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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ccess Style] 나를 상징하는 ‘캐릭터’ 만들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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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캐릭터 전성시대=주말·휴일 예능 프로그램에서 MBC와 KBS에 밀리던 SBS가 6월 중순 회심의 역작으로 내놓은 ‘일요일이 좋다’의 ‘패밀리가 떴다’ 코너. 유재석·이효리와 함께 공동 MC로 투입된 영화배우 김수로는 최근 이 코너의 성패를 한 마디로 압축한 바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관건은 출연자 개개인의 개성 만점 캐릭터 구축이다. 나 역시 빨리 어떤 캐릭터로 자리 잡느냐가 중요하다.” 이 코너의 진행 과정도 마찬가지다. 박예진은 겉모습과 달리 메기를 칼등으로 내리쳐 손질하는 등 살벌한 모습을 선보여, 일찌감치 프로그램에 안착했다. 이름하여 ‘달콤살벌’ 캐릭터다.

바야흐로 캐릭터 전성 시대다. 평범한 호감형 캐릭터보다는 차라리 욕을 먹을 수 있는 비호감 캐릭터가 낫다. KBS2 ‘개그콘서트’에서 ‘왕비호’(왕비호감이란 뜻)라 불리는 개그맨 윤형빈은’평범남’에서 ‘비호감’ 캐릭터로 변신한 후 주목받기 시작했다. 진한 아이라인과 핫팬츠, 거침없는 입담을 무기로 국내 톱스타들에 독설을 퍼부으며 인기가 급상승했다. MBC의 ‘무한도전’은 아예 처음부터 캐릭터 유무에 따라 고정 출연자 생존 여부가 결정됐다. ‘호통악마’ 박명수와 ‘돌아이’ 노홍철, ‘식신’ 정준하가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프로그램 내에서 스스로 캐릭터가 없다고 투덜대던 정형돈은 어떨까? 캐릭터의 부재를 초조해하던 프로그램 제작진이 그에게 ‘건뚱’(건방진 뚱보)이란 캐릭터를 덧씌웠지만, 그는 어색한 개그맨 캐릭터가 더 어울렸다.

KBS ‘1박2일’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하는 일마다 실속이 없어 허당이라는 캐릭터를 갖게 된 가수 이승기와 ‘은초딩’ ‘은둘리’ 등의 캐릭터 릴레이를 이어가는 은지원이 이 코너의 주역이다. SBS 박상혁 PD는 “출연자의 캐릭터가 자리를 잡아야 코너가 안착하는 만큼 출연자의 사소한 언행까지 세밀하게 관찰해 캐릭터로 확대발전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밝힌다. 실제로 ‘패밀리가 떴다’ 코너에서 이천희를 괴롭히는 김수로에 대해, 제작진은 ‘김계모’라는 캐릭터를 선사했다.

◇무색무취보다는 차라리 비호감 캐릭터를=그렇다면 왜 예능 프로그램은 캐릭터에 이토록 집착하는 것일까? 캐릭터가 사람들의 관심을 더 끌기 때문이다. 어떤 특징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야기야말로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기에 가장 좋은 소재라는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프레젠테이션 전문가인 크리스 킹은 “청중을 사로잡는 가장 효과적인 기술은 흥미로운 이야기이며, 특정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점이 이야기와 단순한 일화나 설명을 구분하는 기준”이라고 주장한다. 직장 내에서 차별화된 캐릭터의 존재는 언제나 풍부한 얘깃거리를 제공한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자신에게 관심을 집중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호감형 캐릭터냐 아니냐가 아니다. 마치 연예계처럼, 차별성 있는 자신만의 캐릭터가 있느냐가 직장 생활 롱런의 포인트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씨의 말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캐릭터가 없는 무색무취한 직장인보다는 차라리 비호감 캐릭터가 더 나을 수도 있다.

캐릭터는 존재감보다 더 구체적인 표현이다. 최근 우리 직장인들은 존재감에 대해 부쩍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6월 취업포털사이트 ‘스카우트’의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그렇다. 406명의 대상자 가운데 66%는 ‘적당한 존재감을 가져야 오히려 길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응답했다. ‘성공과 직결되는 만큼 무조건 존재감을 높여야 한다’는 답변도 30.3%나 됐다. 반면 ‘투명인간처럼 존재감 없어야 가장 행복하다’는 의견은 2.7%에 머물렀다. 이는 경제 환경이 나빠지고, 이에 따라 직장 생활이 힘들어지는 최근의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인간개발연구원의 양병무 원장은 “승진이나 감원 같은 직장인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문제에서, 조직이나 상사는 존재감이 큰 구성원에게 더욱 신경을 쓴다”고 말한다. 당장 승진이나 감원 대상을 발표했을 때, 우는 소리 잘하는 캐릭터의 반응부터 신경 쓰는 것이 조직의 원리이자 상사의 정서라는 것이다. 캐릭터가 없어 존재감이 작은 구성원들을 챙길 조직이나 상사는 많지 않다.

캐릭터를 가져야 한다고 해서 직장인 누구나가 얼토당토않게 호통을 치거나, 허투루 자빠지거나, 터무니없이 많이 먹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저 자신에 관한 독특한 얘깃거리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할 정도면 된다. 물론 호의적인 이야기라면 더욱 좋다. ‘스카우트’의 여론조사 결과도 흡사하다. 응답자들은 존재감을 키우는 방법으로 좋은 성과나 실적(24.9%), 그리고 좋은 대인관계와 사교성 발휘(23.2%)를 꼽았다. 그 밖에 기발한 아이디어나 능력, 그리고 풍부한 지식·상식 보여주기 등도 꼽혔다.

◇‘애교백치’ 정시아= MBC every1 ‘무한걸스’에 출연 중인 연기자 정시아는 백치미 넘치는 애교를 선보여 전성기를 맞았다. 외모와 청순한 연기로도 사로잡지 못했던 시청자들의 마음이 단 하나의 캐릭터에 움직였다.

◇‘달콤살벌’ 박예진= 박예진은 SBS ‘패밀리가 떴다’에서 엉뚱하고 과감한 캐릭터를 선보였다. 돼지를 안아서 우유를 먹이는가 하면 칼등으로 메기를 내리치기도 했다. 새침한 듯 털털한 캐릭터로 주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허당선생’ 이승기= KBS ‘1박2일’이 탄생시킨 최고의 캐릭터로 꼽히는 ‘허당 이승기’. 실수를 연발하면서 만들어 낸 캐릭터다. 발라드 가수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던 그는 허술한 모습을 보이면서 인기를 얻었다.

◇‘어색뚱보’ 정형돈= MBC ‘무한도전’의 정형돈은 ‘어색함’을 본인의 캐릭터로 살렸다. 개그맨인데 웃기지도 않고 말만 하면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드는 그의 단점은 ‘캐릭터’라는 포장이 씌워지자 오히려 장점이 됐다.

글=이여영 기자
일러스트=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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