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먼삭스 결국 주간사 포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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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호 01면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절차를 책임지는 주간사가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먼삭스에서 다른 금융회사로 교체된다. 대우조선의 매각은 주간사로 선정된 골드먼삭스가 중국 조선회사에 거액을 투자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조선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대우조선 매각 ‘기술 유출’ 논란에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17일 “골드먼삭스가 매각 주간사를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최종 통보해 왔다”며 “곧 매각 주간사 선정위원회를 다시 열어 새 주간사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골드먼삭스는 산은에 보낸 편지에서 “우리가 투자한 중국 조선업체들로부터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받아오거나 이들 업체들이 인수전에 뛰어들 경우 발생할 문제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라는 산은의 요구는 지나치다”며 “국제 관례에 어긋나는 이 같은 조건으로는 매각 주간사를 맡을 수 없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먼삭스는 지난달 21일 대우조선 매각 주간사 입찰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이후 중국 조선회사 지분을 대규모로 갖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자격 시비에 시달려 왔다. 골드먼삭스가 주주인 중국 회사들이 대우조선 인수에 나서면 사는 쪽과 파는 쪽 모두를 대표하게 되는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골드먼삭스는 지난해 중국 룽성중공업에 거액을 투자했고 올 초에도 양판 조선의 지분 20%를 인수했다.

아울러 매각을 위한 실사 과정에서 골드먼삭스가 알게 될 조선·방산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갈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골드먼삭스가 소주업체인 진로에서 거액의 차익을 챙겼던 일도 문제가 됐다.

진로 임직원들과 시민단체들은 ‘골드먼삭스가 외환위기 직후 부실화된 진로에 경영 자문을 해주며 알게 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1조원 이상의 수익을 챙겼다’고 주장해 왔다. 인터넷에선 대통령의 조카인 이모씨가 골드먼삭스자산운용 대표를 맡고 있는 점을 들어 특혜설이 돌기도 했다.

산은은 지난달 말 골드먼삭스에 중국 조선업 투자에 대한 해명과 이해상충을 엄격히 방지하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을 것을 요구하고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주간사를 교체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산은은 이르면 이번 주 초 매각 주간사 선정위원회에서 새 주간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매각 일정은 한두 달 늦춰지게 됐다. 산은 관계자는 “이해상충과 기술유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새 주간사에도 이해상충에 대해 똑같은 조건을 제시할 것”이라며 “입찰 당시 골드먼삭스에 이어 높은 점수를 얻었던 금융사들이 이를 받아들이면 주간사로 선정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입찰엔 UBS 등 국내외 17개 금융사가 참여했다.

골드먼삭스는 지난해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한 세계 최대 투자은행이다. 한국 시장에서도 2002년 서울은행 매각과 현대석유화학·하나로텔레콤·하이마트 등의 매각을 주도했다. 지난해 국내시장에서의 중개 건수는 씨티 등에 이어 4위였지만 굵직한 거래를 많이 성사시켜 가장 많은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대우조선 매각 주간사 입찰엔 통상 0.1% 이상인 수수료를 절반 이하로 크게 낮춰 응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해상충=자신의 이익과 조직·고객의 이익이 서로 충돌해 맡은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을 말한다. 변호사가 이혼하려는 부부 양쪽을 변호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해상충이 발생하면 자신이 할 일을 게을리 하거나 조직·고객의 이익을 해칠 가능성이 커진다. 골드먼삭스는 대우조선의 가격을 최대한 높게 받아야 하는 매각 주간사면서 인수자로 나설 가능성이 있는 중국 조선사의 대주주이기도 해 이해상충 논란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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