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맥·성격 보고 투자…1000만 달러로 47억 달러 벌어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중앙SUNDAY

지난달 8일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 공항의 격납고는 수십 대의 민간 제트기로 가득 채워졌다. 제트기 주인들은 모두 지구촌의 거물이었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이사회 의장, 제리 양 야후 최고경영자(CEO), 아마존닷컴 창업자 제프 베조스, 구글을 창업한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 NBC유니버설의 제프 주커 회장, 앤 스위니 디즈니·ABC TV 회장….
전 세계 정보기술(IT)·미디어 업계를 쥐락펴락하는 인물들이 미 중부의 작은 휴양지에 모여든 것이다. 뉴욕의 부티크 투자은행 ‘앨런&컴퍼니(Allen & Company)’가 매년 개최하는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거물들이 가족과 함께 참석하는 이 회의는 토론 내용조차 공개되지 않는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사교모임이다.

수퍼클래스 엘리트들이 모이는 이 자리에 지난 10여 년간 빠짐없이 참석한 멤버 중 한 명이 바로 아비브 비비 네보(Aviv vivi Nevo·41)다. 최근 ‘장쯔이(章子怡·29)의 남자’로 알려진 그 남자다. 비비는 올해 장쯔이와 함께 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장쯔이와 올 3월 이미 약혼했으며 내년에 결혼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 “미디어 업계의 숨은 실력자”
비비는 지난해 1월 미국 언론에 공개된 사진 한 장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미국 NBA 뉴욕 닉스의 농구장 관중석 맨 앞줄에서 중국의 ‘국민 여배우’ 장쯔이와 나란히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두 사람은 카메라 앞에서 스스럼없이 키스하고, 상대방 얼굴을 쓰다듬었다.

중국 언론들은 정체불명의 외국인 비비에 대해 갖가지 추측을 쏟아냈다. ‘젊은 사업가’ ‘프랑스의 C급 배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텍사스 농장 이웃’이라는 말까지 돌았다. 하지만 곧 그가 뉴욕에서 투자회사를 경영하는 억만장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스라엘 출신 미국인, 미디어그룹인 타임워너의 개인 대주주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장쯔이는 그를 남자친구라고 소개했다. 이후 1년여 동안 두 사람은 숱한 파티와 영화제에서 다정한 포즈를 과시하며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베일에 가려진 그를 한 꺼풀 벗긴 것은 지난달 28일자 뉴욕 타임스(NYT) 기사였다. ‘미디어업계의 숨은 실력자’라고 비비를 소개한 NYT는 그의 친구들을 통해 개인사 일부를 보도했다.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태어난 비비는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이주해 성장했다. 비비의 테니스 파트너이자 미국 미디어업체 비아콤 CEO를 지낸 프랭크 비온디에 따르면 화학자 출신인 아버지는 화학회사를 경영했고, 어머니는 마취과 전문의였다. 부모는 이혼했고, 비비는 1980년대 암으로 사망한 어머니로부터 1000만 달러(약 100억원) 상당의 유산을 물려받았다. 서류상 결혼한 기록은 없지만 ‘릴리’라는 여섯 살 난 딸이 하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언제 미국으로 왔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47억 달러(약 4조7000억원)에 이르는 재산 축적 과정 등은 여전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는 대중 앞에 노출되기를 극도로 꺼리는 성격이다. 지금껏 어떤 매체와의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았다.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려고 두 개의 홍보회사와 계약까지 했다. 그 때문에 매년 선밸리에서 재계 거물들과 어울린 비비의 이름이 신문·방송 보도에서 빠진 것이다. 그와 친분을 쌓아온 리처드 파슨스 전 타임워너 회장마저 “구글을 검색해 봐도 그에 관한 정보가 거의 없다는 건 신기한 일”이라고 말했다.

포브스誌도 파악 못한 재산
20여 년 전 그는 뉴욕의 스튜디오 아파트에 살았다. 뉴욕의 부자 동네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있는 아파트였지만 당시 그는 ‘평범한 부자’였을 뿐이다. 일부 언론은 현재 그의 재산을 47억 달러라고 보도했다. 올해 포브스지가 선정한 세계 부호 순위 214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 명단에 비비는 들어있지 않다. 몇 년 전 포브스가 ‘부호 순위’ 발표를 앞두고 재산 파악에 나섰지만 결국 알아내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타임워너의 개인 주주 가운데 지분을 가장 많이 갖고 있다. 자신의 투자회사 ‘NV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지분 규모는 정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다만 비비가 개인 최대주주라는 사실을 본인도, 타임워너 측도 부인하지 않는다. 이 외에 온라인 음악 사이트나 네트워킹 사이트를 운영하는 IT벤처 25여 곳에도 투자하고 있다. 이 중에는 영화 ‘굿 윌 헌팅’ ‘펄프 픽션’ ‘시카고’ 등을 제작한 ‘할리우드 미다스의 손’ 웨인스타인 형제가 디즈니에서 독립해 차린 ‘웨인스타인 컴퍼니’도 있다. 그는 유망 신생 기업들에 각각 100만 달러(약 10억원) 안팎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늘 최고 수익률을 거두는 것으로 소문나 있다. 그의 투자를 받은 ‘버즈넷’의 창업자 타일러 골드먼은 비비를 가리켜 “미디어업계에서 ‘오즈의 마법사’로 통하는 인물”이라고 했다.

그가 미디어업계의 ‘큰손’이 된 발판은 90년대 ‘닷컴 버블’이었다. 물려받은 유산을 종자돈으로 삼아 골드먼 삭스와 모건 스탠리 등에 계좌를 트고 투자했다. 타임워너 지분도 주가가 바닥을 치는 타이밍에 사들였다고 한다. 그의 성공 비결은 근면과 기민함이다. 하지만 ‘정상적 거래’만으로 어떻게 1000만 달러를 수십억 달러로 불릴 수 있었는지는 수수께끼다. 모건 스탠리 M&A 총책을 지낸 조셉 페렐라는 “어떻게 그 많은 돈을 벌었는지 모르겠지만 매우 영민한 투자가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모건 스탠리 CEO 존 맥은 “그의 투자 이력에서 어떤 부정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놀라운 사업감각을 지닌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뉴욕의 한 사교모임에서 비비를 만난 잡지 배니티 페어의 에디터 엘리자베스 솔츠먼은 독특한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비비에게 어머니는 전부였다”며 “(그를 오늘에 이르게 한 것은) 자랑스러운 아들이 돼야 한다는 ‘마마 콤플렉스’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사교 범위, CEO부터 록스타까지

비비는 ‘미디어업계의 황제’ 루퍼트 머독을 비롯한 ‘선밸리 친구들’ 인맥을 사업적으로 활용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비비의 영향력도 전통적 미디어와 인터넷 기업을 이어주는 ‘브로커’ 역할을 하는 가운데 커졌다고 한다. 인터넷 광고기업 ‘스팟 러너’의 CEO 닉 그루프는 “모든 곳에 플러그를 꽂고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90년대 중반부터 친분을 맺어온 타임워너의 전 회장 제럴드 레빈은 “다른 투자자들과 달리 그는 사회적 인맥과 개인 성격까지 감안해 투자한다”고 했다.

특이한 점은 그의 사교 범위가 비즈니스 세계를 넘어서 연예계까지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루퍼트 머독의 아들 라클란 머독은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눠 온 끈끈한 친구”라고 했다. 비비는 라클란 머독이 낳은 아들의 대부(代父)이기도 하다.

“비비는 CEO부터 록스타까지,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준다”는 한 지인의 말대로 그는 연예계 스타들과도 각별하다. 2000년 영국 영화감독 가이 리치와 결혼한 마돈나는 결혼식에 60여 명의 하객만 초청했다. 비비도 엘튼 존, 스팅, 귀네스 팰트로 등과 함께 초청받았다. 록스타 레니 크라비츠는 “내가 비즈니스를 모르지만 비비는 따뜻하고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비비는 1m65㎝의 단신이다. 미국의 한 연예지가 ‘미녀의 못생긴 남자친구’로 뽑을 만큼 용모도 보통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그는 몸에 꼭 맞는 크리스찬 디올 블랙 수트를 즐겨 입는 패션 감각을 지녔다. 그는 수퍼모델 케이트 모스(영국)와 제이사 키미나조(브라질) 등과 수차례 염문을 뿌렸다.

비비와 장쯔이는 어떻게 만났을까. 루퍼트 머독의 중국인 아내 웬디 덩이 다리를 놓았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올 3월 웬디 덩은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내 요트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고 밝혔다. 장쯔이와 웬디 덩은 함께 영화사 설립을 추진할 정도로 절친한 사이다.

어쨌거나 비비는 요즘 장쯔이에게 푹 빠져 있다. 지난해 장쯔이가 천카이거 감독의 신작 ‘메이란팡(梅蘭芳)’을 촬영하는 동안 중국에 함께 머무르면서 장의 부모를 만났다고 한다. 또 장쯔이의 차기작 3편에 직접 투자하는 스폰서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뉴욕에 거주하나 캘리포니아 말리부 해변과 LA 서쪽 브렌트우드, 런던, 텔아비브에도 저택을 갖고 있다. 최근엔 장쯔이를 위해 베이징에도 호화주택을 샀다. 그런 점에서 장쯔이는 비비를 은둔에서 벗어나게 만든 여인일지 모른다.

홍주희

중앙SUNDAY 구독신청

[J-HOT]

▶ [칼럼] '물태우'도 분노할줄 알았는데 '불도저'는…

▶ "월가에 취직하려면 인터뷰만 10회이상…"

▶ 금메달리스트는?…흑인 수영선수 드문 이유

▶ [분수대] 이승만은 족탈불급…백악관 주무른 日

▶ 고무라의 후예들 "한일합병한 그처럼 독도를…" 소름 끼친다

▶ [동영상] 역시 중국…베이징올림픽 개막식 리허설 불꽃놀이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