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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장생의 과일’ 복숭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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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호 16면

기자가 2년여간 생활했던 미국 조지아주엔 유난히도 복숭아 거리(Peachtree St.)가 많았다. 조지아주의 별명이 ‘복숭아주(州)’다. 사실 복숭아의 원산지는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중국이다. 한 조지아 주민이 1870년대 이를 미국에 옮겨 심으면서 미국인의 복숭아 사랑이 시작됐다.

중국에서 복숭아는 오랫동안 불로장수의 과일로 통했다. 도연명의 도화원기엔 “일백 살까지 살게 하는 선약(仙藥)”으로 표현됐다. 도교에선 신성한 식물로 간주된다. 무릉도원·도원경·천도 등 이상향이나 좋은 것에 복숭아 도(桃)자를 붙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 선조도 복숭아를 귀하게 여겼다. 신라시대의 선도성모(박혁거세의 어머니), 도화랑(삼국유사에 나오는 미녀)의 ‘도’도 복숭아를 뜻한다.
복숭아는 여름 과일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전국 각지에서 복숭아 축제(연기·조치원, 이천·장호원, 순천, 양양 등)가 한창이다.

복숭아는 무더위에 달아난 원기를 회복시켜 준다. 수분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박·참외와는 달리 몸을 차갑게 하지 않는다.영양적으론 비타민 C·칼륨·펙틴이 제법 들어 있다. “복숭아를 즐겨 먹으면 피부 미인이 된다”는 말은 비타민 C를 근거로 한 속설이다. 그러나 항산화 성분이기도 한 비타민 C의 함량은 같은 무게의 딸기·오렌지보다 훨씬 적다. 칼륨은 혈압을 조절하는 미네랄이다. 고혈압 환자의 간식으로 복숭아가 괜찮아 보인다. 펙틴은 식이섬유의 일종으로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숭아를 먹으면 금세 힘이 나는 것은 당질 덕분이다. 백도 100g당 당질 함량은 8.7g(황도 6.3g, 천도 8.2g). 단맛의 비밀은 과당이지만 사과산·구연산 등 유기산도 소량 들어 있어 새콤한 맛도 난다.

복숭아는 체중 감량 중인 사람에게도 추천할 만한 과일이다. 100g당 열량이 26(황도)∼34(백도·천도)㎉에 불과하다. 같은 무게 바나나(80㎉)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말리거나 당절임(275㎉)·통조림(백도 71㎉, 황도 59㎉)의 열량은 상당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최근엔 복숭아의 암 예방 효과도 주목받고 있다. 농촌진흥청 바이오 그린21 사업단의 과제를 수행한 연세대 박광균 교수팀은 복숭아에 항암 효과가 있으며 니코틴 해독에 유효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 복숭아를 섭취한 실험 쥐는 담배에 든 발암물질을 대조군보다 더 빠르게 분해·배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고의로 암을 일으킨 쥐에게 복숭아 추출물을 먹였더니 암세포의 성장이 현저히 억제됐다.
일반적으로 부드러운 백도는 생으로 먹고, 살이 단단한 황도는 통조림에 들어간다. 국내에선 백도(점유율 44%)가 황도(11%)보다 훨씬 많이 재배된다.

복숭아의 최대 단점은 보관 기간이 짧아 여름 한철에만 신선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다른 계절엔 통조림을 먹을 수밖에 없다. 백도는 8~10도에서 1~2주간 보관이 가능하다. 이보다 낮은 온도에서 보관하면 육질이 질겨지고 과즙의 양이 줄어든다. 백도보다 늦게 나오는 황도는 3~5도의 냉장고에 보관해도 무방하다. 보관 기간도 백도보다 길다(15~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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