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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씨 비자금 파문-한보그룹 성장 수수께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드디어 올것이 왔다』 정태수(鄭泰守.72)총회장이 이끄는 한보그룹이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실명전환했다는검찰의 수사사실이 밝혀지자 재계에서 나오는 반응이다.
그만큼 지난 91년이후 한보그룹의 행보를 둘러싸고 수많은 혜택의혹,정치권과의 연루및 비자금동원설이 난무해왔다.실체가 전혀드러나지 않아 『경이롭다』는 질시섞인 찬사(?)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 盧씨 비자금사건을 계기로 한보수수께끼의 핵심고리를 푸는 열쇠가 잡힌 것이다.이를 계기로 철강업계를 비롯해재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을 알아본다.
◇당진프로젝트 돈 어떻게 마련했나 한보철강이 추진중인 당진프로젝트는 총 4조3,000억원이 들어가는 대규모프로젝트.수십조원의 연간 매출을 올리는 국내 5대그룹에서도 대형프로젝트라고 말할 정도다.
한보그룹은 90년 12월 아산만매립공사에 착수했고 93.94년 공사를 서둘러 올 상반기 철근과 핫코일 공장(A단지)을 완공했다.김종국(金鍾國)한보철강사장은 2조원을 투자한데 이어 올해 1조원정도를 추가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관련,철강등 관련업계에서는 한보그룹에서 실제로 큰 돈을 벌어들이는 계열사가 없는데도 이렇게 거액을 쏟아부으면서 연간 2,000억~3,000억원규모로 추정되는 금융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는지 의아스럽다고 지적한다.
한보그룹은 이외에도 상아제약.유원건설등을 인수하고 鄭회장일가가 지난해 한보에너지의 880억원 증자시 돈을 즉각 납입하는등자금동원에 괴력을 발휘해 재계로부터 「의문투성이의 기업」이란 시선을 받고 있다.
◇盧씨 비자금이나 시중 괴자금은 무슨 관계인가 鄭회장의 자금동원과 관련해 한 계열사사장은 사석에서 『돈걱정은 전혀 하지않고 써왔다』면서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할 정도』라고 말했을 정도다.鄭회장 스스로도 지난 6월 한보철강 준공식장에서 『우리도 재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 다』고 자랑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한보가 盧 전대통령의 비자금 또는 지난해 떠오른 「괴자금」을 갖다 썼다는 얘기가 돌아다녔다.
◇유원건설 인수 다른 배경없나 『올봄 김만제(金滿堤)회장등이주재한 철강업계 사장단골프모임에서 한보의 앞날을 걱정했다.너무무리하게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한 적이 있다.』(P사장) 제일은행은 한보에 대한 정보를 누구보다 잘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제일은행이 유원처리를 놓고 다급했다고는 하지만 무엇인가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한보를 선택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제일은행은 한보를 인수자로 정하면 문제가 생기더라도 큰뒤탈이 없거나 鄭회장의 「탁월한 경영능력」으로 유원이 재생하리라 믿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서후 재기 어떻게 가능했나 한보는 90년 12월 80만평에 달하는 아산만매립허가를 받았다.6공의 특혜라는 야당의원들의지적이 나왔다.그리고 91년 1월 수서사건이 터져 한보그룹은 공중분해의 일보직전에 놓이기에 이르렀다.鄭회장은 당시 정치권에대한 비자금조성 과 관련,의혹을 받았으나 검찰수사에서 끝내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금융권의 대출은 수서사건이후에도 계속됐고 한보는 재기해 궁금증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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