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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관리 ‘5000원 숍’ 일궈낸 오뚝이 성공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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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지은 레드클럽’의 이명훈(54·사진) 케이에스앤비 대표는 피부관리 서비스를 대중화해 성공한 사람이다. 그에겐 사업에 두 번 크게 실패한 아픔이 있다. 노숙자를 전전하면서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도전한 끝에 마침내 자리를 잡았다. 경제상황이 외환위기 때보다 어렵다고들 하는 요즘 그의 도전기가 관심을 끈다.

2001년 겨울 그는 서울역 대합실에서 신문 한 장 깔고 새우잠을 청했다. 남 얘긴 줄만 알았던 노숙자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그래도 중견기업 사장까지 지냈는데….” 당시를 회상하면 눈물겨운 이야기라고 했다.

그가 제약회사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때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직후. 능력을 인정받아 30대 때는 유수한 생활용품업체 부장으로 스카우트됐다. 이어 첨단 장비회사 신성이엔지 관리이사로 자리를 옮긴 뒤 1997년 이 회사의 계열사였던 신성그린큐의 대표가 됐다. 그 해 말 외환위기로 회사가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르자 그는 퇴직금에 은행 대출을 받아 회사를 인수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자신만만했던 그였다. 그러나 그가 벌인 정수기·공기청정기 사업은 당시로선 너무 이른 아이템이었다. 결국 사업은 망했고 빚 독촉이 이어졌다. 서울 목동 55평 집은 1억2000만원에 경매로 넘어갔다. 아내와 딸 둘은 미국 처남 집으로 보내야만 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줄 알았는데 가장 비참한 신세가 됐더군요.” 명문대 출신에 여기저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던 그이기에 낙심은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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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그는 의료기기 회사 평사원으로 재기를 노렸다. 판매에 놀라운 수완을 보여 월 2000만원의 수당을 받기도 했다. 자신이 생겨 다이어트 기기 사업에 도전했다. 하지만 이 역시 실패했다. 그는 “웰빙 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만 고객들이 건강식품은 사도 다이어트 기기는 사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그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자살하기 위해 청계산에 올랐다가 간신히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리고 세 번째로 도전한 것이 피부관리였다. 앞으로 뜰 사업이 뭔지 고민하다 이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아내가 빌려온 1억3000만원이 밑천이었다. 브랜드는 큰딸 이름을 따서 ‘이지은 레드클럽’으로 지었다. 2003년 1호점을 열었다. 당시 3만원 이상 하던 얼굴 마사지 비용을 5000원으로 정했다. 중저가 전략이 먹히면서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몰렸다.

현재 가맹점은 230개에 연 매출은 50억원. 요즘도 가맹점을 내기 위해 항공사 승무원 출신 등 다양한 사람이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 성공한 이가자 헤어디자이너와 손잡고 중국에도 8개 점포를 오픈했다. 올해엔 미국 뉴욕과 LA에 10개씩 점포를 열 예정이다. 그는 “인생은 평탄한 게 좋지만 그런 인생은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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