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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산마을>1.중흘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백두대간은 백두산 병사봉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 끊어지지 않고이어지는 큰 산줄기를 말한다.남북이 갈라진 지금은 통상 진부령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를 일컫는다.산지가 국토의 70%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에서 백두대간을 옳게 인식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삶의 한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다.우리 민족은 산자락을 따라,산과 산 사이에 난 물줄기를 따라 보금자리를 정했기 때문이다.진부령에서 지리산까지 백두대간의 산마을을 주위의 관광지.볼거리.
먹거리와 함께 매주 소개한다.
[편 집자註] 『향로봉 산맥이 뚝 끊어졌네.에헤야 달구야-.
』 공기부터 달랐다.해발 680에서 불어오는 강원도고성군간성읍중흘리의 「무공해」 산바람은 공해에 찌든 도시인의 머릿속까지 서늘하게 했다.
향로봉에서 용틀임치듯 설악을 향해 뻗어가던 백두대간의 산줄기가 마산봉 못미쳐 수줍은듯 주저 앉은 곳이 진부령.
진부령 알프스스키장을 거쳐 마산봉쪽으로 10분정도 울퉁불퉁 산길을 달리면「하늘아래 첫 동네」 중흘리(中屹里)가 모습을 드러낸다.고도계는 해발 700를 조금 못미치고 있었다.중흘리는 남한지역 백두대간중 북쪽 끄트머리 마을이다.
마치 분지같은 아늑한 너른 터를 중심으로 30여 가구 집들이드문드문 둥지를 틀고 있다.북쪽으론 향로봉이 황소등처럼 휘어진무궁무진한 산의 바다에 우뚝 서있고 뒤쪽으로는 금강산 자락인 마산봉이 버티고 있다.
흘리는 행정구역상 흘1리(밖흘리).흘2리(중흘리).흘3리(안흘리)로 나눠진다.그러나 밖흘리는 알프스리조트를 끼고 있고 안흘리는 이제 사람이 살지 않아 중흘리만이 산마을의 모습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항상 날씨가 흐려 「흘리」란 이름이 붙었답니다.동해의 해풍과 산에서 부는 서풍이 서로 으르렁거리며 만나는 곳이지요.그래서 흘리에는 「계집 없이는 살아도,장화없이는 못산다」는 말이 있어요.』 흘2리 이장 이기현씨는 34세다.산마을의 이장이라면백발이 성성한 촌로일거라는 지레짐작은 오산이었다.
산마을은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이장들의 세대교체는 변하는 산마을의 한 단면이었다.
산마을의 겨울 역시 구들장을 지키는 느릿한 농한기의 권태로만남아 있지는 않았다.4년전에 마을사람들이 힘을 모아 지었다는 치코리공장(진부령영농조합) 에는 산아낙네들이 치코리를 삶는 집채만한 솥옆에서 치코리를 다듬고 있었다.
중흘리는 국내 치코리 생산량의 20%를 공급한다.높은 고지에서 나오는 중흘리의 치코리는 향과 맛이 좋기로 정평이 나있다.
흘리에 토박이가 한 사람도 남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은씁쓸했다.『원래 이곳은 전쟁전에 이북지역이었잖아요.원래 살던 사람들은 대부분 전쟁때 죽거나 북으로 넘어갔어요.현재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강원도에서 화전이 금지된 이후 다시 들어와 정착한사람들입니다.』 치코리공장을 맡고 있는 윤병두(55)씨는『그러나 고향은 정 주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중흘리에서 민박이 가능하다.이장집(0392)681-3025.
글=하지윤.사진=임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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