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남우주연 김윤석, 지난해 조연상에 이어 ‘연타석 홈런’ 늦깎이 스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김윤석이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충무로 최고의 배우로 등극했다. 위에서부터 그가 출연했던 ‘타짜’(2006), ‘즐거운 인생’(2007), ‘추격자’(2008)의 한 장면.

“지난해 이 자리에서 남우조연상을 받고 내가 과연 몇 년 후에 주연상을 받을까 싶었습니다. 혹시 주연상을 건너뛰고 공로상을 받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올해 대종상 남우주연상 수상자 김윤석(41). 꼭 1년 만에 그가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올 대종상의 ‘이견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그만큼 ‘추격자’의 김윤석은 강렬했다. 관객들은 화면 가득한 그의 지독한 존재감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가 맡은 역은 형사 출신의 출장마사지업체 사장 중호. 독감에 걸렸다며 쉬겠다고 사정하는 미진(서영희)을 기어이 일 내보내는 악덕포주다.

세상의 때가 묻을 대로 묻은 야비한 남자가, 미진을 납치한 연쇄살인범 영민(하정우)을 좇는 동안 점점 분노와 집념을 드러내는 과정을 몸으로 보여준 김윤석. 그의 연기는 ‘추격자’의 극적 완성도를 높인 일등공신이었다. 피와 땀이 뒤범벅된 영민과의 격투는 그중 백미였다. 이 작품을 통해 생애 첫 주연상을 거머쥠으로써 그는 충무로의 대표급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김윤석은 이날 수상소감에서 나란히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하정우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우야, 날 빛나게 해줘 고맙다. 다음엔 (내가) 널 빛나게 해줄 순간이 오겠지.”

그러나 ‘추격자’로 김윤석이 벼락스타가 됐다고 한다면 서운한 얘기다. 그는 그동안 좋은 연기를, 좋은 배우를 보는 즐거움을 꾸준히 선사해왔다. 대표적인 예가 ‘타짜’의 아귀 역이다. 출연한 건 다섯 장면 가량에 불과했지만, 개봉 후 “악인 캐릭터의 한 절정을 보여줬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뿐만 아니라 ‘천하장사 마돈나’에서는 인생을 포기한 폭력 아버지로, ‘즐거운 인생’에서는 낮에는 택배,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자식들 과외비를 대는 피곤한 중년남성으로 사랑받았다. 김윤석은 충무로 연기파 배우들의 산실인 대학로 출신이다. 연우무대와 극단 학전, 극단76 등을 거치면서 기본기를 다졌다. 영화 첫 출연은 2001년 ‘베사메무초’. 비록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단역으로 충무로에 명함을 내밀었지만, 그런 그의 옛 시절을 이제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아니, 기억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기선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