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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샐러리맨, 일에 대한 만족도 꼴찌 흥미도 꼴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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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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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마케팅부서에서 일하는 박미정(27·가명)씨는 입사 3년차다. 그는 요즈음 회사를 옮길 궁리를 하고 있다. 남들은 대기업에 다니는 것을 부러워하지만 박씨는 “‘내가 이 회사를 얼마나 다닐 수 있을까, 얼마나 높은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하면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박씨는 “요즘 시키는 일만 해나가며 월급을 받다 보니 내 능력이 무엇인지조차 잊어가는 것 같다”며 “회사에 대한 애착이 안 생긴다”고 말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10년 가까이 사회생활을 하며 직장을 여러 차례 옮긴 김성호(34·가명)씨의 불안감은 더하다. 컴퓨터 보안업체에 근무하는 김씨는 세 번이나 회사를 옮겼다. 전에 다니던 회사는 도산했거나 대규모 구조조정을 했다. 그는 “회사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하라고 해도 별로 의욕이 나지 않는다”며 “언제 일을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데 열심히 해서 뭐 하느냐”고 말했다.

대한민국 성장의 견인차인 근로자들이 무기력증에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우리가 특히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서베이리서치센터가 실시한 ‘2007 한국종합사회조사(KGSS)’ 결과다.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457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한국 근로자의 ‘일에 대한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62.6점이었다. 같은 조사를 한 국제사회조사연합(ISSP)과 동아시아 사회조사연합(EASS) 회원국 32개국 중 꼴찌다. 비교 대상국 중 1위는 스위스로 만족도가 78.6점이었고 아일랜드·덴마크·미국 등도 만족도가 75점 이상이었다. 일에 대한 흥미는 56.5점이었다. 역시 32개국 중 꼴찌다.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흥미도 없으면서 어쩔 수 없이 직장을 다니고 있다는 의미다.

양종희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근로의욕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며 “특히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일에 대한 흥미나 만족도를 모두 감소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근로자들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08년 OECD 통계연보’에 따르면 2006년 우리나라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357시간으로 회원국 중 1위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세계경쟁력연감 2008’에는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분석대상 55개국 중 55위다.

최숙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다른 나라 근로자들에 비해 수동적으로 일하고 자신의 능력을 회사에서 발휘할 생각도 무딜 정도로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며 “이들에게 일할 동기를 부여할 방법을 찾지 않으면 성장동력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찬·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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