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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경쟁력 살려라” 공립학원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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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김제지역 중·고교생들에게 무료 과외를 해주는 공립학원인 ‘지평선학당’이 문을 열었다. [김제시 제공]

 김제 중앙중학교 3학년 송경환(15)군은 전교성적이 몇손가락 안에 드는 우등생. 그는 지난 월요일부터 서울서 온 학원강사로부터 무료로 과외를 받고 있다. 첫째날에는 영어·수학을, 둘째날에는 영어·국어를 4시간씩 배웠다.

송군은 “서울의 내로라 하는 일류강사 선생님들이 직접 내려와 문법이나 수식 등을 깊이 있게 가르쳐 줘 도시학생들과 경쟁해 볼만 한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제시내 중·고교생들에게 무료로 과외를 해주는‘지평선학당’이 21일 문을 열었다. 지평선학당은 김제시가 열악한 교육환경때문에 인구가 도시로 빠져 나가는 것을 막기위해 설립한 공립학원. 신풍동 옛 보건소 건물을 학당으로 리모델링해 중학교 2~3학년생 각각 20명, 고교 1~2학년생 각각 40명 등 총 120명의 학생을 선발해 가르친다.

학생들은 경쟁력을 높이고 면학열기를 부추기기 위해 김제시내 13개 중학교·9개 고교에서 매년 두차례 시험을 치러 선발한다. 먼거리에 사는 학생들을 위해 통학버스도 운영한다.

강의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중학생은 오후 5~9시, 고교생은 오후 7~11시에 하루 4시간씩 진행한다. 중학생은 국어·영어·수학·논술 수업을 받고, 고등학생은 언어·수리·외국어·과학탐구·사회탐구·논술을 배운다. 또 과목별 심화학습과 2~5명의 소그룹 과외지도를 한다.

강의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서울 송파청솔학원이 맡는다. 14명으로 짜여진 강사진은 1주일에 1~2회씩 KTX를 타고 내려 와 학생들을 가르친다. 청솔학원은 일반 학생들도 강의를 수강할 수 있도록 온라인 강의 ID 2500개를 중·고교에 무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 지평선학당은 김제사랑장학재단에서 운영을 맡고 있다. 지난해 8월 설립된 장학재단은 278억원을 목표로 장학기금 모금에 들어가 현재까지 120억원을 모금했다. 재단은 기금 이자로 학당을 운영하며 부족한 운영비는 시 예산에서 보조 받는다. 학당운영비로는 연간 15억원 정도가 들어간다.

김제에서는 매년 전체 중학교 졸업생 900여명 가운데 약 40%가 전주·익산 등으로 나간다. 이와 반대로 지역내 고교는 신입생 정원 1050여 명중 절반이상이 전주·익산 등 외지서 그곳 고교에 진학한지 못한 학생들로 채워져 교육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제시는 기숙형 공립학원 허용 조례가 만들어지는 대로 기숙사까지 설립해 운영할 계획이다.

이건식 김제시장은“지역 학생들에게 질 높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교육 때문에 외지로 나가는 주민 유출을 막아 김제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학당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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