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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강1만리>1.韓.中학자 長江 문화예술대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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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양자강(揚子江)은 흙탕물이다.이 흙탕물은 오늘도 거대한 중국문명을 싣고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면서 도도히 흐르고 있다.중국인들은 이 강을「끝없이 긴 강」이라 하여 장강(長江)이라 부른다. 장강에는 크고 작은 7백여개의 지류가 흘러든다.아무리 작은 물줄기라도 넉넉한 포용력으로 사양함이 없이 받아들인다.또 한반도의 8배나 되는 넓은 강유역을 형성해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을 기꺼이 끌어안고 있다.그래서 사람들은 장강을 일러「역사를 흐르고 중국인의 가슴을 적신다」고 말한다.
세계 세번째로 긴 장강(全長 6천3백80㎞)은 중국이 오늘날세계속에,우리에게 거대한 실체로 부상하고 있듯이 중국을 상징하는 독안룡(獨眼龍)으로 비천(飛天)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중국문명은 역시 흙탕물인 황하(黃河)에서 그 틀을 짰지만 꽃과 열매는 장강에서 거두었다.그래서「황하는 중국문명의 아버지요,장강은 그 어머니」가 된다.73년 장강하류 절강(浙江)省 여요(余姚)縣에서 발굴된 서기전 6천~7천년의 신석 기 하모도(河姆渡)문화는 고대 황하유역의 앙소문화(仰韶文化)보다 한발 앞선 것으로 판명됐다.
중국문명의 큰 뿌리를 이루는 장강문화를 이해하는 일이야말로 오늘의 對중국 정치.경제.외교 접근에 필수불가결한 밑바탕이 아닐 수 없다.양자강문화탐사도 이러한 중국의 넓은 밑바탕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려는 희망에서 구상됐다.탐사단은 중국 25개 省.3개 市중 9개 성.1개 시를 거치는 중국문명의 보고(寶庫) 장강을 지역적으로는 동서를,시간적으로는 고금을 관통하면서 깊숙이 살펴보았다.
폭우로 무너진 수많은 산고개들을 넘고 17시간을 계속 달려 만난 여강 동파음악의 마지막 전수자인 80대 예인(藝人),유례없는 홍수로 장강의 지도가 바뀐 가운데 끊어진 길을 돌아 찾은진강의 「초산비림」,그리고 지금은 문지기로 살아 가는 대족의 향토사학자….
소멸될 위기에 처한 동정호의 어부가를 녹취하기 위해 두달여에걸쳐 1백여개 부락과 접촉,마침내 동정호에 나룻배 두 척을 띄우고 어부들의 애환이 담긴 노래를 재현해 내기도 했다.
또 혁명가.정치가로만 알려진 마오쩌둥(毛澤東)이 남긴 독특한서정문학의 배경과 함께 현대문명의 유입속에 존속이 위태로운 나희(儺戱),신라의 왕자로서 중국인들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지장보살 김교각(金喬覺)의 족적도 더듬었다.
곤륜산(崑崙山)자락 껄러단둥(해발 6,621)의 만년설이 녹아내리면서 시 작된 장강은 굽이굽이 1만리를 달려 태평양으로 흘러든다.그러나 그 장강에 담겨 흐르는 오늘의 물은 어제의 물이 아니다.마찬가지로 오늘의 중국,중국인,중국문화도 어제와는 다르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질 탐사단의 취재내용은 넓고 다양하다. ***문 학 시선(詩仙) 이백,시성(詩聖) 두보가 오늘날까지 회자되는 불후의 시편들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양자강변의위대한 자연과 그 자연이 무대를 내줘 빚어낸 인간의 삶이 있었기 때문이다.
장강변에 무수히 얽혀내려온 인간의 삶은 그리하여 북위(北魏).동오(東吳).촉한(蜀漢)3국시대를 거치면서 웅대한 스케일과 정치한 구성으로 서사문학의 백미를 이룬『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를 낳기도 했다.
성도(成都).악양(岳陽).적벽(赤壁).멱라(汨羅).구강(九江)….장강에 연한 그 어느 곳 하나 중국문학을 빛낸 시인.묵객들의 숨결과 발자취가 닿지않은 곳이 없다.
혁명가.정치가로만 알려져온 마오쩌둥도 실은 그의 고향 소산(韶山)을 안고 흐르는 장강이 키운 혁명적 서정시인이었다.
***禪佛敎의 골격 자리잡아 ***불교.미술 불교는 인도에서발원했지만 선불교(禪佛敎)의 골격을 갖춘 것은 중국에서다.불교성지 아미산의 보국사.만년사에서는 탑파양식과 내부 문양을 통해인도불교의 전래과정을,성도의 보광사 나한당은 생김새와 표정이 모두 다른 5백79존佛을 통해 인간세계의 삼라만상을 보여준다.
여기에 신라시대 왕자인 김교각은 구화산에서 지장보살로 화신(化身)해 중국인의 가슴속에 자리잡고 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꿈속의 비경이 아니다.장가계의 무릉원은 깎아지른 듯 솟구친 기암괴석과 계곡이 병풍처럼 둘러있고,안휘(安徽)省의 황산은 봉우리와 소나무가 어우러져 그대로 한폭의그림이다.바로 진경산수화의 고향이다.「마왕퇴한묘 」는 섬세함과화려함으로 중국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대족의 마애석각에서는 종교와 미술의 접합을,소수민족의 자수.염직에서는 인간과 시간을 바탕으로 한 문화원형을 느끼게 한다.
***지형.특징따라 고유색깔 ***음 악 운남성과 사천(四川)省의 산악지형에서 탐사한 납서족(納西族)무속종교의 동파(東巴)음악,도교성지인 청성산 예배음악,사천청음(四川靑音)등은 초월적.명상적인 자연주의적 음악기풍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巴蜀문화). 동정호를 사이에 둔 광활한 평원의 증후을묘(曾侯乙墓)에서 출토된 대형 청동편종은 강력한 권력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권력문화의 진수를 보여준다.이같은 거대.압도성이 호남(湖南)省.호북(湖北)省 음악의 특징이다(荊楚문화).
강소(江蘇)省.절강(折江)省.상하이(上海)는 운하와 호수로 가득찬 수성(水性)지역이다.호수에 빠진 달을 노래한 「수조가두(水調歌頭)」와 실내 관현악인 「강남사죽(絲竹)」은 가장 현란하고 섬세하며 기교적인 인간문화의 극치를 맛보게 해준다(吳越문화). ***儺戱는 가무악의 시조 ***희극.무용 중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경극(京劇.北京오페라)의 뿌리는 양자강에서 시작됐다.22개 소수족이 사는 운남성을 비롯해 중국소수민족무용의 보고도 양자강이다.
경극의 토대가 된 한극(漢劇),곤극(昆劇)이 모두 양자강 유역의 전통극이다.중국가무악의 시조 나희등 한족 연희문화의 원형도 여기서 만날 수 있다.귀주(貴州)省 송도에서는 천년 넘게 이 마을에서 계속돼온 묘족(苗族)나희를 감상하게 된다.사천성 성도에서는 기계체조를 뺨치는 화려한 동작으로 중국 기예극의 원조로 불리는 「천극」과 세계 최고수준의 인형극이 중국 희극의 진수를 펼쳐 보인다.
등희(燈戱)공연단체로는 유일무이해 천하 제1극단이란 이름을 얻은 양평등희극단이 국내 최초로 소개되고 무술극의 시조 무한(武漢)의 한극,중국귀족예술을 대표하는 남경(南京)의 곤극이 中央日報 지상(紙上)무대에 올려진다.
***〈長江문화예술탐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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