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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인권위의 시대착오적 권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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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가인권위가 전북 순창군에 “기숙형 공립학원의 선발 방식, 학사 운용 등을 개선하라”며 시정권고를 했다. 순창군이 2003년 설립한 옥천인재숙의 신입생 선발 방식 등이 헌법의 평등권을 어겼다는 것이다. 이번 권고는 ‘지자체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립학원이 성적순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전교조의 진정을 받아들인 것이다.

인권위 결정은 한마디로 논리도, 현실성도 부족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서울대 등 국공립대학도 국민 세금으로 운영된다. 그렇다면 이들이 시험으로 신입생을 뽑는 것도 평등권 위배라는 말인가. 이렇게 논리가 서지 않으니 순창군이 “국비 유학생을 추첨으로 뽑자는 거나 뭐가 다르냐”며 즉각 반발하는 것 아닌가.

옥천인재숙은 인재 유출을 막아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취지에서 설립된 방과후 공립학원이다. 좋은 프로그램과 열성적인 교육으로 해마다 명문대 입학자들이 쏟아지고 있다. 예전 같으면 대학입시를 위해 대도시로 빠져나갈 학생들이 지역에 머물면서 인구 감소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최근엔 옥천인재숙 모델을 벤치마킹하려는 지자체 관계자들이 줄지어 순창군을 찾는다고 한다. 인권위의 섣부른 시정 권고가 자칫 지자체들의 자립 의지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인권위는 중요 인권 문제에 대한 결정에 앞서 현실성과 국익을 고려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소수의 권익 보호에 골몰하다 대의를 저버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그런 실수가 반복되면 인권위의 권위도 실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