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매립지 골프장 건설 서울 - 인천 3년째 줄다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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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인천시 서구 경서동 일대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에 대중 골프장을 조성하려는 계획을 놓고 서울시와 인천시가 수년째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골프장 부지에는 3년째 잔디만 키운 채 계획이 표류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와 인천시는 이곳 매립지 중 2000년 매립이 완료된 제1매립장 일부에 36홀 규모의 친환경 퍼블릭 골프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부근 지역의 환경을 개선하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의 골프 경기장으로 활용하려는 복안이다. 이곳 전체 2000만㎡ 규모의 매립지에는 1992년부터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쓰레기가 하루 평균 1만9000t씩 반입되고 있다.

매립지공사는 매립이 끝난 제1매립장(400만㎡)에 야생화 단지·주민체육공원·전망공원 조성 등의 사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142만㎡에는 골프장을 조성키 위해 2005년부터 잔디를 심어 키우고 있다. 이 같은 계획에 대해 환경부와 인천시는 적극적인 입장이나 72%의 매립지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서울시의 반대로 수년째 중단돼 있다.

서울시 측은 앞으로 쓰레기 매립지가 포화상태에 이를 경우 제1매립장의 재사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골프장보다는 매립지로 재사용하기 쉬운 생태공원 등으로 지어야 한다는 견해다.

그러나 인천시와 매립지공사는 “제1매립장은 인천공항고속도로와 청라 경제자유구역에 인접해 있어 그대로 방치할 경우 도시 미관을 크게 해치게 된다”는 입장이다. 매립지공사 관계자는 “제1매립장의 일부는 이미 야생화 단지 등 자연생태공원으로 개발된 상태”라며 “골프장 조성 사업이 지연될수록 연간 100억원 규모의 기회비용을 잃게 된다”며 서울시의 협조를 촉구했다. 매립지공사는 골프장 운영으로 나오는 수입은 앞으로 단계적으로 사용이 끝나는 쓰레기 매립지들을 시민공원으로 개발하는 데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인천시의 요구가 거세지자 서울시는 최근 “난지도 골프장 문제가 해결된 이후 수도권 매립지 골프장 조성 사업에 대해 협의할 계획”이라며 한발 물러선 상태지만, 현재로서는 별다른 진전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의 반대 입장에 대해 수도권 매립지 인근 주민들은 “가장 많은 쓰레기를 쏟아 붓는 서울시가 매립지역의 환경 개선은 외면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어 쓰레기 반입 차단 등의 갈등이 재연될 우려도 낳고 있다. 이곳 3만여 명의 주민을 대표하는 수도권매립지 주민지원협의체 관계자는 “제1매립장의 재사용 등을 염두에 둔 서울시의 자세는 십수 년간 쓰레기 피해를 보아 온 이곳 주민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대중골프장이 조성되면 고용 창출과 함께 ‘쓰레기 처리장’으로 고착돼 온 지역 이미지가 개선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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