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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에 콘도 15채 마련 목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코노미스트 가수 방미는 부동산 투자로 부자가 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지금 한국에서 안 보인다. 뉴요커가 돼 열심히 투자할 ‘물건’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는 5년 안에 맨해튼에 콘도 15채를 마련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값으로는 1000만 달러 정도 된다. 그는 뉴욕에서도 투자에 성공할 것인가. 현지에서 만나봤다.


맨해튼은 섬이다. 이 섬 남쪽 최남단 부근에 월스트리트, 시청, 무너진 월드트레이드센터 일명 ‘그라운드 제로’가 있다. 지난 4월 14일 오전 7시 30분. 새벽 출근으로 악명 높은 월스트리트 투자은행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뉴욕증권거래소로 향했다.

▶뉴욕의 지하철을 애용하는 방미.

부동산 투자자로 화려하게 변신한 가수 방미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그녀는 보여줄 게 있다면서 뉴욕증권거래소 뒷골목에 있는 메리어트 호텔에서 보자고 했다. 이날은 이명박 대통령이 뉴욕을 방문, 증권거래소의 개장 종을 울리기 전날이었다.

찾기도 어려운 뉴욕증권거래소(NYSE) 뒷골목 메리어트 호텔에서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호텔에 딸려있는 스타벅스에 방미가 앉아 있었다. 공사 현장을 유심히 바라보는 게 현장감독쯤 돼 보인다. 스타벅스는 붐볐고 우리는 세계를 움직인다는 월가의 금융인들 사이에 끼어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한국 강북 시장이 뜬다고 오래전부터 주장해 왔다는데 지금도 그렇다고 보나.
“투자처로서 용산은 아직 늦지 않았다. 월세라는 개념에 익숙한 외국인이 많은 곳이다. 나는 3년 전에 용산에 들어가 콘도 2채를 샀다. 지금 한 달에 임대료만 1150만원 나온다. 이탈리아인과 미군에게 세를 놓고 왔다. 하지만 은평구 등 뉴타운은 의문이다. 지금은 MB 효과로 반짝 오를 수는 있겠지만 도심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그러면 한국에서 부동산은 더 이상 안 하나.
“안 한다. 적어도 한국에서 부동산을 사고 팔아서 차익을 남기는 투자는 안 할 거다. 노무현 정권에서 특정 지역 집값을 너무 많이 올려놨다. 가격은 오르는데 사겠다는 사람은 많지, 그런데도 매매가 안 되는 건 양도세 등이 지나치게 높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시장이 제대로 굴러가지 못했다.”

-한국 투자자들이 뉴욕 부동산 시장에 투자하기 위해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경우가 상당수다. 이들은 도대체 어디다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맨해튼의 한 콘도는 입주자의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다. 이는 부동산을 나중에 팔 때도 문제가 된다. 특정 국가의 매물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감을 갖고 직접 걸어 다닐 생각부터 해야 한다. 맨해튼은 생각보다 좁다. 나는 최대한 많은 곳을 걸어 다니면 동물적인 감각을 키울 수 있다고 믿는다. 걸어 다니면서 자신이 찾는 물건을 먼저 찍은 다음 부동산 브로커에게 물어볼 정도는 돼야 한다. 오퍼(매매가격 제시)는 10~15% 이상 깎아서 넣는 뉴욕 시장의 특성도 알아야 한다. 돈을 벌어다 주는 사람이 부동산 브로커들이다. 나는 한국 압구정동에서 유명했다. 복비를 남들보다 두세 배 줬다. 그러다 보니 좋은 물건들의 정보가 많이 들어오더라. 자신감은 공부를 하다 보면 나온다. 실용서적도 좋지만 경제서적과 미래학 서적을 독파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일(15일) 뉴욕에 온다. 새 정권에 거는 기대가 있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많이 만나봤다. 현대그룹 공연이 있어서 헬리콥터를 타고 가면 이 대통령이 마중을 나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연예인 같은 대통령이다. 쇼맨십이 있다. 더구나 정주영 할아버지와 같은 훌륭한 멘토가 있지 않았나. 정치에서 실패해 고생한 정주영 회장을 보면서 얻은 것도 많았을 것이다.”

방미는 돈이 되겠다 싶은 지역에서는 직접 살아보는 게 최고의 공부라고 생각한다. 서울에서도 항상 집을 사면 몇 달씩은 꼭 살아봤다. 방미는 배터리파크에서 2년을 살았다. 업타운인 어퍼이스트에서도 살았고 미드타운에서도 살아봤다. 우리가 만난 로어 맨해튼 메리어트 호텔 앞 공사는 W호텔 신축현장이다.

“내가 배터리파크(맨해튼 남쪽 끝부분에 있는 공원으로 바다와 인접해 있다) 살 때, 여기가 다 제 조깅 코스였어요. 그라운드 제로가 다시 개발되면 인구가 크게 늘 거예요. 그러면 주요 시설과 관광지가 몰려 있는 이곳이 중심이 될 겁니다. 그래서 여기 콘도를 눈여겨보고 있죠.”

W호텔 얘기인가 했는데 공사장 뒤편에 있는 그리니치 220이라는 콘도미니엄 얘기란다. 몇 년 전에 리모델링을 끝내고 이 콘도를 재분양했을 때 1베드(방 하나에 거실 하나) 콘도가 불과 20만 달러대였다고 한다. 지금은 65만~67만 달러다. 그러나 맨해튼에서 이 정도 가격은 오히려 싼 편이다.

뉴요커들이 2001년 9·11 때 공황 상태를 겪어 봤기 때문에 로어맨해튼은 한동안 경기가 최악이었다. 뉴욕시는 이 지역 공동화를 막기 위해 건설회사들에 10년 20년 세금 공제를 약속하고 인위적으로 부양을 했다. 그래도 아직 군데군데 9·11의 상처가 남아있는 곳이다.

공부 안 했기 때문에 숫자에 의존

-데이터상 맨해튼 시장 가격과 본인이 직접 느낀 가격 차가 10~15% 난다고 했다. 왜 그렇다고 보나.
“전 세계 어디나 대도시는 마찬가지다. 경기의 흐름을 타지 않는 특별한 지역이란 게 분명히 있다. 예를 들어 워커힐·메리어트·힐튼 등 호텔이 몰려 있는 곳의 부동산 시장은 죽지 않는다. 실제로 돈이 도는 곳은 다운타운이다(인터뷰 다음날인 16일 뉴욕 타임스가 다운타운에서 관광객들이 쓰는 돈으로 뉴욕시가 지탱하고 있다는 기사를 냈다). IMF에서 미국 경제가 사실상 끝났다고 했다. 하지만 뉴욕 부동산 시장은 (다운타운 등 일부 지역은) 굳건하다. 자신이 공부를 안 했기 때문에 숫자에 의존한다. 내가 정말 화가 나는 게 신문이나 지인들이 미국 부동산이 내렸다고 해서 달려 왔는데 돌아다녀보니 실제로 값어치 있는 곳들은 오히려 10~15% 올랐다. 내가 2000년에 샀다가 팔았던 트럼프 타워가 1년 전보다 무려 8%나 올라있었다.”

-터프한 뉴욕 비즈니스 시장, 그중에서도 가장 터프한 부동산업계에서 독불장군식 투자가 통하나.
“뉴요커들은 지독하다. 지하철 파업 때 나를 포함한 모든 뉴요커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걸어 다녔다. 그래서 시민들이 파업을 저지했다. 그렇게 지독한 곳인 만큼 오히려 정면 돌파가 유리하다. 현재 경기가 느리게 흘러가지만 날이 풀리면서 벌써부터 뉴욕이 관광객으로 차고 있다. 이런 곳에 투자하고 집을 사두면 적어도 폭락은 안 하는 법이다. 여긴 돈이 도는 곳이다.”

-방미씨가 하고 있는 게 투자인가 투기인가. 둘 사이의 차이는 뭔가.
“투자는 자기가 돈에 대한 포지션을 정해가면서 계획을 짜는 것이다. 누구는 장기적인 게 투자라고 하는데, 그게 5년이냐 10년이냐. 난 트럼프 사서 1년 만에 팔았다. 시장 형성에 맞춰 판단했기 때문이다. 투자용이냐 주거용이냐에 따라 되파는 기간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부동산은 항상 판다는 생각을 하고 구입해야 한다. 현금화가 안 되는 재산은 진짜 재산이 아니지 않나. 미국에서는 투기란 게 없고 규제도 없다. 시장에서 해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처럼 분양권 딴다고 3박4일 밤을 새운 다음 하루 이틀 있다가 1000만원 남기고 되파는 건 정말 투기다. 향후 투자계획이 잡혀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올랐다고 파는 게 투기라는 말이다. 나는 시장 상황이 좋거나 내가 다른 곳에 투자해야 한다면 세금도 고려하지 않고 일단 던진다.”

방미가 50일간 고른 콘도들

■로어맨해튼 콘도 : 69만 달러에 나온 매물을 60만 달러에 달라고 했다가 거절 당함. 현재 65만 달러에 파는 쪽에서 취득세 절반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협상 중.

■다운타운 20West 콘도 : 70만 달러대 후반. 세금이 매달 92달러지만 관리비가 909달러로 비싸 고민 중. 2년째 분양이 안 된 물건이 있지만 채광이 안 좋은 편.

■어퍼이스트 86가 콘도 : 90만 달러대. 가격을 한 번 깎았다가 거절당한 상태.

-지난번에 보고 나서 3주 만에 다시 봤다. 그동안 집을 몇 채나 봤나.
“17채 정도 봤다. 나는 항상 매물 주변 식당 7~8곳은 들어가본다. 스타벅스는 어디 있고 드러그스토어(편의점의 일종)는 어디 있는지 내 발로 가 본다. 내가 본 집들 대부분은 아직 건설이 완료된 곳이 아니다. 첫 분양을 노리기 때문이다. 미국은 첫 분양이 가장 싸고 2, 3차로 가면서 가격이 오른다. 그러니 주변 조사에 더 열중하게 된다.”

-그렇게 집을 많이 보면 뭐가 달라지나.
“맨해튼 32가 2애버뉴에 병원 건물을 리모델링 한 콘도가 있다. 1차 분양시 한 명이 5채를 샀다. 그중 스튜디오 하나가 68만 달러에 나왔다. 돈을 내도 안 판다고 한다. 이런 곳에 오퍼를 넣으면 시간 낭비다. 많이 보면 보는 눈이 달라진다. 37가 6애버뉴에 78만 달러짜리 스튜디오(원룸)가 있다. 어느 한국인이 6애버뉴 쪽에 창이 있는 것으로 샀다. 당시에는 허허벌판이었다. 설명만 듣고 산 것이다. 완공된 후 가보니 그야말로 발군이었다. 한국 사람들이 부동산을 잘한다. 2만 달러 더 비싸게 주고 샀는데 그 콘도에서 가장 좋은 경치를 가졌다. 첫 분양은 건물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창에서 보이는 전경이 정면이냐 각도가 있느냐에 따라 나중에 집값이 좌우된다.”

방미씨가 현재 노리고 있는 로어맨해튼의 그리니치 콘도는 앞쪽과 측면에 있는 집 가격 차가 원래부터 컸다. “그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되면 W호텔 때문에 앞이 완전히 가리는 집이 몇 채 생길 거예요. 뉴욕은 굉장히 효율적인 곳이라서 가격 거품은 없죠. 다만 이유 있는 가격 차이는 있죠. 단돈 1달러 차이도 다 이유가 있어요.”

“100만 달러 넘으면 투자 안 해”

그는 W호텔 건설 현장 옆에 있는 건물을 보면서 “저 옆에 건 어떻게 팔지? 하루 종일 한밤중 되겠네”한다. W호텔 옆에 있는 그리니치 콘도는 정면에 창이 있는 곳이 80만 달러, 측면이 60만 달러대. 20만 달러나 차이가 났던 것은 건물주가 옆에 높은 건물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책정한 것이다.

맨해튼 부동산 시장은 1달러 가격 차이에도 다 이유가 있는 곳이다. 뉴요커들은 효율성을 중시하는 데다 소송의 나라인 만큼 민사소송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맨해튼에 소유한 부동산은 없지 않나. 왜 안 사나.
“부동산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2000년 강남 논현동에 연립빌라 8채를 매입해 상가를 지었는데 그 돈이 사실 뉴욕에 투자할 돈이었다. 그런데 뉴욕에 있는 건물 매입에 계속 실패했다. 한두 번 (오퍼를) 넣은 게 아닌데 다 안 됐다. 그때부터 제대로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냥 들어가기는 뭐하고 해서 트럼프 콘도를 샀다. 당시에는 시장이 너무 뜨거워 내가 참여할 여지가 없었다. 지금 시장이 떨어졌다고 해서 들어왔는데도 아직도 뜨겁다.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번에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

방미는 W호텔 위편에 들어서는 콘도를 사라는 권유를 많이 받는다.

“내가 그걸 왜 사? 저는 투자용 집 가격은 100만 달러가 넘어가면 매력을 못 느낀다. 일단 팔 걸 생각하고 사는 게 부동산이니까.”

그는 현금화가 어려운 부동산은 꺼린다. 뉴욕의 부동산 경기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평균 판매가격은 올랐는데 거래되는 건수는 줄고 시장에 나와 있는 기간도 2배 가까이 늘었다.

-뉴욕이 그렇게 좋나.
“부동산을 빼고 얘기하자면, 뉴욕의 익명성과 자유로움이 좋다. 한국에서도 여기저기 걸어 다니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수군거림에 식은땀이 난다. 아무래도 상처를 입는다. 그러나 탱크톱에 반바지를 입어도 뉴요커로서 나는 당당하다. 그 당당한 자유로움이 좋다. 맨해튼에서 나는 운동화, 전철 표, 커피만 있으면 된다.”

-5년을 계획하고 왔다. 뉴욕에서 얼마를 벌고 싶나.
“부동산으로 돈 안 벌 생각이다. 샀다 팔았다 하는 게 돈 버는 건데 한국에서도 당분간 안 할 거다. 노무현 정권에서 오를 대로 다 올랐다. 뉴욕도 매매를 통해 돈 버는 건 앞으로 5~6년 정도일 것이다.”

-그럼 5년 동안 할 일은 뭔가.
“내가 뉴욕 부동산, 그중에서도 콘도를 사려는 것은 뉴욕시 전체를 방미의 게스트하우스로 만들기 위해서다. 1번 룸은 그리니치빌리지, 2번 룸은 미드타운 하는 식으로 콘도 하나를 게스트하우스의 방 1개처럼 운용할 예정이다. 사업계획에 맞춰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맨해튼에 콘도 15채 정도를 마련하는 게 5년간의 목표다. 그렇게 되면 액수로는 1000만 달러 정도가 될 거다. 다만 현재 하고 있는 액세서리 가게는 계속 하겠다. 현금이 도는 것은 큰 메리트다. 그래서 업종은 다를 수 있어도 가게를 몇 개 더 할 예정이다.”

방미가 보는 뉴욕 부동산 시장 특징

□ 첫 분양이 가장 싸기 때문에 처음에 들어가야 한다.
□ 건방진 시장이라서 돈 더 줘도 안 판다는 사람 많다.
□ 맨해튼 사방이 살아있는 교육 현장, 애들 키운다고 큰 집 찾지 마라.
□ 누가 뭐래도 한국 투자자는 가장 먼저 맨해튼부터 뒤져봐라.
□ 1베드(방 1, 거실 1) 80만~90만 달러, 스튜디오 60만~70만 달러가 적당.
□ 돈보다 시간에 투자하라. 기다려야 할 때는 기다려야 한다.
□ 부동산은 자신감. 터프한 뉴요커들과 협상에서 값도 팍팍 깎아라.
□ 맨해튼에는 좋은 곳이 많다. 여기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 버려라.

뉴욕=한정연 미주중앙일보 기자 hjy_ny@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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