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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사귈 때 돌솥비빔밥·순두부 맛들였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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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돌솥 비빔밥, 순두부, 불고기, 잡채, 갈비, 김치…. 다른 게 또 뭐 있더라.”

‘한국 음식 중에 혹시 아는 게 있냐’는 질문에 세계적인 뮤지컬 스타 레아 살롱가(37·사진)는 또박또박 한국 음식 이름을 말했다.

“남편에겐 비밀인데, 7~8년 전쯤 한국인 남자친구를 사귄 적이 있어요. 데이트하며 LA 코리아 타운의 맛집은 모조리 돌아다녔던 것 같은데, 어떤 가게나 들어가도 한국 음식은 맛 없는 적이 없었어요.”

한국을 찾은 게 처음이라는 살롱가는 이렇게 한국 음식 팬이었다. 그는 16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 공연을 연다. 이날 공연에선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주제곡 ‘아이드 기브 마이 라이프 포 유(I’d Give My Life for You)’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배경음악 ‘어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 ‘라이온 킹’의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를 비롯한 17곡을 부를 예정이다. 이날 무대에는 작곡가로 활동하는 남동생 제럴드 살롱가가 52인조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함께 호흡을 맞춘다.

필리핀 출신인 살롱가는 1989년 초연한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여주인공 킴 역을 맡아 런던 웨스트엔드(극장이 밀집한 런던의 문화 중심지) 무대에 진출했다. 이 뮤지컬이 91년 미국에서도 공연에 들어가면서 같은 역할로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에도 올랐다. 킴 역할로 그는 89년 영국에서 로렌스 올리비에 시어터 어워드의 최고 여배우상을 받았고, 91년 아시아 배우로는 최초로 미국 토니상 뮤지컬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 뮤지컬은 지금까지 19개국 138개 도시에서 3100만 관객을 모았다.

살롱가는 92년엔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에서 자스민 공주의 노래를 불렀다. 98년 ‘뮬란과 2004년 ‘뮬란2’에서 주인공 파뮬란의 노래도 맡았다.

아시아 출신 여배우로서 겪는 인종 차별은 그를 더욱 키우는 채찍질이 됐다.

“‘목소리는 좋지만 피부색 때문에 안된다’라는 말은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어요. 토니상을 수상한 이후에도 그런 말로 오디션 기회도 받지 못하는 작품이 적지 않았죠. 그럴 때마다 ‘두고보자’는 식으로 더 용기를 냈어요.”

가수 비 얘기도 꺼냈다.

“그가 미국에서 노래와 연기로 정식 데뷔했다는 소식을 신문에서 봤어요. 필리핀에서도 인기가 높거든요. 아시아 출신 배우로 제가 같은 길을 먼저 겪었잖아요. 힘들더라도 꼭 이겨내서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꼭 전해주고 싶어요.”

그는 “한국의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를 초대해 꼭 한번 만나고 싶다”라고 했다.

살롱가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의 주제곡 ‘리플렉션’을 불렀는데, 김연아는 지난해 도쿄에서 열린 갈라쇼에서 자신의 테마 곡으로 택하는 등 이 곡을 좋아해 2007년 시즌 내내 주제곡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살롱가는 7월 시작하는 뮤지컬 ‘신데렐라’의 아시아 투어에서 한국 팬들을 또 한번 만날 예정이다. 2009년에는 지방 공연까지 포함된 내한 콘서트를 또 한 번 계획하고 있다.

그는 87년부터 92년까지 필리핀 상원의장을 지낸 조비토 살롱가의 손녀로 알려졌다. 조비토 살롱가는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이 필리핀을 점령하자 항일운동에 참가했다가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그 뒤 필리핀 역대 최고 점수로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뒤 미국으로 떠나 하버드에서 법학 석사를, 예일대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예일대의 지도교수가 교수로 남아달라고 요청하자 이를 뿌리치고 ‘조국에서 봉사하겠다’며 떠난 것으로 유명하다. 2007년 막사이사이상을 받았다.

글=김성의 기자, 사진=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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