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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죽고싶을 만큼 맛있는 복어, 독 논란 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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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드물게 복어 요리를 즐기는 두 나라, 한국과 일본에 불청객이 찾아들었다. 바로 복어 독이다.

한국에서는 의문의 사망사건 때문에 복어 독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달 27일 고교 선후배 사이인 김모(50)씨와 박모(48)씨는 고속도로 갓길에 정차된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사람의 사인을 조사해오던 경찰은 지난 28일 두 사람이 마신 음료에서 미량의 복어 독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조리 과정에서 버린 복어 내장을 섭취하는 경우가 간간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 복어 독 사망 사건은 거의 사라진 상황이었다.

복어 독의 정식 명칭은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 오래 전부터 복어를 먹던 동아시아에서는 이 물고기의 내장 부위에 독이 있다고 널리 알려져 왔다. 그러다 1909년 다하라 요시즈미(田原良純) 박사가 이를 분리해내는 데 성공했다. 이 독은 복어 내장 가운데서도 간이나 장, 난소 등에 많고, 독성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복어 한 마리에 들어 있는 독이 무려 성인 33명의 생명을 앗아갈 정도다. 아직까지는 해독제도 없다.

복어가 생명 보호장치로 품게 된 이 독이 어디서 왔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한 가지 가설은 먹이 사슬을 통해 복어 체내에 축적된다는 것이다. 해양 세균들로 인해 테트로도톡신이 생겨나고, 이를 섭취한 갯지렁이나 불가사리 같은 것들을 복어가 먹는 바람에 이 독이 쌓이게 된다는 것이다. 여전히 복어가 자체적으로 독소를 생산해낸다고 믿는 전문가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외인설(外因說)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연산과 달리 양식 복어의 독성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올해 들어 일부 복어 전문가들은 양식 복어의 먹이를 철저히 관리해, 독이 아예 없는 복어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아예 유사 이래 식용이 금지돼 있던 복어 내장 일부를 상품화시킬 태세다. 특히 영양과 맛에서 거위간(푸아그라)에 뒤지지 않는다는 복어 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달에는 아예 주요 레스토랑의 조리장 40명을 대상으로 무독성 복어와 간 시식 행사가 성황리에 열리기도 했다.

복어 간 상품화가 논란을 빚는 이유는 단순히 안전성 때문만은 아니다. 1975년 국보급 무형문화재였던 가부키(歌舞伎) 배우가 복어 간 시식 후 7시간만에 사망한 사건 이후 일본에서는 현재 복어 간 유통이 불법이다. 더욱이 복어의 집산지인 시모노세키(下關) 일대에서는 무독성 양식 복어가 자연산 복어 시장을 잠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의 반대 명분은 독이 없는 복어는 진짜 복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관리에 실패해서, 일본은 관리를 자신한 나머지 복어 독 논란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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