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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다가 놀다가, 맛있는 것 먹고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4호 12면

1 울창하게 대나무가 우거진 풍경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혼자 떠나는 여행, 군산
군산 IC에서 빠지지 말고 그 다음에 나오는 동군산 IC로 나와 군산~전주 간 자동차 전용도로를 타고 도로 끝까지 가면 거대한 풍력발전기들이 한여름의 습한 열기를 가르며 돌고 있는 모습을 만나게 된다. 이 미래적인 풍경을 뒤로하고, 군산 시내로 들어오면 이번엔 180도 다른 과거의 시간이 우리를 기다린다.

군산은 원래 일본을 위한 도시로 개발됐다. 1899년 개항한 군산은 일제 강점기에 호남평야에서 생산된 쌀과 물자를 일본으로 실어 나르는 항구 도시였다. 현재의 군산은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뉘는데, 내항을 중심으로 한 구시가지는 대부분 일본인이 거주하던 지역이었다.이곳에는 적산가옥(敵産家屋)이라 불리는 일본식 목조 기와들이 지금도 여러 채 남아 있다. 적산가옥이란 ‘적국의 재산인 가옥’으로 일본인이 지은 일본식 집을 일컫는다. 군산시는 최근 보존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30여 채를 국가지정등록문화재로 지정하고 관광 코스를 개발 중에 있다.

이런 적산가옥들 사이 골목을 다니며 지붕을 향해, 창문을 향해 사진을 찍다 보면 마치 1970~80년대로 들어와 있는 듯한 분위기에 흠뻑 빠지게 된다. 줄지어 늘어선 풍력발전기 밑에서 현실을 잊고, 적산가옥 앞에서 시간을 잃게 되는 곳. 군산은 혼자 가도 외롭지 않은 도시다. 군사의 가볼 만한 적산가옥 리스트를 소개한다.
구세관 본관 1908년 벨기에에서 수입한 붉은 벽돌을 이용해 독일인이 설계한 유럽 양식의 건물이다.

2 지은 지 100년 된 구세관 건물. 바깥벽은 붉은 벽돌이지만 내부는 목조로 건축되었다 3 크게 다섯 칸의 격자무늬 문으로 짜인 일본식 사찰 동국사 대웅전 4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 실내 수영장 풍경 5 붉은 벽돌과 먹빛 벽돌이 어울린 고즈넉한 분위기의 공세리 성당 내부 6 낭만적인 정원 피나클랜드

이영춘 박사 가옥 군산간호대학 구내에 있는 이곳은 1920년께 일본인 대지주 구마모토가 지은 별장 주택으로 서구식과 일본식·한식의 절충식 건물이다. 구마모토가 있을 당시 이영춘 박사를 소작농의 치료를 위해 데려왔고, 광복 후에도 40여 년간을 이영춘 박사가 살던 집이다.

동국사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일본식 사찰. 다다미로 만든 대웅전과 요사채가 함께 있어 우리나라의 사찰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보수 공사 중이라 동국사의 전경을 한눈에 담기는 어렵다.

신흥동 구히로쓰 가옥 동국사에서 내려와 신흥동으로 들어서면 곳곳에 일본식 집들이 눈에 띈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곳은 구히로쓰 가옥. 일본인 히로쓰가 건축한 전형적인 일식 가옥들로 전형적인 다다미방과 편복도, 일본 붙박이 장인 오시이레와 손님을 맞는 도코노마 등 100년 전 대규모 일식 가옥의 형태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영화 ‘타짜’에서 백윤식이 조승우에게 ‘기술’을 가르쳤던 집이다.

군산한우가든 군산의 초대 시장 관사로 쓰였던 이곳은 전형적인 일본식 가옥 내부를 유지하고 있다. 다다미방 구조와 편복도, 일본식 정원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문의 063-468-3839

가족이 함께 떠나는 여행, 아산
충남 아산은 ‘뜨거운’ 지방이다. 온양과 도고, 그리고 아산에서 땅만 파면 기름이 아닌 뜨거운 온천수가 콸콸 솟아오르기 때문이다. 특히 도고는 동양 4대 유황온천 중 하나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 전 자주 온천욕을 했던 곳이다. 마치 지중해에라도 온 것 같은 푸른 물결과 새하얀 물거품이 쉴 새 없이 솟아오르는 온천수, 그리고 자연과 역사가 공존하는 여정. 이 모두를 도고에서 1박2일 동안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다.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 놀이보다 휴식과 웰빙에 초점을 맞췄다. ‘가족 3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휴양지’라는 컨셉트로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키즈 풀에서부터 일본식 히노키탕을 갖춘 노천 대욕장, 마사지 효과가 있는 비데 풀, 실내외를 오가는 150m 길이의 유수풀 등 다양한 놀이시설을 즐길 수 있다.서울 최고급 호텔에서나 볼 수 있는 고급스러운 스파 시설도 있다. 대욕장에서 쓰는 바가지와 의자는 모두 원목으로 만들어 일본의 고급스러운 료칸 분위기가 난다. 음양의 조화를 위해 매달 남탕과 여탕을 바꾸는 시스템도 재미있다.
가격 주말(성인 3만5000원, 소인 2만4000원), 주중 (성인 2만8000원, 소인 2만원).
문의 041-542-6031

공세리 성당 삽교천 방조제와 아산만 방조제가 만나는 귀퉁이, 이름 모를 야산에 성당이 하나 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드라마 ‘모래시계’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곳은 붉은 벽돌과 먹빛 벽돌이 대조를 이루는 아름다운 성당이다. 파리외방선교회 선교사 드비즈 신부가 1895년 이 자리에 있던 공세미(세금으로 거둔 쌀) 창고를 헐고 건축했다. 성당 옆 성모상, 성당을 감싼 숲 그늘의 오솔길 가장자리에 조성한 십자가의 길 조각상(예수 수난 과정을 14개로 나누어 조각상으로 만든 것), 언덕 지하의 성체 조배실(성체를 마주하고 기도하는 곳)…. 병인박해 당시 순교자를 모신 성지인 만큼 천주교 신자라면 꼭 한 번 찾아볼 만한 곳이다.
문의 041-533-8181

피나클랜드 공세리 성당을 나와 온양 방향으로 5~10분쯤 가다 보면 아산만 방조제 공사 때 채석장으로 쓰였던 돌산을 인공폭포와 이끼·연못 등이 있는 예쁜 정원으로 꾸민 피나클랜드를 만난다. 거문도 외도의 주인인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서인지 이곳 주인 역시 정원 꾸미기에 일가견이 있다.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우거진 진입로를 지나 꽃으로 장식된 정원에 닿으면 산등성으로 아름다운 정원이, 오른편 레스토랑으로 이어진 구릉 아래로 연못이, 그리고 아이들이 마구 뛰놀 수 있는 너른 잔디밭이 펼쳐진다. 피나클랜드를 산책하는 데는 1시간이 소요된다. 산책로를 따라 전망대를 거쳐 좀 더 올라가면 산꼭대기에 ‘진경산수’라는 정원이 펼쳐지고, 왼편으로 서해대교, 정면으로 아산만 방조제가 보인다.
문의 041-534-2580

장어촌 서해대교가 보이는 인주면과 도고면 쪽에 30여 곳의 장어구이집이 모인 장어촌이 있다. 인주면에서 손꼽히는 맛집은 아산정. 소금구이와 고추장구이를 내놓는데, 맛도 맛이지만 차분한 한옥 분위기가 특별하다. 장어구이와 민물매운탕을 내놓는 도고면 부근의 예촌은 달콤한 간장양념 장어구이도 좋지만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새우매운탕이 일품이다.
문의 아산정 041-533-9655, 예촌 041-544-8030

사진 전호성·김효영·주은희 노브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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