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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게이트' 오는 23일 종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한치도 예측할 수 없는 정치판처럼 TV드라마도 덩달아 춤을 추고 있다.막대한 제작비와 열띤 홍보전을 벌이며 『정치 다큐멘터리의 새 장을 열겠다』던 SBS의 『코리아 게이트』가 약속한횟수도 못채우고 조기종영키로 해 「시청자를 우롱 하는 처사」란비난이 일고 있다.
지난주까지 14부를 내보낸 『코리아 게이트』는 앞으로 6회를더 방영한 뒤 오는 23일 막을 내린다.당초 내년 1월까지 방송하기로 했던 SBS측은 『내년 드라마 개편을 앞두고 「옥이이모」「해빙」등 두 드라마가 이달말로 끝나기 때문 에 「코리아 게이트」도 함께 막을 내리는 것』이라고 종영 이유를 밝혔다.
이남기 편성국장은 『내년초 방송예정인 「부자유친」을 횡편성으로 바꾸다 보니 현재 토요일 2시간 연속 종편성으로 돼 있는 「코리아 게이트」를 조기종영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그는 경쟁프로그램인 MBC 『제4공화국』과 시청률 경쟁 에서의 패배등 외부요인으로 인한 조기종영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결정에는 담당 연출자인 고석만씨의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당초 다큐멘터리에 충실하려고 고집했던 고씨는 최근정치권의 격변에 휘말려 드라마의 순수성이 훼손돼가고 있어 조기종영에 동의했다는 후문.
그러나 『코리아 게이트』의 조기종영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방송가에 던지는 충격파가 크다.이번 「사태」를 계기로 방송문화 전반에 개혁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방송사들 편의에 따른 「시청자 울리기」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코리아 게이트』의 팬이었다는 김영훈(55.
서울강남구논현동)씨는 『시청자를 우롱하는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며 SBS의 처사에 불만을 터뜨렸다.이를 막기위해 작품을 미리완성해 놓고나서 방영하는 「드라마 전작제」가 정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처럼 1주 또는 길어야 2주전에 「땜질식」으로 만들어서는구성도 소홀해지고 「외압」에 민감해지기 십상이다.
이는 『제4공화국』이나 『코리아 게이트』가 최근 돌출된 정치현안에 따라 여러차례 내용이 급조된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코리아 게이트』의 조기종영을 놓고 정치적인 배경이 있지 않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5.18」과 「12.
12」가 끝나 유신이야기로는 시청자를 잡아둘수 없을 것 같아 일찍 끝내는 것 아니냐』고 한 방송인은 말했다.어 쨌든 이번 『코리아 게이트』의 조기 종영으로 정치드라마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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