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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스타 대학총장’ 공통점은 경영·인사 혁신, 과감한 국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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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에서 지방 사립대 총장이 도쿄(東京)의 세칭 명문대 총장들을 제치고 일본 총장들 사이에서 가장 주목받는 총장으로 뽑혔다. 교토(京都)에 있는 리쓰메이칸(立命館)대의 가와구치 기요후미(川口淸史) 총장이 주인공.

아사히(朝日)신문이 매년 일본 대학들을 평가해 발행하는 ‘대학 랭킹’ 2009년판에 따르면 전국 718개 대학 총장들에게 “가장 주목하는 총장”을 설문 조사했다.

그랬더니 381개 대학 총장들이 응답한 결과 가와구치 총장이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역시 지방의 국립대인 가나자와(金澤)공업대의 이시가와 겐이치(石川憲一) 총장이었다. 고미야마 히로시(小宮山宏) 도쿄대 총장, 안자이 유이치로(安西祐一郞) 게이오(慶應)대 총장, 시라이 가쓰히코(白井克彦) 와세다(早稻田)대 총장은 각각 3, 4, 5위에 올랐다. 이들 3개 대학은 과감한 재정·경영 시스템과 인사 혁신은 물론 국제화 전략을 중심으로 대학개혁을 이끌고 있는 점이 평가받았다.

총장들의 주관적인 평가이기는 하지만, 2개 지방대 총장들이 일본의 대표적인 3개 대학 총장들보다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일본의 지방대들도 대학 개혁에 매우 적극적이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10위 안에는 사립대가 6개, 국립대가 4개였다.

◇총장의 리더십·실천력이 핵심=지난 15년간 규제 완화로 대학이 200여 개 증가한 반면 대학입학 인구는 줄어든 데다 2004년 국립대 법인화로 일본 대학가는 치열한 경쟁시대에 돌입했다. 대학 총장들이 주목한 총장들의 공통점은 ‘위기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변화와 개혁에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주목받는 총장들은 개혁을 이끌 강력한 사무국 조직을 만드는 등 기업경영 방식을 도입해 강력한 지도력으로 개혁을 실천했다. 리쓰메이칸대의 혼마 마사오(本間政雄) 부총장은 “총장에게 현장 정보를 전달하고, 총장과 함께 땀을 흘리면서 책임감 있게 일하는 유능한 조직이 있어야 대학 개혁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압적인 개혁이 아니라 교수·직원·학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 이들이 동참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리쓰메이칸대 총장=학생 부족, 국제화 등 많은 일본 대학의 공통 숙제를 과감한 아이디어와 강력한 추진력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결정적인 계기는 2000년 규슈(九州)의 벳푸(別府)시에 설립한 ‘리쓰메이칸대 아시아·태평양대(APU)’. APU는 처음부터 정원의 절반을 외국 학생으로 채우겠다는 국제화 목표를 세웠다. 당시 일본 교육계는 “산골짜기 동네로 학생들이 찾아오겠느냐”며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현재 외국인이 학생·교수의 절반 가까이에 이르는 APU는 일본의 대표적인 국제화 성공모델로 꼽힌다. 이 대학이 추진한 학문의 통섭(문과·이과의 융합) 프로그램도 새로운 지식 시대의 첨단 연구·교육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나자와 공대 총장=일본 중서부 지역 이시가와(石川)현에 있다는 지역적 한계를 교육력 강화로 극복하고 있다. 교양교육을 강화하는 등 학생 중심 교육을 펼친 결과 ‘교육 분야’에선 총장들 사이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학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교육력을 토대로 적극적인 공격 경영에 나서 성공했다. 2004년 도쿄 중심부의 빌딩을 임차해 개설한 1년제 공과대학원이 도쿄의 회사원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올해는 박사 후기 과정도 시작했다. 이 같은 ‘세일즈 강의’는 지방대가 잇따라 도입하는 성공 모델이 됐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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