자전거도로에 헌 냉장고를 놓고 물로 씻고 있었다.

자동차로 15분 거리인 운림중에서 상공회의소까지 자전거로 걸린 시간은 약 40분. 심한 턱이나 주차 차량 등 장애물이 없었다면 10분 정도는 단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또 광주시청과 구청의 자전거도로 개설·관리 및 자전거타기운동 담당자들이 직접 자전거를 타고 다녀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석 기자, 사진=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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