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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지금은 에너지 위기 의식을 높일 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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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부가 어제 ‘초고유가 대응 에너지 절약대책’을 발표했다. 당초 두바이산 원유(현물) 수입가격이 배럴당 150달러를 돌파하면 취하려던 조치를 앞당긴 것이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최근 국제유가 오름세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이대로 가면 200달러 돌파도 시간 문제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성장률이 0.1%씩 떨어진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을 적용하면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 성장까지 각오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국민의 석유 소비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에너지 소비는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4.3%나 늘었다. 여기엔 낙후된 에너지 소비구조가 큰 몫을 하고 있지만 우리네 낭비 성향도 작지 않은 원인이라고 봐야 한다. 겨울엔 거실에서 땀을 흘리고, 여름엔 긴팔 옷으로 에어컨 바람을 피하는 촌극이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러운 일상의 모습으로 자리 잡은 곳이 바로 우리나라다.

정부는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한다는 의미에서 이번에 민간부문을 에너지 절약 강제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다. 기업과 가계가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으면 상황 반전이 어려울 만큼 지금은 위기 국면이다.

원유 소비량을 10% 줄이면 연간 122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승용차 운행을 자제하고, 실내온도를 높이는 등 가능한 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국가적 위난에 맞서야 할 때다. 오일쇼크는 천재지변이나 다름없다. 피할 수 없다면 고통을 분담하며 견딜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기회를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절호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1, 2차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에너지 소비구조를 효율적으로 개선한 미국·일본 등 선진국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화석연료 의존도를 대폭 낮춘 이들 국가는 이번 같은 오일쇼크에도 우리보다 충격이 덜하다. 우리도 신재생에너지, 원자력 발전 등 비화석연료 중심으로 에너지 수급 구조를 다시 만들고, 국민적 합의를 모아 소비 구조 개선에 힘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