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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유류할증료 제도’가 뭔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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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항공사 손실 줄이는 수단=이 제도는 왜 생겨났을까요. 기본적으로는 연료를 많이 소비해야 하는 운송업체들의 피해를 줄여주기 위한 정부 조치입니다. 기름값을 L당 1000원 정도로 보고 비용을 계산했는데, 기름값이 L당 2000원이 되면 경영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되니깐요. 항공사의 경우에는 연료를 사는 데만 총비용의 30% 넘게 든다고 합니다. 실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경영계획을 세울 때 국제유가(서부 텍사스유 기준)가 배럴당 85달러(약 8700원) 정도 될 것으로 예상했다는군요. 그런데 최근에는 국제유가가 130달러를 넘었습니다. 우리나라 항공사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연간 300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든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대한항공은 1분기에 3255억원의 적자를 봤다고 해요.

이 정도면 항공사들이 “기름값이 더 오르면 회사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울상지을 만하죠. 미국에서는 이미 고유가로 인해 도산하는 항공사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ATA·알로하·스카이버스가 문을 닫고 세계 2위 항공사인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은 비행기를 70대 줄이고 직원도 1100명 해고하기로 했습니다.

◇항공유 가격 변하면 유류할증료도 달라져=틴틴 여러분, 그럼 여러분이 비행기를 탈 때 내는 유류할증료는 어떤 방식으로 정해질까요. 우리나라 항공사들이 적용하는 유류할증료는 지금까지는 매달 계산했습니다. 지난 한 달간의 국제유가 평균을 내서 다음달에 받을 요금을 정하는 식이었죠. 이달부터는 두 달에 한 번 요금이 달라집니다. 또 달라진 게 있죠.

지난달까지는 싱가포르항공유가(MOPS)가 갤런당 150센트 이상일 경우를 16단계로 나눴는데, 이달부터는 33단계로 확대됐습니다. 그동안에는 MOPS가 갤런당 309센트일 경우를 기름값이 오를 최고 수준으로 가정하고 유류할증료를 적용했죠. 그 최고 단계가 16단계였던 겁니다. 이달부터는 479센트를 최고 가격으로 정했습니다. 그동안 적용했던 기준은 기름값이 올해처럼 뛰어오를 것이라는 예상을 하지 못하고 만들어진 것이죠. 5월의 MOPS 평균가격이 갤런당 379센트였는데, 이미 그동안의 기준을 크게 웃돌았으니 말입니다. 유류할증료 단계가 많아지면서 이달부터는 장거리 노선은 편도 기준으로 약 4만7000원 정도 더 내고 있습니다. 중국·태국 같은 비교적 짧은 노선은 2만원가량 비싸졌습니다.

◇전체 항공료의 10∼20% 수준=유류할증료는 전체 비행기 타는 요금에서 얼마나 될까요. 비행기를 자주 이용하지 않거나 직접 돈을 내고 표를 사지 않는 여러분 입장에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 여러분이 이달에 대한항공을 타고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여행을 간다고 생각해 볼까요. 왕복 요금은 198만2200원입니다. 전체 요금은 순수 항공운임, 유류할증료, 각종 세금 등으로 구성되는데 그 비율이 76%, 19%, 4%입니다.

그러니깐 유류할증료는 198만2200원의 19%인 38만1000원이 되는군요. 다음달까지는 이 기준이 적용되는데 9월부터는 유류할증료가 다시 달라집니다. 국제 항공유 가격이 오르면 유류할증료도 더 비싸지겠죠. 반대로 기름값이 내린다면 유류할증료도 낮아질 겁니다. 그럼 국내선을 탈 때는 어떨까요. 국내선에는 유류할증료가 없었는데, 항공사들은 이달부터 국내선에도 유류할증료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비행기를 한 번 타는 데 1만5400원을 더 내야 하는 거죠.

문병주 기자

한국 항공료는 ‘싱가포르 항공유’를 기준 삼아 정해요

‘주요 대기업들은 연초 경영계획을 짤 때 유가가 연평균 80달러(미국 서부 텍사스유 기준) 안팎일 걸로 전망했다’.

신문을 보면 유가가 ○○○달러를 넘어섰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그리고 ‘∼기준’이라는 설명도 붙지요. 일반적으로 국제유가는 미 서부 텍사스유(WTI : Western Texas Intermediate) 가격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이처럼 세계 원유 거래에서 가격 기준이 되는 원유를 기준유라고 합니다. 크게 WTI, 북해산 브렌트유, 중동산 두바이유 세 가지가 있죠.

WTI는 미국의 텍사스주 서부와 뉴멕시코주 동남부에서 생산되며, 미국의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됩니다. 미국 외로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내수용으로 사용됩니다. WTI는 가장 고급유로 꼽힙니다. 같은 양의 원유에서 석유를 많이 뽑을 수 있고 유황 성분도 매우 낮습니다. 유황이 적게 포함된 원유일수록 정제하는 데 적은 비용이 든답니다. 따라서 가장 비싸겠죠. 이 때문에 ‘국제유가가 ○○○까지 폭등했다’는 설명을 할 때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것이죠.

북해산 브렌트유는 유럽 북해의 9개 유전에서 생산되는 원유로, 영국 런던의 국제석유거래소(IPE)에서 거래되며 절반 이상이 유럽에서 사용됩니다. 세 기준유 중에서 중간 정도의 상품이죠. 두바이유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생산되는 원유로 중동권과 싱가포르에서 주로 현물 거래됩니다. 주로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되며 우리나라가 많이 수입하는 원유입니다. 원유값은 품질도 중요하지만 운반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조금 질이 안 좋더라도 가까운 곳의 기름을 수입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항공유는 어떨까요. 항공유 역시 거래에 기준이 되는 가격지표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유럽의 로테르담, 미국 뉴욕, 싱가포르 항공유인데 우리나라는 싱가포르 항공유를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지리적 이점과 잘 발달된 금융시장의 영향으로 아시아와 대양주 지역의 항공유 관련 기준유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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