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산마을>7.인제군 귀둔리

중앙일보

입력 1996.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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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산마을 하면 연상되는 것들 가운데 하나가 산채(山菜)다.한상가득히 오른 갖가지 산채들은 입맛을 돋운다.
험한 산이 많은 강원도에는 유난히 질좋은 산채가 많이 난다.
그래서인지 강원도 산마을 사람들은 자기 동네에서 나는 산채를 자랑할 때 말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도 원통에서 내린천을 따라 70여리 거리에 있는 귀둔리(강원도인제군인제읍)의 산채와 비교할 때는 슬며시 말꼬리를 내린다.
귀둔리의 산채는 한 군(郡)에서 가장 뛰어난 특산물에 붙여주는 「1군1명품」으로 지정될 정도로 유명하다.마을 사람들은 귀둔리 산채가 뛰어난 것을 마을 어귀에서 바라보이는 점봉산(1,424)덕으로 돌린다.
점봉산은 대청봉에서 한계령으로 고개를 떨구듯 낮아졌던 백두대간의 산줄기가 갑자기 용틀임치듯 솟아오른 곳이다.마치 산의 정기를 꼭꼭 숨겨놓았다가 갑자기 터뜨린 것 같다.그러다 보니 점봉산 정기를 받은 산채가 맛있고 좋은 것은 당연한 지도 모른다. 귀둔리 사람들은 날씨가 풀리는 3월이 되면 산채를 캐기 위해 바빠진다.
이때쯤 마을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거의 대부분 점봉산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귀둔리에서는 해발 1천이상에서 나는 고랭지 나물만 취급하기 때문에 귀둔리 사람들은 이맘때면 거의 산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산채사냥」의 첫 목표는 얼레지다.나물은 물론 약재로도 쓰이는 얼레지는 아직 눈이 남아있는 나무그늘에서 함초롬히 솟아 꺾어줄 주인을 기다린다.얼레지의 뒤를 잇는 나물이 참나물류의 생채다.이어 두릅.고사리.취나물.더덕취.전육취.곰취 .노루대.맹이 등이 5월말까지 쏟아져 나온다.
6월 이후에도 산나물이 나지만 질이 떨어져 취급하지 않는다.
이들이 봄에 캐는 산나물은 하루 5백관(1관=3.75㎏)을 웃돈다. 재미있는 것은 점봉산에서 산채를 따는 사람들은 다른 동네에서 온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점봉산 산채가 좋다는 말을 듣고 외지에서 「이 때」를 노리고 몰려오는 것이다.
점봉산 산채는 「하늘아래 산나물」이란 이름으로 판매된다.산나물 여섯 종류가 들어가는데 얼레지.고사리.곰취.취나물.고비.전육취 등이다.
점봉산 취나물을 먹어본 사람들은 산에서 자란 취와 재배한 취를 쉽게 구별할 수 있다.귀둔1리 이장 배복영(48)씨는 『야생취는 산속의 유기질을 많이 먹어서 대궁이 굵고 붉으며 잎사귀가 넓다』고 귀띔했다.무엇보다 향이 뛰어나다고 한 다.
3월에서 5월까지 3개월동안 캔 산나물은 귀둔리 사람들의 주수입원이 된다.생채는 곧 판매하고 나머지 나물들은 건조시켜 겨울 때까지 포장해 판매한다.마을어귀에 있는 「점봉산 산채 가공판매장」은 그래서 귀둔리 사람들의 희망이 집약된 곳이다.마을사람들은 올해부터 이 판매장에서 산채를 가공해 수요자에게 직접 출하할 꿈에 부풀어 있다.이장댁((0365)461-4691).
글=하지윤.사진=임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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