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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드라마 북한에서도 제작-93년 일반에 선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궁정동 만찬등 유신정권 종말을 그린 『코리아게이트』『제4공화국』등 정치드라마가 인기를 모으는 가운데 북한도 같은 소재를 다룬 시리즈 영화를 만들었던 것으로 알려져 흥미를 끌고 있다.
화제의 작품은 체제 우월성 강조를 위해 92년부터 만들기 시작해 현재 31부까지 제작된 연작영화 『민족과 운명』.93년초에 나온 9부에서는 『제4공화국』에서 김재규의 꿈으로 처리된 김형욱 납치와 처형장면이 사실인양 등장하며 10부 는 궁정동의10.26만찬과 박정희대통령 저격 장면등을 그리고 있다.
9부는 김형욱이 홍영자라는 가공의 마담이 벌인 공작으로 파리에서 납치돼 청와대로 끌려온후 박대통령에게 사살된다는 허구의 내용.북한의 영화잡지 조선영화는 『형욱의 처참한 죽음을 통해 박정희의 속심을 알게된 김재규는 놀라움을 금치 못 하며 내일을우려한다』고 묘사하며 『이 영화는 실재한 역사적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10.26의 발단이 「김형욱 처형에 따른 김재규의 우려」라는식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10부는 궁정동 만찬이 소재.이 장면에서 남자 참석자들의 위치는 사실대로 배열됐지만 실제 두명이었던 여자 참석자들이 세명으로 그려졌고 가수 심수봉과 여대생 신재순의 위치도 바뀌어 있다.게다가 여자들의 복장도 『코리아게이트』『제4공 화국』등이 정장차림인데 비해 『민족과 운명』은 붉은색과 노란색.흑청색등 원색의 요란한 원피스 차림으로 바꿔 놓았다.
그리고 궁정동 만찬에서 박대통령이 여자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부르고 비서실장이 넥타이가 늘어진채 춤을 춘 것으로 그려졌다. 특히 이 영화에는 전두환 전대통령도 등장하는데 가죽점퍼 차림에 여자들에 둘러싸인채 보고를 받는 장면이어서 실소를 자아낸다. 주요인물 배역에는 일급배우들이 대거 기용됐다.김재규역은인민배우 칭호를 받은 북한 최고배우 이익승을,박정희역에 공훈배우 김윤홍을,그리고 김형욱역에 공훈배우 김정운을 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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