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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산마을>17.태백시 매봉산 화전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산과 강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태백시는 매우 중요한 곳이다.태백시는 함백산(1천5백73)과 태백산(1천5백68)의 중턱에 터를 잡고 있다.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고원도시이자 석탄도시다.
이곳에서 우리나라의 큰 산줄기가 갈라져 나가고 강이 발원한다.동해를 따라 거의 일직선으로 달려온 백두대간의 산줄기는 태백시 매봉산(1천3백3)에서 서쪽으로 크게 방향을 틀어 함백.태백.소백산으로 줄달음쳐 나간다.남은 산줄기들은 부 산 금정산까지 연결되며 낙동정맥을 이룬다.산맥개념에서 보자면 태백산맥에서매봉산을 기점으로 소백산맥이 갈라져 나오는 셈이다.
또 태백은 한강.낙동강.오십천 등 우리나라의 중요한 세 강줄기의 발원지다.한강 1천2백50여리는 태백산 검룡소(儉龍沼)에서 시작하고 낙동강은 태백시내 황지(黃池)에서 발원해 낙동강 1천3백리를 이룬다.역시 그 정점엔 매봉산이 자리 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매봉산은 화전동(禾田洞)사람들에겐 삶의 터전이다.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고랭지 채소단지 화전동은 매봉산 1천2백쯤에 있다.낙동강 1천3백리의 맨끄트머리 산마을이기도 하다.
화전동은 「삼수령(三水嶺)」이라 불리는 피재(9백20)에서 매봉산 쪽으로 나있는 작은 길을 따라 산비탈을 계속 오르다보면닿는다.매봉산 정상을 중심으로 빙 둘러싸여 30여채의 집들이 줄줄이 서있는 것이 무척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 낸다.
화전동 사람들의 생활방식은 독특하다.
이들은 1년에 5개월만 이 곳에서 지낸다.산에서 지내는 기간은 고랭지 배추재배 기간이다.배추를 재배하는 5월 초순에 올라가 배추가 모두 출하되는 9월말까지 이곳에서 먹고 잔다.배추재배가 끝나면 화전동 사람들은 썰물처럼 산아래로 빠 져나가고 화전동은 사람 하나 없는 「버려진 마을」이 되고 만다.『31년전인 65년 화전민 이주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됐죠.집을 잃은 화전민들이 억척스럽게 일하다보니 이젠 전국에서 가장 질좋은 고랭지배추를 생산하는 곳이 됐어요.』 매봉산의 여장부 최귀복(56)씨의 말이다.그녀는 남편이 세상을 뜨고나서도 억척스럽게 혼자 5천여평에 배추농사를 하며 1남2녀의 자식을 키우고 있다.
화전동은 배추만 재배한다.개간초기인 60년대엔 옥수수.콩 등을 재배했지만 70년부터 배추만 재배하고 있다.배추가 이문이 크기 때문이다.매봉산 일대 고랭지 배추밭은 33만평에 달한다.
매봉산 배추는 맛과 질에 있어 뛰어나다.
매봉산의 하루 일교차는 평균 10도를 넘어선다.따라서 이곳에서 자란 배추는 당도(糖度)가 뛰어나고 고소하다.무엇보다 고랭지에서 자란 배추이기 때문에 언제나 신선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당연히 배추시장에서 매봉산 배추는 최고급품으로 취 급된다.
『매봉산 배추는 전국에서 가장 비싸죠.』배추농사를 돕기 위해품삯을 받고 온 할머니 전봉선(60)씨의 자랑이다.배추농사는 대부분 화전동 주부들의 몫이다.밭이 있는 주부는 직접 나서고 없는 주부는 품삯을 받고 농사를 짓는다.그녀들은 결 코 방안에앉아있지는 않겠다는 태백 산녀(山女)의 전통을 이어받았다.화전동 사람들은 배추농사를 잘 짓기 위해 매년 매봉산에 있는 서낭당에서 제를 지낸다.올해는 사월초파일(5월24일)로 정했다.매봉산 배추는 화전동 사람들의 정성에 매 봉산 「산신령」의 뜻까지 담고 있는 셈이다.
글=하지윤.사진=임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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