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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산마을>3.구성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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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구성리(강원도고성군죽왕면)는 「칡마을」로 불린다.
예부터 칡이 많았던 이 마을 주위 산에서는 요즘도 1백㎏을 넘는 칡들이 예사로 나온다.아이들에게 마을 뒷산에 칡캐러가는 일은 즐거운 놀이중 하나고 동네 어른들은 어릴적 먹었던 칡만두.칡묵.칡더덕.칡송편의 쓰면서도 상큼한 맛에 입을 다시곤 한다. 마을밑 칡국수 음식점들이 유명한 것도 이곳에서 나는 칡이 차지고 좋기 때문이다.
『지력(地力)이 좋기 때문이라더군요.마을 근처 동수골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이 주위에 있는 산을 기름지게 합니다.그래서 이곳엔 가뭄이 없어요.화전(火田)을 한창 할 때는 이곳 주위에 논이 18만평,밭이 5만평에 달했다고 합니다.』칡국수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시호(43)씨의 말이다.
칡국수 음식점이 잘되다보니 동네 젊은이들과 아낙네들은 농한기때면 산에서 칡을 캐 음식점에 판다.
구성리의 산들은 백두대간의 큰 뼈대는 아니지만 백두대간의 마산봉.대간령과 뿌리를 같이 한다.마산봉.대간령이 등뼈라면 서성산.명우산은 등뼈에서 나온 갈비뼈격이다.그러나 같은 뿌리라는 확실한 증거는 물줄기가 백두대간에서 발원했다는 사 실이다.구성리를 휘감아도는 분위기는 대개의 산마을이 그렇듯 도교적이었다.
「여보셔요 상주님네 천하명당 여기로다」로 시작하는 구성리의 회다지노래에는 이곳을 명당으로 보려는 마을사람들의 자부가 배어있었다. 구성리의 또다른 이름이 구돈리(九頓里)라는 사실도 같은 맥락이다.조선말엽 한 스님이 명당자리를 찾던중 이 마을에 와서 천하의 명당자리라며 「발을 아홉번 굴렀다」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1850년에는 풍수지리에 따라 군도읍지를 이곳에 정하려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마을 사람들은 구성리가 천하명당임에도 불구하고 큰 인물이 없었던 것을 서성산 탓으로 돌린다.
마을 주위에 있는 서성산이 여자의 치마를 덮어놓은 것처럼 생겨 마을의 기(氣)를 꺾었기 때문이란다.그래서 서성산은 원래 「치마산」에서 「초마산」으로 바뀌었다 지금의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이젠 안될 것같아.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거든.젊은이들이 할 일이 없잖아.구성국민학교가 학생수가 모자라 분교가 된 것만 해도 알 수 있잖아.인물나기를 학수고대했던 조상들에게 죄짓는 기분이야.』이장 김만준(58)씨는 『하지만 산마 을 사람줄어드는 거야 어디 구성리뿐인가』라며 위안을 삼았다.이장댁((0392)-32-5938).
글=하지윤.사진=임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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