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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성화 봉송 서울서도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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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7일 서울 올림픽 공원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를 환영하기 위해 나온 중국인들이 반대 시위대를 향해 고함을 지르며 경찰과 몸싸움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근 기자]

중국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가 27일 서울에서 열렸으나 봉송과정 중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졌다. 이날 0시48분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성화는 오후 2시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에서 개회식과 함께 봉송에 들어갔다.

80여 명의 주자가 봉송에 나선 성화는 강남역·한남대교·동대문운동장·광화문을 거쳐 오후 7시 서울광장에 도착했다. 축하공연을 끝으로 성화는 오후 11시 서해 직항로를 통해 북한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성화 봉송 과정 곳곳에서 시민단체 등 행사를 저지하려는 시위대와 국내 체류 중국인들로 구성된 친(親)중국 시위대 간에 충돌이 빚어졌다. 성화 봉송을 저지하려는 탈북자들이 행렬에 뛰어들거나 분신을 시도하다 경찰에 연행됐다.

성화 봉송을 환영하기 위해 행사장에 나온 수천 명의 중국 유학생 등은 반대 시위대를 향해 돌이나 각목을 던지는 등 과격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일부 중국 시위대는 외국인을 폭행했다. 특히 호텔 로비를 점령하고 소란을 피우면서 경찰을 폭행하기도 했다.

기독교사회책임 등 시민단체 회원 200여 명은 오후 1시쯤 행사장 인근에서 중국 내 탈북자 강제 송환과 중국의 티베트 시위 무력 진압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오후 2시55분쯤에는 송파구 신천역 인근에서 탈북자 장모(33)씨가 “중국은 올림픽을 할 자격이 없다”고 외치며 봉송 행렬로 뛰어들었다. 오후 3시40분쯤 역삼역을 지나던 봉송대 앞쪽에선 도로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이려던 탈북자 손모(44)씨 등 두 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국내 유학생 등 중국인 5000여 명은 올림픽공원에 모여 성화 봉송을 환영했다. 오후 2시30분쯤 중국 유학생 등이 반대 시위대를 향해 몰려가면서 양측 간에는 격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중국 유학생 등은 시위대를 향해 물병과 각목·돌 등을 던졌다. 국내 한 일간지 사진기자가 날아온 돌에 맞아 이마가 찢어져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서울광장 인근에서는 외국인들이 중국 환영 인파에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오후 4시20분쯤 서울 시청 앞에서 ‘티베트 자유(Tibet Free)’라는 티셔츠를 입고 걸어가던 미국·캐나다인 5~6명에게 중국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중국 시위대는 경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일행에게 물병을 던지고 깃대로 내리쳐 이마와 머리 등에 타박상을 입혔다고 경찰은 밝혔다.

오후 5시20분쯤엔 인근 P호텔 앞에 티베트 국기를 들고 서 있는 시위대를 향해 중국 시위대가 달려들었다. 시위대가 호텔 로비로 도망가자 중국인 수백 명이 따라 들어가 깃발 등으로 시위대를 마구 찌르는 등 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경찰청 소속 박모 의경이 중국 시위대가 휘두른 흉기에 맞아 머리가 찢어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이 반대 시위대를 막는데 급급해 중국인들의 과격 폭력 시위를 방치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글=박유미·임주리·이정봉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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