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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서 주목받는 로펌 ‘바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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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이명박 대통령은 민정수석에 정동기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하고….” 이달 20일 청와대가 비서진 개편 내용을 발표하자 법조계에선 로펌(법률회사) 한 곳이 화제로 떠올랐다. 정 수석 임명을 계기로 정권과 로펌의 관계를 들여다봤다.

김동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 정동기 청와대 민정수석, 강훈 법무비서관, 권영세 한나라당 사무총장, 이영애 자유선진당 최고위원(의원)…이들의 공통점은?
첫째는 변호사라는 것이고, 둘째는 법무법인 ‘바른’에 소속돼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한 로펌에 정·관계 인사들이 모여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 대치동의 법무법인 바른 사무실을 찾았다. 먼저 만난 이는 이헌 변호사. 이 변호사는 보수 성향의 변호사 모임인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그에게 이명박 정부 들어 바른 소속 변호사들의 정·관계 진출이 두드러진 이유를 물었다.

“기본적으로는 로펌에 있는 분들의 전문 식견과 능력이 뛰어납니다. 거기에다 바른에 있는 변호사들 성향이 우파 쪽에 가깝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실천에 옮기려는 사회 참여 의지가 높다고 볼 수도 있고요.”

2005년 시변 출범 때부터 주도적으로 활동해 온 이 변호사가 바른에 합류한 것은 지난해 6월. 이 변호사는 “로펌에서 시변 활동을 후원해주고 있다”고 했다. 올 3월 청와대에 들어간 강훈 법무비서관의 경우 이석연(법무법인 서울 대표) 법제처장과 함께 시변 공동대표를 맡았다. 강 비서관은 지난해 7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헌 변호사 등과 함께 후보 검증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한나라당과 관계를 맺어 왔다.

바른은 어떤 곳일까. 1998년 2월 판사 출신의 젊은 강훈·홍지욱·김재호 변호사가 15대 국회의원(한나라당)을 지낸 김찬진 변호사와 손을 잡으면서 등장했다. 이 4명으로 출발한 바른은 10년 만에 100여 명(외국 변호사 포함)으로 늘었다. 국내 변호사 숫자(82명)를 기준으로 한 순위는 현재 7위. 창립 멤버인 김재호 변호사는 “차별화된 송무(재판업무) 서비스를 펼친 것이 주효했다”고 했다. 중견 변호사들이 초임 변호사들에게 일을 맡기지 않고 직접 업무를 처리하는 시스템이 호평을 받았다.

이어 최종영 전 대법원장, 박재윤 전 대법관, 김동건 전 서울고법원장 등 고위 판·검사 출신을 영입했다. 2005년 기업 자문 파트 변호사들의 합류로 또 한 번 성장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 로펌에 보수 색채가 강한 데에는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바로 변호사를 시작한 이들이 주도하는 다른 로펌과 달리 판·검사 출신이 많다는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미국변호사도 지난해 5월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나 김동건 대표 변호사는 소속 변호사의 정·관계 진출에 대해 “개인적인 차원”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동기 수석과 강훈 비서관의 청와대행은 우리 로펌과 관계가 없습니다. 정 수석은 검찰 파트를 강화하기 위해 모셔왔는데, 한두 달 만에 인수위 간사로 참여하게 되셨어요. 강 비서관은 ‘비영남 법관’ 출신이란 점이 참작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권영세 사무총장은 2002년 바른에서 한 달 남짓 근무하다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게 됐다. 김 대표의 공직자윤리위원장 자리 역시 지난해 말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된 것이란 설명이다.

“이번에 이명박 대통령의 ‘오마이뉴스’ 명예훼손 손해배상 사건을 우리가 맡았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소송을 대리하고 대가를 받는 ‘비즈니스 베이스’입니다. 두 개 로펌에서 의견서를 받아 우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택한 것으로 알아요.”
김 대표는 “정권은 5년이지만, 로펌은 영원하다”며 “로펌 차원에서 어느 쪽에 줄을 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바른과 함께 활발하게 공직자를 배출하고 있는 곳이 김앤장 법률사무소다. 한승수 국무총리, 서동원 공정거래위 부위원장이 김앤장 고문으로 있었다. 이 로펌 김회선 변호사는 국정원 2차장으로 갔다. 그 다음으로는 세종이 눈에 띈다. 김경한 전 법무차관과 이종구 미국변호사가 현 정부 들어 각각 법무부 장관, 금융위 상임위원에 임명됐다.

이들 로펌에 관심이 높은 것은 과거 정권에서의 데자뷰(기시감·과거에 본 듯한 느낌)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변호사들이 요직에 대거 등용되면서 민변 계열의 로펌들이 인재 풀로 각광을 받았다. 법무법인 해마루가 대표적이다. 노 전 대통령 자신이 93년부터 5년간 몸담기도 했던 이 로펌 출신의 천정배 의원이 법무부 장관으로, 전해철 변호사가 민정수석에 임명됐다.

2000년 벤처 전문 로펌으로 출범한 지평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대표를 맡으면서 종합 로펌(국내 변호사 47명)으로 급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 지성과의 합병을 선언하고 변호사 104명 규모의 대형 로펌으로 도약을 준비 중이다. 5위권 대형 로펌인 화우의 경우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사건에 이어 행정수도 이전 위헌 소송을 맡아 주목을 받았다. 대표인 강보현 변호사가 노 전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 모임인 ‘8인회’ 멤버다.

한 변호사는 익명을 전제로 “소속 변호사가 공직으로 가거나 대통령 사건을 맡으면 그만큼 로펌 위상이 높아지고 영업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실제 노무현 정부 당시 일부 공기업에서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로펌에 사건을 의뢰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바른의 김재호 변호사는 “그런 식으로 일이 몰리면 정권이 바뀐 뒤 끊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로펌 경영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정치와 비즈니스는 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석천 기자 (sc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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